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잘함의 생활

보리스 베레초프스키라는 피아니스트가 요즘 자꾸 끌린다. 베레초프스키는 피아니스트, 피아노 음악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는 매우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다. 러시아 출신으로 약관의 나이에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쿨에서 1위를 차지한 인물, 역대 최연소 콩쿨 우승의 기록을 갖고 있는 명 피아니스트이다. 참, 그 기록이 이젠 일본 여자에 의해서 깨졌겠군.

이 사람은 정통 러시아 피아니즘을 승계한 후예답게 엄청난 힘의 피아니즘을 구사한다. 커다란 덩치와 엄청나게 큰 손, 그리고 강한 팔힘과 정확한 타건으로 무시무시한 괴력을 선보인다. 별명은 건반의 사자왕, 러시아의 사자왕. (사실 이 별명의 원조는 그 유명한 빌헬름 박하우스인데 베레초프스키에게도 붙였나보다. 들어보면 박하우스의 피아노엔 한참 못미치던데)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피아니스트 중의 한 명으로 우리나라에도 왔었다. 그 어렵다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을 하룻밤 사이에 모두 연주하였고 뿐만 아니라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까지 연주한 엄청난 스태미너를 자랑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하룻밤에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곡을 모두 연주하는 믿을 수 없는 괴력을 자랑한 사람이다. 힘 하나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이다.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아직까지 그다지 많은 음반을 내놓진 않았다. 주요 레퍼토리는 역시 러시아 피아니스트답게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
또한 주목할만한 레퍼토리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인데 베레초프스키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베레초프스키가 연주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4번 마제파. 건반위로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하는 장면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 영상을 보면 베레초프스키의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갖고 있는 베레초프스키의 음반은 딱 하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과 연습곡 일보 녹음 음반이다.


이 음반에서 들려주는 라흐마니노프 3번은 최고의 연주로 꼽히는 아르헤리치, 호로비츠의 음반에 비해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연습곡들의 느낌도 그랬다. 그 이후로 베레초프스키의 음반은 듣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요즘 베레초프스키에게 자꾸 관심이 가고 끌린다. 무엇보다 그의 이름이 참 멋있다. -_-; 보리스 베레초프스키. 뭔가 강인한 느낌을 주지 않는가? 게다가 괴력의 소유자이고 대단히 열정적인 연주를 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앞으로 꾸준한 관심을 갖고 볼만한 피아니스트임에 틀림없다. 그는 무엇보다 아직은 젊고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의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베레초프스키. 일전에 내한공연을 했을 땐 내가 몰라서 못갔지만 다음 기회에 다시 한국에 오게 된다면 꼭 한 번 가보겠다. 가서 그대와 함께 정열과 힘의 러시아 피아니즘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