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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에서 선보였던 많은 재미있는 동영상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피치 파이브 시리즈가 아쉽게도 서른 개만의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짧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을 만큼 너무도 귀엽고 재미있기만 했던 이 시리즈에서 내게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지난 글에서 소개한 ‘슈비루빠와 어피치의 첫 만남’이다. 카카오프렌즈 사이에서 늘 다른 친구들 괴롭히는 재미로 사는 악동 어피치에게 천적관계가 성립하여 슈비루빠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이 큰 웃음을 주었다. 또한 복숭아 벌레가 어피치의 뒤통수를 보고 한 눈에 반하여 달려들어 적극적인 스킨십을 하는 모습을 순정마초로 비유하여 소개한 점도 너무 기발했다. 

 

 ‘슈비루빠와 어피치의 첫 만남’ 에피소드가 재미있었지만 결코 이에 못지 않은 또 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비가 와도 빵은 먹고 싶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이다. ‘슈비루빠와 어피치의 첫 만남’은 잠깐의 웃는 재미가 크지만 ‘비가 와도 빵은 먹고 싶어’는 웃음과 함께 잘 쓰여진 한 편의 단막극처럼 탄탄한 서사적 구조 또한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는 평화로운 일상의 저녁시간을 보내던 어피치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광고전단지에 그려진 복숭아 모양의 탐스러운 빵을 보고 눈이 동그래진 러피치와 퍼는 어피치에게도 이 광고전단지를 보여준다. 

 

 

‘신상품 출시! 복숭아 빵!’

 

 

어피치 역시 이 복숭아 빵의 사진을 보자 눈이 동그래진다. 그리고 즉시 사러 가자며 총출동한다. 

 

 

하지만 바깥의 날씨를 보니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이에 어피치는 못가겠다며 문을 닫아 버리자 어린 러피치와 퍼는 낙담하며 눈물을 흘리고 만다. 이 모습을 보고 결연하게 의지를 다지는 어피치. 러피치와 퍼에게 혼자 가서 빵을 사오겠다며 약속한다. 

 

 

문을 열고 나가 빵집까지 빵을 사러 가는 어피치. 그의 앞엔 차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철인 3종 시리즈의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산도 없이 저 장대비를 뚫고 뛰어가질 않나(세상에~!), 물바다를 수영복도 없이 헤엄쳐서 가질 않나, 심지어는 통나무 뗏목을 타고 노를 저어서라도 모두를 만족시켜줄 문제의 복숭아 빵을 사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 

 

 

천신만고 끝에 빵집에 도착한 어피치. 스스로의 노력에 감격했는지 눈가엔 눈물마저 맺혀 있다. 초록색 화폐를 꺼내 들어 그토록 사고 싶었던 빵 한 봉지를 사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빵 봉지를 열어 보니 광고전단의 사진에서보다 훨씬 더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복숭아 빵이 어피치에게 수줍은 듯이 인사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본 어피치. 눈이 동그래지며 입에 군침까지 돌며 하마터면 자제력을 잃을 뻔했으나! 집에서 기다리는 러피치와 퍼, 온 가족이 함께 즐겨야 한다는 일념에 자못 비장한 표정과 함께 빵 봉지를 닫고 만다. 

 

 

그리고 다시 집까지 돌아가는 길에도 또 한 번의 철인 3종 시리즈의 고난을 헤치고 나아가야만 했다. 통나무 뗏목 위에서 노를 젓고 빵 봉지를 복숭아 머리 위에 얹은 채로 물바다를 헤엄쳐야 했으며 우산도 없이 빵 봉지를 품에 안고 미친 듯이 폭우 속을 뛰어가야만 했다. 

 

 

여기까지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온갖 고초를 겪었던 어피치에게 마침내 가장 큰 고난이 닥치고 만다. 세상 모든 것을 다 휩쓸고 지나갈 듯한 어마어마한 허리케인이 어피치를 향해 무섭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피치는 이까짓 허리케인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빵 봉지를 품에 안고 허리케인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며 맞부딪친다. 온 가족을 위해 험한 길을 헤쳐 기어이 빵 한 봉지를 사야만 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허리케인도 겁내지 않는 어피치의 용기와 숭고한 희생정신. 이 동영상을 보고 있는 모두를 숙연하게 만드는 무한감동의 순간이었다. 

 

 

날이 바뀌어 화창한 아침이 되도록 귀가하지 않은 어피치를 걱정하는 러피치와 퍼는 집안에 있지 못하고 문 밖으로 나와 그저 어피치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잠시 후 밤새 얼마나 고생했는지 초췌한 얼굴로 두 복숭아 앞에 나타난 어피치. 이 모습을 보자 러피치와 퍼는 눈물부터 글썽인다. 

 

 

어피치는 두 복숭아에게 천신만고 끝에 손에 넣은 복숭아 빵 봉지를 보여주지만~! 어찌된 노릇인지 빵 봉지의 아래가 모두 트여져 있고 빵은 온데 간데없다. 엄청난 고생이 무위로 돌아간 것을 알게 된 어피치는 그만 설움과 슬픔이 폭발하여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리자 러피치와 퍼는 이런 어피치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위로 해준다. 

 

 

‘어피치가 돌아온 걸로 됐어. 그깟 빵이 중요해? 우리에겐 어피치가 더 중요해. 울지 말고 그만 들어가자~!’

 

 

러피치와 퍼 두 동생의 위로에 마음이 풀린 어피치 또한 눈물을 거두고 가볍게 웃으며 러피치 함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때 막내 퍼의 눈에 띈 어피치의 얼굴. 

 

 

얼굴을 확대해보니 어피치의 웃고 있는 입가엔 복숭아 빵의 부스러기로 추정되는 것들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리고 들릴 듯 말듯 은은하고 작게 어피치의 허밍 소리가 함께 들리며 에피소드는 끝을 맺는다. 어피치는 집에서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었던 두 동생들을 기만하고 혼자 빵을 먹어 치웠고 빵이 없어졌다는 거짓말을 했거나 혹은 빵을 먹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열린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너~! 너~! 너~! 이 쉑~!’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며 크게 웃고 말았다. 

 

서른 편의 피치 파이브 에피소드 중 최고의 작품성을 보여준 이 에피소드에선 감탄을 자아내는 여러가지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맨 먼저 찾을 수 있는 요소로는 앞서 언급했듯이 잘 쓰여진 한 편의 단막극처럼 서사적 구조가 좋아 재미와 함께 논리적 흐름 또한 돋보인다. 또 하나의 요소로는 피치 파이브 전체 시리즈를 아울러 나타나는 특징인 마지막 반전의 재미를 이 에피소드에서도 예외 없이 보여주고 있다. 평소 카카오 프렌즈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겠지만 어피치는 프렌즈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인성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미워할 수 없는 장난꾸러기이다. 게다가 이 피치 파이브 시리즈에서도 함께 사는 복숭아 가족들에게조차 이타적인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런 어피치가 복숭아 가족들에게 먹여줄 빵 한 봉지를 사기 위한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감수했다는 사실은 믿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하지만 결국 빈 빵 봉지의 진실이 드러나며 어피치의 들릴 듯 말듯 한 허밍이 들릴 땐 ‘역시~! 어피치’라는 감탄사마저 나오게 만들었다. 결국 어피치 넌, 너답게 철인 3종 시리즈의 고생이 복숭아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 너를 위한 것이었어.   
또 한 편으로는 만일 어피치가 혼자 빵을 다 먹어 치우고 집에서 기다리던 러피치와 퍼에게 거짓말을 했더라도 이런 고생을 감수한 어피치에겐 빵 한 봉지 정도의 보상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러피치와 퍼는 어피치에게 깊은 밤에 혼자서 폭풍우를 뚫고 빵을 사도록 보냈고 또한 우산도 챙겨주지 않았다. 어피치는 온몸으로 폭우를 다 맞아야 했고 헤엄을 쳐야 했으며 통나무 뗏목을 타고 노를 저어야만 했다. 그런 상상을 초월한 고생을 했는데 그 보상으로 빵 한 봉지는 오히려 부족하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내게 잠깐이지만 큰 재미를 주고 연재되는 날만을 기다리게 했던 피치 파이브 시리즈는 정확히 30편의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끝이 났다. 마지막 서른 번째의 에피소드는 모두 함께 모여 가족사진을 찍는 모습이 소개됐고 사진을 촬영할 땐 어피치를 열렬히 짝사랑하는 순정 마초 슈비루빠도 함께했다. 

 

 

슈비루빠라면 진저리를 치는 어피치는 도망가기 바빴고 그 슈비루빠를 곤충 채집 컬렉션에 넣고 싶은 러피치는 슈비루빠를 쫓아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또 언제 카카오 프렌즈에서 이런 재미있는 시리즈를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이만큼, 혹은 이 보다 더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시리즈를 보여주길 기대하고 또한 보여주리라 믿고 있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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