자~! 이제 박근혜의 능력을 보여줘~!
박근혜가 차기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기원하시는,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빨갱이가 다시 이 나라의 주인이 되길 몸서리치도록 싫어하시는 한 어르신과의 대화
나: 박근혜는 아무런 능력을 보여준 적도 없어요. 지난 대선 때 티비토론할 때 '이산화가스'등 보는 사람 허탈하게 하는 소릴 얼마나 많이 했어요. 그래서 다들 대통령된다고 했지만(2007년 1월 경의 기사를 찾아보라. 역술인 열에 아홉은 박근혜 차기 대통령이라고 점쳤다. 풋~!) 결정적으로 티비토론에서 떨어진거에요.
어르신: 박근혜가 왜 능력이 없냐. 쓰러진 당을 두 번씩이나 일으켜 세운 게 다 박근혜 덕분이다. 그게 능력이다.
나: 물론 선거판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건 잘하죠. 하지만 그건 그 옛날 ? YS가 더 잘했을 걸요?
어르신: 어디서 YS같은 멍청이랑 박근혜를 비교하나? 말재주가 없어서 티비토론에서 더듬거리는 건 있었지만 박근혜는 어릴적부터 정치를 배워서 정치에 대해 누구보다 잘안다.
나: 박근혜는 정책, 이념, 철학 등 어느 것도 자신의 의견을 똑부러지게 내세운 적이 없어요. 그냥 선거판에서 유세잘하는 것만 일등인, 인형같은 정치인이에요.
어르신: (잠시 머뭇거리다) 넌 빨갱이를 모른다. 이 나라가 다시 빨갱이 나라가 되면 너만 손해다.
유체이탈 수준의 대선후보 티비토론회. 한 사람은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대통령이 되어 열심히 나라를 말아 처드셨고 또 한 사람은 99% 대통령이 되었다. 이걸 번역해서 전 세계 사람들이 많이, 많이 보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너무 쪽팔리잖아 씨바~!
'닥치고 정치'에서 김어준이 이야기했듯이 박근혜는 한국 정치사상 가장 미묘한 지점에 위치한 정치인이다. 박근혜는 어떤 일을 해도 용서가 되는 재클린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유세판에 박근혜가 나타나면 눈물부터 줄줄 흘린다는 할머니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박근혜의 이미지를 정리해보면
1) 부모를 닮아 강단과 자상함이 공존할 것 같은 이미지
2) 상상할 수도 없는 인생역경을 거쳤기에 아주 신중하고 침착하고 정치감각이 매우 뛰어날 것 같은 이미지
3) 무얼해도 용서해주고 싶고 무얼해도 보호해주고 싶은 이미지(이게 가장 크다. 거대야당을 막아달라고 호소한 것이 꽤 먹혀들었음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씨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강단과 자상함이 독선과 독단일 수도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신중하고 침착한 것이 아무런 지식과 생각이 없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무얼해도 용서해주고 싶지만 수 천 억원의(닥치고 정치에선 수 조원) 자산가임을 또 알려하지 않는다. 알려고 하지 않기에 박근혜는 맹목적인 지지를 얻었고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쓰러질 뻔한 당을 구해냈다. 그리고 99% 대통령이 되었다.
뭐. 좋다. 어차피 사람은 생각만큼 그렇게 합리적인 뇌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 나도 잘안다. 어차피 사람은 믿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믿고 본다. 다 좋다.
그러나 이젠 박근혜의 능력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내가 이만큼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되었으니 나를 다시 한 번 12월에 지지해서 대통령으로 만들어달라고 이야기할 시간이 되었다. 첫번째 과제가 빨리도 떴다.
문대성, 김형태 따위의 인간을 쫓아내는 거야 박근헤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99% 대통령으로서 미쿡을 상대로 어떤 협상력을 보여줄 것인지, 청와대와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야당의 공격은 또 어찌 막아내며 취사선택을 할 것인지, 거기에 다시금 꿈틀거리는 시민사회의 촛불의 힘은 어찌 막아낼 것인지, 언론보도 수위는 어떻게 조절하며 유리하게 이끌고 갈 것인지 등등 박근혜의 능력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자~! 이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대통령 선거는 절대로 쉽지 않다. 역대 대통령 중 총칼이 아닌 선거로 쉽게 당선된 사람은 노태우, 이명박 정도밖엔 없다. DJ와 노무현은 물론이거니와 YS도 아주 어려운 과정을 겪고 나서야 당선되었다. 앞으로 줄줄이 쏟아질 언론사 총파업, 이명박 정부 권력형 비리, 박지만가족이 연루된 상호저축은행 등등 곶감창고의 곶감들이 줄줄이 쏟아질 때마다 어떻게 처리하는지 국민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 볼 것이다. 수첩에 써있는대로 '원칙대로 해결' 뭐 요따우 소리해가면서 유세장에 가서 시장 할머니들 손붙잡아 주는것만으로 대통령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ps) 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딱 YS 수준이 될 것 같다. 박근혜가 맨 먼저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바로 전 정권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치는 일이다. 그렇게 이명박과 그 측근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갈 것이다. 그렇게 인기와 위엄을 보여주는 일까진 잘 할 것 같다. YS가 위기때마다 전 정권의 비리인사들을 칼부림으로 내치면서 얻었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임기초엔 90%가 넘는 지지율을 자랑했다. 역사 바로 세우기로 전직 대통령 둘을 감옥에 집어넣고 나서 신한국당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원내 제1당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은? 대통령은 과거청산 잘하라고 뽑는 게 아니라 새로운 5년의 미래를 잘 살게 해달라고 뽑는 것이다. 남의 말도 잘 안듣고 혼자 결정하고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박근혜의 모습은 딱 YS와 복사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