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의 복귀-SK 신임감독 김성근
KBO Story :
2006/10/10 11:55
김성근, SK 사령탑으로 4년만에 복귀
기사입력 2006-10-09 16:59
누구도 해낼 수 없었던 마술
김성근 감독이 야인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이라면 어느 팀에도 뒤질 것이 없는 SK 와이번스의 3대 감독으로 복귀하며 다시 한 번 그의 마술야구를 기다리는 수많은 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에 대한 호불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의 야구를 좋아하는 쪽이건 싫어하는 쪽이건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게 인정한다. 그것은 가망성 없는 팀의 체질개선엔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다.
창단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보지 못했던 인천야구팀을 당당히 정규리그 3위까지 오르게 했고 다른 7개구단과 같이 경기를 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지경이었던 2군팀인 쌍방울 레이더스의 돌풍을 일으키며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신화를 이룩했다.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LG 트윈스의 감독대행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2002년엔 한국시리즈 진출이란 또 한 번의 쾌거를 이룩한 그를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마술사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또한 김성근 감독은 왕년의 명투수답게 투수를 키워내는데 있어서는 국내의 그 어느 지도자와도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여러차레에 걸쳐 선보였다.
박정현, 김현욱, 신윤호...
이들 모두는 김성근 감독이 아니었다면 프로무대에서 이름도 없이 산회되었을 가능성이 큰 투수들이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야구스타일에 대해선 이런저런 악평들이 난무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그 악평들의 이유를 분석해 보면
1. 투수 혹사
2. 지나친 데이터 야구의 신봉. 재미없는 작전 야구
3. 잦은 투수교체로 인한 경기의 흐름을 끊는 야구
대략 세 가지 정도로 나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 또한 가능한데 특히 나처럼 김성근 야구 신봉자이며 옛날 쌍방울 레이더스의 짧고도 강렬했던 영광의 순간을 기억하는 팬의 입장에선 철저하게 김성근 감독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김성근 야구의 많은 비난, 논란의 쟁점이 되는 부분들에 대해 과연 그가 비난받아야 할 정도의 무리한 야구를 하는지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겠다.
김성근 야구의 비판. 과연 옳은 것인가.
김성근 감독은 귀신,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이다. 2002년 엘지를 꺾고 사상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의 김응용 감독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자신이 치룬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힘들었던 승부였노라고 밝혔다. 이처럼 김성근 감독은 상대방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이기는 야구, 이길 수 있는 야구를 한다.
바로 이 점이 양날의 칼로 존재할 수 있는 위험요소로 작용하는데 지더라도 호쾌한 야구를 할 것인가 아니면 1, 2점 차이의 아슬아슬하면서 재미없고 째째한 승부를 할 것인가의 논란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크게 크게 헛스윙만 휘드르며 이길땐 10-0으로 이기고 질 땐 1-0으로 지는 야구는 잠깐의 즐거움을 줄 순 있겠지만 결코 승자가 될 수 없다. 결국 이기는 야구가 재미있는 야구이다.
김성근 감독은 이기기 위해 확실한 패만을 꺼내든다. 자신이 키운 제대로 된 투수 한 명을 매일처럼 등판시켜 확실하게 이기는 야구를 추구하는데 이는 시즌 후에 바로 어깨가 망가지는 부상의 위험으로 직결될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을 비난하는데 있어서 가장 많이 쟁점이 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선 반론이 가능하다. 김성근 감독은 어떻게 투수를 조련해야 할지 알고 있고 또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다. 무리한 등판으로 혹사를 당했다는 것은 김성근 감독의 투수운용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김현욱 투수의 예를 들어보자. 김현욱 투수의 경우 삼성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한 투수였으나 쌍방울에서 화려한 야구인생을 꽃피울 수 있었고 1997년엔 다승, 방어율, 승률의 삼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듬해인 1998년엔 13승을 기록했고 이후 자신을 버린 팀인 삼성에 다시 트레이드되어 2002년엔 승률과 홀드 타이틀을 차지하며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볼 수 있었다.
김현욱 투수는 1997년 구원투수로 20승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혹사를 하였으나 이듬해에 또 다시 13승씩이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김성근 감독의 관리때문이었다.
그렇게 혹사를 한 김현욱 투수에게 김성근 감독은 겨우내 일절 피칭을 하지 말고 어깨에 휴식을 취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김성근 감독의 명령을 잘 이행한 김현욱 선수는 이후에도 롱런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김성근 감독이 키워서 망가뜨렸다고 평가받는 박정현, 신윤호 선수의 경우는 김성근 감독의 말을 들을 수 없거나 말을 듣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태평양의 박정현 선수는 19승을 기록하며 신인왕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신인투수 19승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유일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렇게 혹사를 한 박정현 투수는 이후 김성근 감독의 관리를 받을 수 없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듬해에 태평양을 떠나 삼성감독으로 부임했기 때문이었다.
엘지의 신윤호 선수도 마찬가지다. 2002년 최고의 해를 기록하며 투수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한 신윤호 선수는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지 말라는 김성근 감독의 명령을 어기고 기어이 출전을 감행하였고 게다가 김성근 감독은 엘지 감독에서 해임되었다.
이상을 종합하면 김성근 감독은 명투수를 조련하고 그 투수를 활용하여 게임에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그 투수의 관리까지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명장 중의 명장이란 것이다.
김성근 야구의 맹점
김성근 감독이 비판받는 또 한 가지의 부분은 잦은 투수교체로 인한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선발투수에게 5이닝 이상을 책임지게 하지 않고 자신의 데이터와 직감에 따라 바로바로 투수를 교체하는 식의 야구를 말하는데 이 점에 있어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김성근 감독은 철저하게 이기는 야구만을 신봉하기 때문에 자신이 믿는 한 명의 투수만을 계속 등판시킨다. 그 투수가 구원투수라면 매일처럼 등판시켜 확실하게 이기는 야구를 추구하게 되고 선발투수라면 때에 따라서 구원등판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철저히 분업화 된 시스템의 현대야구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했다.
이 점에 대해선 앞으로 김성근 감독이 어떻게 해나갈지 모르겠지만 SK처럼 풍부한 재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젊은 재원들이 넘쳐나는 팀에서, 또한 더 이상의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순 없다는 점에서 아마 본인도 이제까지 해왔던 자신만의 스타일에 수정을 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SK 감독으로서의 성공가능성
김성근 감독이 가장 화제가 되었던 적은 쌍방울 감독 시절이었다. 도무지 가망성이 보이지 않는 팀인 쌍방울. 스타플레이어라곤 김기태, 조규제 외엔 없었던 그 황무지의 팀을 이끌고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까지 이룩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은 자랑스런 전주시민상이란 상까지 수상하였다.
당시 쌍방울은 한물간 노장스타들의 마지막 집합소 + 검증되지 않은 신인급 선수들의 시험무대같은 팀이었다. 이렇게 가망없는 팀인 쌍방울에 부임한 김성근 감독은 김기태를 중심으로 김광림, 박노준의 백전노장과 함께 박경완, 조원우, 최태원 등의 신인급 선수들로 끈끈한 공격력을 가진 타선을 만들었다.
김원형 말고는 10승 투수 한 명 없었고 조규제 외엔 세이브를 올릴 구원투수 하나 없던 삭막한 마운드에 오봉옥, 성영재, 유현승, 김기덕, 김현욱을 화려한 백조로 탄생시키며 8개구단 어느 팀보다도 강한 마운드를 구축,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쌍방울은 96년, 97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는데 실패하였다. 그리고 이전에도 김성근 감독은 꼴지팀을 어느 정도의 궤도까지 올리는데는 탁월하지만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숨어있다. 정규시즌이라면 모를까 단기전은 몇 명의 확실한 투수와 갑자기 폭발하는 타자 몇 명이 이끌어가는 승부이다. 1999년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상기해보라. 정민철-송진우-이상목의 빅3와 마무리 구대성의 4명이 이끌어낸 우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성근 감독이 맡았던 팀들은 이런 확실한 에이스들이 없었기 때문에 우승의 문턱까지 가지 못했던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투수 한 명만을 믿고 계속 등판시키는 그의 투수운용 스타일에 한계도 드러나는 것이다)
SK 와이번스의 현재 투수진을 보면 선발투수로는 10승 투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채병룡, 신승현, 정대현이 모두 7승, 8승을 기록했을 뿐이다. 구원에서도 외국인 투수 카브레라가 16 세이브를 기록했을 뿐이다. 이 정도의 부실한 마운드로 6위라도 한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하지만 SK에는 싱싱한 어깨를 가진 신인급 투수들이 많다. 언제까지 미완의 대기로 남을지는 모르지만 엄정욱 투수도 있다. 만일 이들이 김성근 감독의 투수조련을 받고 SK 구단의 공격적인 투자, 마케팅에 지원을 잘 받는다면 삼성 마운드에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투수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미완의 신화로 남았던 쌍방울 레이더스와 다른 점이라면 바로 이런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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