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통음을 했다. 평소에 혼자 자주 가는 술집이 있는데 급하게 통음하는 모습을 보고 사장이 놀라더군. 평소답지 않게 너무 많이 드신다고. 왜 그렇게 드시는지 알겠다며 편히 들어가서 쉬시라고 한 말까진 기억난다. 딱 거기까진 기억하겠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 방이군. 속이 엄청 쓰리다.

노사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일은 노사모만의 슬픔이 아니다. 그리고 노사모만이 슬퍼해야 하는 특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만일 이 말을 봉하마을에서 자원봉사 혹은 추모 행렬에 서있는 노사모 회원에게 한다면 펄쩍 잡아 뛰겠지. 하지만 국민들의 눈엔 딱 그렇게 보인다. 내 눈에 대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에 가시만 잘 보인다고 했었나? 다른 사람을 탓하면서 조문 행렬에서 쫓아내는 짓거리들 하기 전에 그대들의 허물이 없는지부터 살펴봐라.

1. 이회창 총재.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대선에서 또다시 낙선한 후 재임기간 내내 야인으로 살다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금 정계에 복귀했다. 이회창 총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에 어떤 독설을 얼마나 퍼붓고 또 정책을 반대했고 비판했는지, 얼마나 피해를 끼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설령 그랬다 한들 이회창 총재가 노대통령의 재임기간 큰 피해를 끼칠 만큼의 영향력이 있지는 않았다. 위의 사진을 보라. 이총재의 착잡한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미안해지려고 한다.  

비교적 아주 이른 저녁 시간에 정치인으로서는 가장 먼저 조문을 찾아간 이총재의 모습을 보면서 난 인간적으로 반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느꼈다. 노무현과 이회창. 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았을 뿐 서로를 증오하진 않았다고.

그 이회창 총재마저 쫓아내고 버스에 계란까지 던지는 것이 과연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행위일까?

2. 진보신당 정치인


오마이 뉴스에 나온 기사를 인용해 보면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봉하마을에 걸린 대형 펼침막...가로등 대신 '촛불 길' [오마이뉴스] 2009년 05월 23일(토) 오후 06:10

조금 뒤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 심상정 전 대표, 조승수 의원 등이 도착하자, 한 노사모 회원은 "노회찬이 너, 노무현 깔 때 기분 좋았지, 더러운 X"이라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나와 있다. 노회찬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깠다고 해도 조문에 와서도 욕을 먹을 만큼 잘못된 삶을 살았나? 살고 있나? 아니, 설령 그렇다고 한들(사람의 생각은 각자 다를수 밖에 없으니) 노회찬 의원과 진보신당 국회의원의 조문을 고인께서 거부할까? 아니면 고인의 친가족들이 거부할까? 노사모들은 그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보라. 

3. 정동영 의원

 

밤 10시께 정동영 의원(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부인과 함께 봉하마을 입구에 도착했지만, 노사모 등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발에 조문을 하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시민들은 "배신한 정동영이 여기올 자격이 있느냐"고 외쳤다. 

[동영상]정동영 의원 '쓴 웃음'만 남기고 발길 돌려

앞서 두가지 케이스와 똑같으니 달리 쓸 얘기도 없다. 무엇이든 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고인께서 과연 정동영의원의 조문을 막았겠는지. 

그 외에 전두환, 이명박 이름의 화환을 짓밟고 태워버렸다는데...그것도 문제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 이장도 아니었고 노사모 친목회장도 아니었다. 일국의 대통령으로 5년간 재임하고 무사히 퇴임했던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만큼의 엄청난 영향력을 지녔으며 그의 갑작스런 서거에 외국의 정치 지도자들도 끝없는 애도를 보이고 있다. 그분이 봉하마을 이장이나 친목회장 정도의 인물이라면 지지자들이 밖에서 그와 같은 행패를 부리는 것을 욕하면서 봐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분은 노사모들의 편협한 생각으론 이해할 수 없을만큼 대단한 분이었다. 

노사모들아. 그대들의 편협한 사고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 잘못된 사고방식과 행동이 노사모가 아니지만 그 분을 애도하는 다른 많은 국민들에게 반감을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 그대들의 그와 같은 행동이 그 분의 생전에도, 사후에도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 

사랑은 집착과 소유가 아니다. 포수는 한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는 싯구가 떠오른다. 그대들이 어제 오늘 했던 그 행동들로 인해 남겨진 것은 무엇이며 또 돌아올 것은 무엇인가. 한 번만 더 생각해봐라. 다른 것과 틀린 것은 구분해야 상식적인 사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토록 외치지 않았나. 분단없고 갈등없고 통합하는 자유로운 세상 만들자고.

저작자 표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ni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