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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브람스는 흔히 알고 있는 텁텁하고 중후한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날카롭고 번뜩이는 눈매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을 향한 열정을 처절하게 웅변했던 열혈청년의 모습이었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한 생각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처음 들었을 때와 몇 번 들었을 때, 그리고 이 곡에 푹 빠져 여러 차례 들었을 때의 느낌은 언제나 달라진다. 처음 들었을 때는 웅장한 스케일에 반하게 되고 두 가지 어색함에서 당황스러운 느낌마저 들게 된다. 하나는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처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하모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어색함이고 또 하나는 통념상 알고 있던 브람스 음악의 궤도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어색함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처음 이후 몇 번을 거듭해서 들었을 때는 점점 이 곡에 빠져 들게 된다. 관현악의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과 그에 못지 않게 신경질적이다 할 정도로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는 언뜻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띄지만 브람스 특유의 두텁고 색채감 있는 음악은 차이코프스키의 작품과 그 궤를 달리 한다.

이 곡을 너무 좋아해서 푹 빠지는 마니아가 되었을 때 감상하는 느낌은 또 달라진다. 이 곡에 푹 빠져 사는 현재의 내 심정이라고 보면 될 것인데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브람스라는 작곡가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게 된다.

브람스의 스승인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슈만 부부. 클라라의 부모가 그토록 반대하는 결혼을 했건만 이들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도 못했고 오래가지도 못했다.



브람스는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작곡하기 전에는 몇몇 피아노 독주곡과 성악곡을 작곡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곡들은 음악사적 위치는 물론 브람스의 음악에서도 그다지 주목 받을 만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브람스 음악의 실질적인 첫 출발선은 바로 피아노 협주곡 1번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원래 브람스는 이 곡을 그의 첫 번째 교향곡으로 작곡하려 구상하고 있었다. 이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대규모의 관현악과 피아노가 서로 대립하며 으르렁거리는 곡은 브람스 이전과 이후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리스트, 그리그 등이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였으나 그 규모, 웅장함, 화려함에서 비교가 안되고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정도가 그에 필적할만하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아쉬움이 드는 가정이 성립하게 된다. 만일 브람스가 이 곡을 교향곡으로 작곡하였다면 어땠을까? 브람스는 40세가 넘어서야 그의 첫 번째 교향곡을 발표하게 된다. 교향곡의 작곡을 구상한 후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이었다. 이 20여 년의 세월동안 브람스는 실내악과 피아노 독주곡들을 주로 작곡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브람스 본인의 내성적이고 신중한 성격이었다. 그는 베토벤,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넘어서야 한다는, 적어도 그들보다 뒤쳐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기에 신중과 신중을 기해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겨우 첫 번째 교향곡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첫 번째 교향곡도 그렇고 이후에 나오게 될 세 곡의 교향곡, 그리고 그의 두 번째 피아노 협주곡을 비롯한 모든 협주곡과 관현악곡 역시 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의 화려함과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세상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간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웅변하였던 25세의 열혈청년 브람스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된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스승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그 죽음에 이르기까지 브람스가 겪어야 했던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고통, 그리고 스승의 아내에 대한 애틋함과 그 애틋함에서 비롯된 뜨겁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 모든 인생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브람스는 자연스레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사람이 되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인생의 아픔과 여기에서 비롯된 소극적인 성격은 훗날 만년의 브람스에게서 작곡가로서의 열정마저 빼앗아 갔다. 브람스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규모의 관현악곡을 작곡하였고 만년에는 작곡에 대한 열정이 사라져 소품, 독주곡 등을 작곡한 점을 미루어봐도 알 수 있다. 인생의 만년에 이르러서야 음악인생의 모든 것을 바쳐 교향곡 작곡에 전념하는 다른 작곡가들과는 너무도 판이하다.

브람스의 데스 마스크. 평생을 두고 마음속으로 흠모했던 스승의 아내가 사망한 후 그 역시 몇 달을 못살고 사망하였다.


브람스 음악에 대한 통념은 내성적이고 우울하고 인생에 대한 짙은 회한이 담겨 있는 어두운 색의 음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이런 통념을 충분히 파괴하고도 남는다. 1악장의 도입부에서부터 시작되는 신경질적인 현악기와 귀청이 찢어 질듯이 울려 퍼지는 금관, 그리고 으르렁거리는 팀파니. 그리고 이후 날카로운 금속성의 피아노까지 어우러진 이 곡은 어두움, 우울함 따위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웅장함과 화려함, 그리고 열정이 있을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만일 브람스가 좀 덜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면, 그리고 덜 소심하고 덜 내성적인 사람이었다면, 바그너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뻔뻔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면 아마 베토벤이 남겼던 그 이상의 교향곡을 남겼을 것이고 40세가 넘어서야 교향곡을 발표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교향곡은 그가 그토록 뛰어넘고 싶었던 베토벤의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그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음악사에서 그만의 확고부동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감상할 때마다 드는 진한 아쉬움이다.

25세의 열혈 청년 브람스. 그의 스승인 슈만이나 혹은 그 누군가가 무척 닦달을 했다면 어땠을까? 좀 더 뻔뻔해지고 좀 더 무대뽀로 밀고 나가라고 닦달을 했으면 어땠을까? 다른 건 다 제껴두고 관현악곡, 교향곡의 작곡에 열중하라고 사정없이 볶아댔으면 어땠을까? 만일 그랬다면 교향곡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베토벤이 아니라 브람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동영상 감상

현역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의 하나로 꼽히는 크리스티앙 치머만은 1983년에 레너드 번스타인의 빈 필과 함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녹음하였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계획적으로 양성하고 있던 연주자 중 하나인 치머만은 훗날 다시 번스타인과 손잡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남긴 브람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은 동곡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참고로 번스타인이 키운 연주자들이 몇 있다. 번스타인은 이들과 협주곡을 연주하며 이들이 클래식 음악계에서 거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는데 바이올린의 기돈 크레머, 첼로의 미샤 마이스키, 피아노의 크리스티앙 치머만이 그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치머만-번스타인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음반은 폐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치머만의 반대로 폐반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2003년엔 사이먼 래틀의 베를린 필과 다시 손잡고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녹음하였다. 이 음반은 근래에 발매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음반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만큼의 높은 평가를 받기엔 이전에 나온 커즌-셀, 길렐스-요훔의 음반이 너무 뛰어나 역부족이 아닐까 생각했다.

음반은 폐반되었지만 다행히도 공연실황의 DVD는 지금도 존재하는데 이 동영상을 보면 번스타인의 공격적이면서 다소 오버한 듯한 오케스트라와 이에 맞서는 치머만의 팽팽한 맞대결이 압권이다. 커즌-셀만큼은 아니지만 번스타인 특유의 불타오르는 연주가 잘 드러나 이 곡의 개성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그리고 젊은 치머만의 피아노도 여기에 밀리지 않고 팽팽하게 치고 나가며 제 자리를 잘 찾아간다. 치머만은 20년 후에 발매된 래틀과의 협연보다 여기에서 더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이 곡은 원래 브람스가 교향곡으로 구상했다는 사실처럼 피아노보다는 관현악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기 쉽다. 그런 이유로 자칫 피아노의 소리가 관현악에 파묻혀 버릴 수가 있어서 피아노 연주자는 이에 맞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대단히 강렬한 타건을 들려주어야 하는데 바로 이 점에서 치머만은 노련한 백전노장 번스타인에 맞서 자신의 피아노를 잘 살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추천음반

1. 에밀 길렐스-오이겐 요훔, 베를린 필

Emil Gilels (piano)
Eugen Jochum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녹음: 1974/6 Stereo, Analog
장소: Jesus-Christus-Kirche, Berlin

전통의 명반이다. 가장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이 곡의 1순위 추천음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 이 음반에서 들려주는 연주가 이 곡을 대표하는 제1의 표준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 음반은 그만큼 많은 애호가들의 추천도 받는 동시에 혹평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부분부터 살펴본다. 극단적으로 딱 잘라 말하자면 피아노 반주를 맡은 오케스트라, 그것도 세계 최고인 베를린 필의 존재가치가 무엇인가하는 근본적인 물음까지 갖게 만든다. 길렐스의 피아노를 서포트해주는 것까지는 좋지만 전혀 존재감이 없는 밋밋한 반주는 극적인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이 곡은 어디까지나 25세의 열혈청년 브람스가 작곡한 곡이었기에 더더욱 극적인 재미와 감동이 아쉽기만 하다. 길렐스의 묵직하면서 명징한 타건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피아노 독주만을 놓고 판단할 때 길렐스의 연주를 넘어설 수 있는 음반이 다시 나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2. 클리포드 커즌-조지 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Clifford Curzon
George Szell (conductor)
London Symphony Orchestra
녹음: 1962/5 Stereo, Analog
장소: Kingsway Hall, London

길렐스-요훔의 음반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보이는 또 다른 명반 중의 명반이다. 내 경우를 들자면 이 곡을 길렐스-요훔의 음반으로 처음 접한 뒤 이 음반을 알게 되었는데 그 느낌이란 말 그대로 충격과 감동이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소화불량, 스트레스해소용 음반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은 셀의 반주는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 맞서는 커즌 또한 만만치 않다. 독재적 지휘자인 셀의 반주에 맞서서 단 한발도 물러남이 없이 강렬한 타건으로 응수한다. 하지만 셀의 반주가 강해도 너무 강하다 보니 커즌의 피아노가 조금 뭉뚱그려지는 듯한 느낌은 분명히 있다. 피아노의 소리가 약간 떠있기도 하고 눌려있다. 그런 이유로 이 음반을 듣고 나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 고집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워했던 조지 셀 영감이 소련 최고의 강철타건 길렐스와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길렐스와 오이겐 요훔의 음반에선 길렐스의 피아노에 기가 죽어 오이겐 요훔이 베를린 필이 쩔쩔 매는 모습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애호가들은 이 음반을 길렐스-요훔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적어도 이 곡은 이렇게 연주해야 제맛이라는 것인데 나 역시 100% 공감한다.

3. 레온 플라이셔-조지 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Leon Fleisher, piano
George Szell (conductor)
Cleveland Orchestra
녹음: 1958/02/21-22 Stereo, Analog
장소: Severance Hall, Cleveland, Ohio

유명한 클리포드 커즌의 음반보다 더 먼저 녹음된 음반. 역시 조지 셀이 반주를 맡았다. 커즌의 음반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커즌의 음반만큼의 짜릿한 감동은 100% 보장하는 명반이다. 이 음반의 booklet을 보면 대 지휘자인 조지 셀 할배가 젊은 청년 피아니스트 플라이셔를 살갑게 가르치는 사진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커즌-셀의 관계가 으르렁거리며 불꽃튀는 관계였다면 플라이셔-셀은 경쟁적이라기보다는 서로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어주는 관계였다고 할 수 있겠다.

4. 빌헬름 박하우스-아드리안 볼트,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Wilhelm Backhaus(p)
Adrian Bolt (conductor)
BBC Symphony Orchestra
녹음: 1932/11/28 Mono
장소: No.1 Studio, Abbey Road

베토벤, 브람스의 피아노 곡에서 빌헬름 박하우스를 빼면 서운하다. 박하우스는 순수 독일일으로 독일출신 작곡가의 곡을 가장 잘 연주하기로 정평이 난 거장이었다.
박하우스는 이 곡에 많은 애착을 갖고 녹음하였는데 1932년 아드리안 볼트와 협연한 음반을 비롯하여 칼 뵘, 피에르 몽퇴 등의 지휘자와 함께 작업하였다. 이들 중 가장 유명한 음반은 1953년 칼 뵘과 함께 녹음한 음반일 것이다.

박하우스는 건반의 사자왕이란 별명답게 힘차게 포효하는 듯한 강한 피아노가 특기이나 1950년 전에 녹음한 음반들은 음질이 너무 좋지 않고 스테레오 시절 이후의 음반들은 건반의 사자왕다운 강한 터치와 힘을 느끼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차라리 음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1932년에 녹음한 이 음반을 한 번쯤 감상해보길 권한다. 왜 그가 건반의 사자왕이란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였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다.

5. 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프리츠 라이터,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Artur Rubinstein
Fritz Reiner (conductor)
Chicago Symphony Orchestra
녹음: 1954/04/17 Stereo, Analog
장소: Orchestra Hall, Chicago


쇼팽의 교과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피아노의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의 곡을 가장 잘, 음유시인의 노래답게 전달했던 그 루빈스타인이 과연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했다. 과연 달라도 한참은 다른 성향의 두 곡을 같은 사람이 연주해도 잘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루빈스타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하고 거침없는 타건과 더불어 간결하면서도 역시 거침없는 무대뽀 지휘자였던 프리츠 라이너의 반주는 명불허전이다. 한때 이 음반만을 몇 달동안 듣고 다닌 적이 있었고 들으면 들을수록 반하게 만드는 연주였다.

6. 마우리치오 폴리니-칼 뵘, 빈 필

Maurizio Pollini
Karl Bohm (conductor)
Wiener Philharminiker
녹음: 1979/12 Stereo, Analog
장소: Musikverein, Wien

이 곡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음반 중의 하나.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이라면 정평이 난 칼 뵘, 빈 필이 이번엔 폴리니와 손을 잡고 연주하였다. 그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뵘 음악의 특징이자 맹점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 엄격한 스타일의 반주가 이 음반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 엄격함이 평면적이고 건조하게 들린다. 폴리니의 연주는 매우 힘차고 청명하다. 그러나 이 둘의 조화가 썩 잘어울리지 못한다. 2악장은 괜찮다.

7. 루돌프 제르킨-조지 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Rudolf Serkin (piano)
George Szell (conductor)
Cleveland Orchestra
녹음: 1968/04/19-20 Stereo, Analog
장소: Severance Hall, Cleveland, Ohio

루돌프 제르킨의 피아노는 날카로우면서 정확한 터치, 선명한 음색이 특징이다. 그 연주 스타일이 과연 이 곡에서도 그대로 빛이 날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이 곡이야말로 제르킨 특유의 피아니즘이 가장 잘 두드러지게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지 셀은 제르킨과 동문수학한 사이였고 여러 연주자와 이 곡을 녹음한 바있는 최고의 스페셜리스트이기에 더더욱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인지 실망도 컸다. 제르킨의 피아노 소리는 뭉툭하고 둔하게만 들리고 특유의 정확한 터치는 느낄 수 없었다. 조지 셀의 반주도 커즌, 플라이셔와 할 때와는 판이했다.

8. 크리스티앙 치머만-사이먼 래틀, 베를린 필

Krystian Zimerman
Sir Simon Rattle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녹음: 2003/09, 2004/12 Stereo, Digital
장소: Scoring Stage Berlin / Saal 1 Great Hall

21세기 이후에 나온 음반 중 가장 유명한 화제의 음반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의 한 사람인 치머만은 이 음반을 녹음하기 전 번스타인과의 협연을 통해 명연주를 남긴 바 있었고 아바도 이후 베를린 필의 수장을 맡고 있는 래틀이 치머만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화제가 될만한 것이었다.

듣는 이에 따라서 최고의 명연이라고 하는 사람고 있지만 내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이 음반에 대한 사전정보를 전혀 모르고 듣는다 하더라도 많은 점수를 줄 순 없는 수준이다. 우선 치머만의 피아노가 지나치게 평면적이다. 차라리 옛날 번스타인과 했을 당시의 연주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래틀의 반주도 답답한 멜로디만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9.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브루노 발터,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

Vladimir Horowitz
Bruno Walter (conductor)
Concertgebouw Orchestra Amsterdam
녹음: 1936/02/20 Mono
장소: Carnegie Hall, New York City

20세기 최고의 비르투오소로 이름을 날린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아르투르 루빈스타인마저 긴장하게 만들었던 당대 최고의 실력자 호로비츠. 그가 녹음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그의 장인 토스카니니와 협연한 음반이 꽤 유명하지만 어찌보면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인 1번 피아노 협주곡의 음반은 유명하지 않다. 젊은 호로비츠의 최전성기 중의 전성기 시절인 1936년에 녹음한 이 음반은 녹음상태가 좋지 않아 음질이 무척 불량하지만 호로비츠라는 귀신같은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줄 수 있다. 과연 그는 모두를 벌벌 떨게 했던 당대의 명인이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명연 중의 명연이다. 단,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막 나가는 피아노의 연주가 거슬린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대부분의 음반은 1악장에서 20분을 상회한다. 그러나 이 음반은 18분대에 깔끔하게 끝낸다. 1악장만 다 듣고 나도 얼이 빠질 지경이다.

10. 그 외의 음반

알프레드 브렌델-클라우디오 아바도, 베를린 필(1986)
글랜 굴드-레너드 번스타인, 뉴욕 필(1962)
넬슨 프레이레-리카르도 샤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2006)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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