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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에 무척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연애시대. 참 잘 만들어진 트랜디 드라마였다. 트랜디 드라마에 대해 어느 정도 거부감이 있고 드라마 자체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지만 이 드라마는 예외였다. 상당히 촘촘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 구성과 인물간의 심리묘사를 잘 드러낸 재미있게 잘 만든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는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한 부부간의 사랑이야기라는 생소한 소재를 섬세한 터치와 팽팽한 심리전을 코믹하게 다룬 점이 매우 흥미롭다.

동진과 은호는 누구 못지않게 아름다운 사랑을 하였으나 짧은 시간동안 그들에게 주어진 시련,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이혼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과 편안함을 주기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슬픔과 안타까움만을 줄 것 같기에 그들은 이혼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혼을 하고나서야 비로소 편안한 친구처럼 자주 만나서 술자리도 함께 하고 여행도 함께 가는 굉장히 아이러니한 상황, 불안한 스탠스를 취하며 서로의 감정을 조금씩 내비춘다.

두 사람은 이혼후에도 연애시절 불렀던 조갑경, 이정석 듀엣의 '사랑의 대화' 를 부른다. 참으로 알쏭달쏭한 관계라 아니할 수 없다.

서로의 자존심과 반복될 것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어느 누구도 선뜻 재결합을 제안하지 못한 채 이런 불안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친구도 아닌, 연인도 아닌 이들의 관계를 보고 있노라면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의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존심과 불안함이 뒤섞인 팽팽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겐 사랑의 Inhibitor(저해자) 가 끼어들어 균열을 유도한다.

은호를 처음 본 순간 삶의 구원을 얻었던 호텔재벌의 아들 현중은 끈덕지게 은호에게 치근거린다. 
이혼의 아픔을 경험하고 딸아이에게 마음을 의지한 채로 살아가는 은호의 친구 미연. 미연은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줄 남자를 물색하는데 마침 동진이 그녀의 앞에 나타난다. 푼수끼 넘치는 글래머 미연은 동진에게 육탄공세를 퍼붓는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너무 흐지부지하다 싶을 정도로 금세 관계가 끝나고 극중에서 자연스럽게 퇴장하고 만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직은 사랑의 감정이 남아있는 것만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더 진화된 새로운 강적들이 등장한다.

밤늦은 시간에 홀로 남아 수영하는 은호의 모습을 훔쳐보는 윤수. 바로 여기에서부터 4년간의 금욕과 절제의 끈이 끊어지기 시작한다.  

은호가 홀로 남아 수영을 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려 4년간의 불안한 독신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대학교수 윤수. 지적이고 넘치는 매너로 무장한 신사중의 신사이다. 그는 매우 정중하게 은호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은호 역시 마음이 흔들려 그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인다. 방황하는 동진은 만취하여 은호의 손을 붙잡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등장한 조연들은 사실 두 사람의 팽팽한 관계를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그들의 불안한 자세에서 서로를 사랑하는 감정만을 더욱 공고히 해줬을 뿐이다. 바로 그때, 그들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강적이 등장하게 된다.

정유경. 동진의 중학교 동창. 동진의 가슴속에 애틋한 첫사랑의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녀. 그녀는 동진이 가장 힘들어 하던 바로 그때에 거짓말처럼 나타나 동진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동진의 삶을 '하루를 버티는 것' 에서 꿈과 희망을 갖고 '하루를 살아가는 것' 으로 바꿔 놓는다.

유경은 동진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첫사랑의 주인공이다. 어린 소년의 가슴을 사정없이 방망이질했던 바로 그녀가 등장한 것이다. 어린 시절의 가슴 설레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그녀가 바로 어린 시절의 그 단아하고 세련된 모습 그대로 동진에게 나타난 것이다. 동진은 은호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차분하고 세련된, 우아한 모습의 그녀를 보고 다시금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유경이 현중, 미연, 윤수와 차원이 다른 점은 바로 아름다운 추억속의 과거와 다시금 가슴 설레게 하는 현재의 모습, 그리고 그 과거와 현재의 모습으로 투영되는 미래에 대한 환상을 갖게 만드는,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중, 미연, 윤수는 현재의 액면가와 좋지 만은 않을 것 같은 불확실한 미래를 내포하고 있는 캐릭터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경은 그들보다 훨씬 더 강적인 것이다.

윤수의 접근으로 약간은 은호쪽으로 기울 것 같았던 힘의 균형은 유경의 등장으로 완전히 깨지고 만다. 이전까지의 이야기가 약간은 알콩달콩하면서도 유치찬란한 신파조의 흐름이었다면 유경의 등장으로 다소 코믹스럽기까지 했던 그들의 관계는 여지없이 깨지며 코믹과 정통 신파로 갈라지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13부와 14부에서 그 정점을 맞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은호가 맨몸으로 감당해야만 했던 3연타 펀치이다.

1.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던 추억의 공간에서의 눈물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 되었길래 우리는 추억의 공간에서 웃음이 아닌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걸까?

어린 시절 자신이 썼던 문집을 가지러 동진의 집-한때는 둘이 함께 했던 신혼집-을 찾은 은호.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집안 구석구석을 바라보며 그 옛날, 잠깐이지만 행복했던, 달콤했던 신혼의 시절을 추억하며 깊은 감상에 빠진다. 그리고 벽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다 바닥에 쓰러져 울다 지쳐 잠이 든다.
난 이 장면을 보면서 왈칵 눈물을 쏟을 뻔 했다. 내가 은호와 같은 가슴시린 사랑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기쁨과 슬픔, 밝고도 어두웠던 추억의 공간을 찾는 이라면 누구든 그런 감상에 빠져 들 것이다. 바로 나에게도, 누구에게도 그런 공간이 있으리라. 도대체 얼마나 난 행복해져야, 얼마나 기뻐야 바로 이곳에서 눈물대신 환한 웃음만을 지을 수 있을까? 

2. 아버지보다 더 자상한 전 남편의 부모님

새로 맞이할 며느리에 대한 기대감보다 옛 며느리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더 큰 부모님. 그들의 사랑은 은호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아들 동진이 유경과 결혼날짜까지 잡고 재혼상대의 인사까지 시키게 되자 인사를 받기 위해 상경한 동진의 부모는 맨 먼저 은호의 직장에 찾아 간다. 그리고 은호에게 선뜻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괜찮냐고만 묻는다. 은호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연신 괜찮다고 하며 옛 시부모를 안심시키려 한다.
동진의 어머니는 못내 아쉬워 은호에게 집에 놀러오라고까지 한다. 심지어 몰래 만나기라도 하자면서. 차라리 이혼 후에 완전히 남처럼 지낸다면 정이라도 떨어질 텐데 이토록 자상하고 사이좋은 전 시부모와의 관계는 은호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3. 전 남편의 결혼식장에서 박수를 보내야만 하는 한 여인

전남편의 결혼식에 앉아있는 은호. 아아~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ㅠ.ㅠ

원투펀치에 이어서 이번엔 어퍼컷까지. 은호는 전남편 동진이 결혼식을 올리게 되자 잠깐 축하해주는 의미로 인사만 하려고 찾아간다. 그러나 선상에서 올리는 결혼식의 배 출발시간을 착각하여 끝까지 결혼식장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남아 있게 된다.
전 남편이 신랑 입장을 하게 되고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은 유경이 화사하게 등장할 때 은호는 매우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박수로 그들을 축복해준다.
어떤 심정일까? 결혼도, 이혼도, 재혼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다. 패티 페이지의 ‘I went your wedding~' 의 가사를 쓴 사람은 바로 그런 경험을 했던 사람일까? 그래서 그토록 기막히게 애절한 가사를 썼던 것일까?

풀어지는 실타래

13부와 14부에서 정점을 달리게 된 이야기는 마지막 15부와 16부에서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작은 오해. 그 오해에서 이들은 어긋나기 시작했고 한 번 어긋난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동진의 친구 준표에게서 모든 사실을 전해들은 은호는 자신의 섣부른 오해가 남편 동진에게 크나큰 상처를 입혔다는 것을 알게 되고 크게 낙심한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 속에서 동진과 유경의 결혼을 축하하는 축가를 불러준다.

이후 전 남편의 결혼식을 지켜봐야했던 은호에겐 죄책감에 시달리며 홀로 괴로워하는 시간이 계속된다. 이는 새출발을 하게 된 동진과 그 동진과 결혼을 한 유경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동진은 결혼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던 은호의 모습을 잊지 못하고 결혼생활 그 자체에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그 동진과 함께 사는 유경 역시 마음이 무겁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은호의 동생 지호에 의해 두 사람은 춘천행 밤기차로 여행을 떠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다시금 동진-은호-유경의 관계는 겉잡을 수 없게 된다.

사실 난 15부와 16부에서 작가가 내린 결론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한 번 했던 결혼은 결코 장난이 아니며 두 번째 한 결혼 역시 결코 장난이 아니다. 결혼하고 헤어지고 재혼하고 또 재결합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위인가?

내가 가장 원했던 결말은 은호가 윤수와 사랑에 빠지거나 빠질 것 같은 암시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장 깔끔하지 않을까 생각하였는데 인생이란 예기치 못하게 흘러갈 수도 있고 사랑이란 두 사람의 관계를 쉽게 떨어질 수 없게 하고 떨어졌어도 다시금 이어지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나보다.

비록 결말은 내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서 맘에 들지 않기도 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본 드라마였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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