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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얼굴은 착하지만 모자란 아서 플렉, 오른쪽 얼굴은 고담시의 미치광이 살인자 조커. 이 둘은 동일인이며 이 둘을 탄생시킨 건 다른 세계의 괴물이 아닌 우리 사회의 불특정 다수, 우리 모두였다.

 

이제껏 선보였던 수많은 수퍼 히어로물 영화 중 정의의 편에서 사회를 보호하는 수퍼 히어로가 아닌 불의의 악당을 전면에 내세우고 성공한 대표적인 영화로 ‘다크 나이트’와 이 영화의 프리퀄인 영화 ‘조커’를 들 수 있다. 그리고 두 영화에서 보여주는 조커는 같은 인물이지만 그 같은 인물이 보여주고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많은 차이가 있다.  

 

두 편의 영화에서 조커가 던지는 질문

 


먼저 ‘다크 나이트’에서는 선과 악, 정의와 불의가 불투명한 대표적인 도시 고담시의 모습을 통해 선과 악, 정의와 불의가 무엇인지 다른 사람도 아닌 사회악인 조커의 입을 통해 묻는다. 조커는 이토록 부조리한 사회에서 통하는 어떤 정의로운 행동 또한 위선과 가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선량한 시민을 태운 선박 한 척과 죄수를 태운 선박에 폭발물을 설치한 다음 상대방 선박을 폭발할 수 있는 전폭장치를 주는 조커의 게임을 하는 장면은 그 백미였다. 조커는 그 사악한 웃음을 가득 띤 채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묻는다. 너희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고. 

 

영화에서는 냉정하고 차분한 두목 죄수의 손에 의해 전폭장치가 버려지고 일촉즉발의 상황은 간신히 인명피해 없이 정리되었다. 아마 이 장면을 보았던 그 누구도 마음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You Comlete Me. 적대적 공존관계라는 다소 애매하고 어려운 말뜻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이 말은 어쩌면 수퍼 히어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주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하는 그 순간. 아직까지는 이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선택을 한 사람은 선량한 시민이 아닌 바로 흉악범 죄수였다. 이 또한 부조리한 사회가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영화에 등장하는 악인들은 미쳤지만 멍청하진 않은 인물로 설정이 되어 있는데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그 정점에 있는 인물이었다. 배트맨과의 설전을 벌일 때에도 고담시의 정의의 사도, 영웅인 배트맨을 미친 듯이 비웃으며 던진 ‘You complete me’라는 말은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주제이다. 선인으로 보이는 자는 악인이, 악인으로 보이는 자는 선인이 있어야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서로를 완성시켜준다는 이른바 적대적 공존관계를 이야기하는 이 한 마디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오랫동안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고담시로 대표되는 혼돈의 세상을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미친 악인으로 등장한다면 ‘조커’에서의 조커는 혼돈을 선택해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를 보여준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바보스럽고 힘없지만 정직하고 우직하며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주인공 아서에게 도무지 견딜 수 없는 가혹한 시련만이 끊임없이 주어진다. 현재의 아서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멸시와 조롱, 그리고 기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랬던 그가 고담시의 가장 명망 있는 인사에게서 버림받은 사생아였다는 출생의 비밀까지 알게 된다. 이처럼 모두에게서 버림만 받으며 살아가는 현재와 과거를 가진 그에게 밝은 미래 따위는 허락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침내 스스로 잡고 있는 마지막 끈을 놓아 버리고 그가 가지 않았던 새로운 삶을 택한다. 바보스럽지만 우직하게 살고자 했던 삶은 멸시와 조롱만이 돌아 왔지만 그 반대의 삶을 택했을 때 그는 경찰차에 끌려갈 때에도 폭도들에게 구원받고 환호성을 듣는 영웅이 되었다.

 

이 영화를 상징하는 첫번째 장면. 착한 못난이 아서 플랙은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야 했다. 그러나 삶의 무게를 내려 놓은 조커는 기쁨과 환희에 겨워 계단을 내려오게 된다.

 

이 영화를 상징하는 두번째 장면. 착한 못난이 아서 플랙은 모두에게 괄시와 조롱의 대상이었으나 살인자 조커는 모두에게 환호받는 영웅이 되었다.


‘다크 나이트’에서처럼 ‘조커’ 역시 수많은 불특정인들에게 묻는다. 너희들의 과거는 과연 얼마나 순수했느냐고. 살면서 경험했던 많은 사회부적응자,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멸시만 받았던 사회의 약자를 보고 애써 외면한 적은 혹시 없었느냐고. 그렇게 너희들 스스로가 혹시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조커를 키워낸 적은 없었느냐고. 

 

나는 ‘조커’를 보고나선 나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반성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서 나와 집까지 운전하고 가는 차안에서, 그리고 귀가 후 집에서도 울림이 떠나질 않았다. 어쩌면, 어쩌면 나 역시 나도 모르게 지나온 수많은 시간 동안 누군가를 저 조커라는 괴물로 만드는데 방조한 건 아니었을까? 누군가가 내가 생각없이 뱉은 차가운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적은 없었을까? 생각하니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전교생과 한 명의 친구 사이에 끼어 있기를 불사했던 김소연의 용기

 

 

‘조커’를 보고 난 후 배우 김소연의 학창시절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김소연은 지난 2004년 유재석과 김제동인 진행하는 토크쇼 ‘해피투게더’에 출연하여 중학생 시절에 ‘전교생과 한 명의 친구 사이에 껴 본적 있다’는 에피소드를 회고한 적이 있다.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으면 쉽게 이해가지 않는 이 말은 전교생이 왕따하는 한 친구와 짝이 된 김소연이 혼자 그 친구와 함께 놀아주었다는 뜻이었다. 

 

 

과연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무려 전교생이 그 친구를 마치 전염병에 걸린 괴물처럼 취급했는지 알 도리는 없으나 몇몇 아이들의 협박까지 감수하며 매점과 화장실도 함께 가며 그 아이와 놀아주었다는 회고담을 들었을 때 나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너무도 익히 알려져서 달리 그 어떤 부연설명도 필요 없는 김소연의 착한 인성. 단지 친절과 예의만이 아닌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약자를 보호하고 싶은 측은지심, 그리고 아이들의 경고나 협박에 굴하지 않는 굳은 심지마저 함께 어우러져 있던 것이었다. 

 

내가 살아온 지난 과거에 ‘조커’의 아서처럼 약하기만 했던 아이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아이에게 나는 어떻게 행동했는지 곰곰이 회상해 보았다. 흔히 표현하는 결손 가정에서 성장한 몇몇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은 당당하고 밝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어둡게 살지는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는 단지 노력이라는 가벼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해야 그나마 그 아이들이 살았던 지난 날의 좀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과연 그 아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적어도 조커가 되기 전의 아서를 괴롭히던 거리의 폭력배 아이들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학생 시절의 김소연처럼 용기있는 선의를 베풀지도 못했던 겁 많은 아이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자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그처럼 용기있는 행동으로 전교생에게 왕따를 당했던 한 아이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 준 김소연에게 ‘역시~!’라는 찬사와 함께 큰 박수를 보낸다. 더 나아가 김소연은 ‘역시~!’ 앞으로도 수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아야만 하는 좋은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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