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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챔프, 순정에 반하다, 그리고 가화만사성에서 연기한 김소연의 모습. 이 모습들에서 보그맘의 나흥신의 모습을 과연 상상할 수 있을까?

드라마 ‘보그맘’의 16회에서 김소연은 이제껏 볼 수도 없었고 보게 되리라 상상할 수도 없었던 참으로 충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하여 크나큰 웃음을 주었다. 폭주족을 연상시키는 모터 사이클의 급제동 소리와 함께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나이아가라 파마, 그리고 밭일하는 소를 연상시키는 코뚜레 같은 코걸이까지. 배우 김소연의 근래의 전작들을 보았던 팬이라면 까무러치게 웃어 젖힐 장면이었다.


누구세요~? 근데 동일인물 맞으신가요...? 현장의 스탭들마저도 김소연의 상상을 벗어난 변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 아이비 역시 김소연의 변신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한다. '어우~! 코찌가 대박인데요?'


만나면 부끄러워해야 할 이런 부담스런 모습을 하게 된 김소연 역시 몹시 민망한 건 마찬가지이다. 당연하다.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 실생활에서 이런 모습으로 다닐리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큐~!' 사인이 들어오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에 몰입하면 쑥스러워하던 김소연은 사라지고 나이아가라 파마에 코뚜레를 한 나흥신만 남을 뿐이다. 역시~! 김소연은 명배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고 또 재미있는, 그래서 이 보그맘을 다시 보고 또 보게 되는 이유는 김소연이 연기하는 나흥신의 국적을 알 수 없는 영어발음, 너무나 많이 혀를 굴려대고 복모음을 많이 쓰는 저 지나치게 부담스런 발음에 있다. 나흥신은 USA에 입양되었다가 파양된 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영어 말투가 무척 부담스러울 정도로 혀를 굴려대는데 첫 장면의 대사부터 범상치 않았다. 급제동의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를 작은 카페 앞에 주차한 다음 화려하게 등장하며 점원에게 내뱉는 첫 마디는 바로 ‘퐈아~키잉~!’ 이었다. 점원이 놀란 표정으로 혹시 제게 욕하시는 거냐고 묻자 ‘좔 들워요~! 죄가 아푀 제 오로봐이 퐈킹~!’이라고 답한다.
단어의 선택부터 재미있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와서 영어와 한국어의 혼용이 매우 심한 사람들을 여럿 만나서 이야기해보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오토바이를 ‘모러솨이커얼 (motorcycle)' 이라고 했으면 했지 나흥신처럼 ‘오로봐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감빵생활을 하고 난 이후 꿈이었던 흥신소를 하여 남의 뒷조사를 하고 사는 나흥신은 옛날의 감빵동기였던, 짝퉁 이미테이션을 팔다가 감빵살이를 하게 된 이미테(최여진)을 만나 이미테의 앙숙인 도도혜(아이비)의 뒷조사를 해달라는(여기에서도 무지 웃긴다. 클린하게 쉐킷쉐킷이라는 표현을 쓴다) 의뢰를 받는다. 하지만 이 나흥신의 돈줄은 바로 의뢰의 목표이자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도도혜였고 그녀에게 자신이 누구에게 어떤 의뢰를 받았는지 모두 이야기한 다음 17회에서 이미테를 다시 만나 도도혜에 대해 쉐킷쉐킷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나는 이 17회를 보면서 얼마나 웃어 젖혔는지 모르겠다. 우선 대화내용의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가관이다.



둘의 대화는 ‘오늘은 west side에서 rising sun했니?’ 라는 이미테의 대사로 시작된다. 그리고 16회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 빠짐없이 등장한 코걸이와 손에 들고 있어도 무거울 것 같은 크기의 귀걸이가 분위기를 압도한다.


‘그래서 쉐킷쉐킷 해봤어?’
‘도도혜 쉐킷해서 시크릿한 것 찾아냈지. 아주 특이한 여자야. 학창시절 침 좀 뱉던 췰공주퐈~!
(반색하는 이미테) ‘그렇지~! 어디 췰공주퐈였어?’
‘아뉘~! 췰공주퐈 잡는 썬도부 출쉰~! 전교1등 모범생~!’


나는 이 짧은 대화에서도 웃느라 정신 없었다. 평범해야 할 한국어의 발음에 도대체 몇 번의 복모음과 쌍자음이 들어가는 건지. 칠공주가 아닌 췰공주, 선도부가 아닌 썬도부. 더 재미있는 장면들은 그 다음에도 많이 나온다.


‘학창시절은 흑역사가 1도 없어. 근데~!’
‘근데~?’
‘지난 5년간 아주 쉬크릿하게 여기저기 큰 일을 치뤘어. 이 여좌~! 그게 없는 여좌더라구~!’
‘뭐가 없는 여좐데~!’
‘날괴~!’
‘날~괴~?’
‘어~! 날괴없는 천사. 지금까지 기부금이 총 10억. 완전 기부천사 기막히지~! 아~! 그리고 놀라지 마라. 지가 꽁꽁 숨기고 사는 거 내가 알아냈어~!’
‘꽁꼬? 그게 뭔데?’
‘이 여좌~! 가슴 싸이즈~! 디~! 실화야. 나 이거 알아내고 살기 싫어졌잖아. ‘


아아~! '이 여좌~!' 하고 '날괴~!' 에선 TV를 보고 있는 내가 다 부끄러워서 대사에 나온 것처럼 살기 싫어질 지경이었다.


아 진짜~! 왜 이래~! 하면서 마구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도도혜의 정보를 쉐킷쉐킷해달라는 이미테는 자신이 철저히 역이용 당했다는 것도 모른 채 나흥신과 헤어졌고 뒷자리에 앉아 둘의 대화를 빠짐없이 듣고 있던 도도혜는 나흥신에게 더 많은 돈을 건네 주며 이젠 역으로 이미테의 정보를 캐달라는 의뢰를 하게 된다. 그리고 나흥신이 이 의뢰를 받는 장면과 함께 짧지만 강렬했던 김소연의 보그맘의 특별출연은 끝나게 된다.
무엇보다 이런 정신이상자에 가까운 부담스러운 외모와 함께 복모음이 지나치게 많이 쓰인 국적불명의 영어 발음을 쓰는 연기를 다른 배우가 아닌 김소연이 했다는 것이 그저 새삼 감탄했을 따름이다.


지난 2017년. 김소연은 일생일대의 가장 큰 경사를 맞이했다. 전작인 ‘가화만사성’에 처절한 사랑을 나누는 연기를 함께 했던 이상우와 결혼을 하였고 이젠 유부녀 배우가 되었다. 그리고 2017년엔 특별출연 형식으로 연기한 ‘보그맘’과 ‘20세기 소년소녀’외엔 출연한 드라마가 없이 안식년을 갖게 되었다.


미혼과 기혼배우의 간극에는 보이지 않는,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배우들의 역할의 차이가 있다. 트렌디 드라마의 주인공에서 생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예쁜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다니는 주인공에서 헝클어진 머리와 대충 걸친 추리닝이 어색하지 않은 조연으로의 변화를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변화의 시도로 특별출연 형식이었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큰 재미를 주었던 이런 보그맘과 같은 예능 드라마, 시트콤에 출연하는 것 또한 매우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김소연의 또 다른 깜짝변신을 기대해본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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