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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의 예능국에서 2017년을 마무리하는 연예대상을 시상한 뒤 꽤나 논란이 많다. 바로 SBS의 ‘미운 우리 새끼’의 일명 ‘모벤져스’라고 불리는 연예인들의 어머니들에게(!) 대상의 영광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봐도, 심지어는 SBS의 방송관계자의 눈으로 봐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대상이었다. 그 이유가 매년 연례행사처럼 비춰주는 유재석의 대상수상을 이번만큼은 꼭 보여주지 않겠다는 방송국의 결연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였다.


母벤져스 대상 이변, 왜 논란이 됐나


스스로 격 낮춘 SBS 연예대상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재주를 펼치고 사랑을 받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노총각 연예인을 자식으로 둔 어머니들이 방송국 스튜디오에 앉아서 서로간에 푸념에 가까운 평을 하는 것을 왜 방송국에서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방송을 내보내며 왜 시청자들은 그런 방송을 봐야 하는 걸까? 그것도 모자라서 그런 프로그램 자체도 아닌, 그 어머니들에게 대상을 주었다는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어머니들은 방송국에 소속된 방송인도 아니고 아이디어 회의에 참석하며 방송을 만들었던 것도 아니며 그저 연예인들의 어머니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이른바 연예인 관찰 예능이 온갖 방송국마다 하지 않는 곳이 없고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 전염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방송국 작가들의 소재고갈이 극에 달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는 관심이 없어서 제대로 본 적도 없는 이 프로그램 대신 내가 꼽은 2017년 최고의 예능은 세 프로그램이다. 바로 ‘알쓸신잡’, ‘냉장고를 부탁해’, 그리고 최근에 시작하여 수많은 시청자들의 입질을 얻고 있는 ‘도시어부’이다.


1. 알쓸신잡

역시~! 역시 나영석 PD이며 나영석과 이우정 작가의 기획력은 역시 당대 최고라 극찬하지 않을 수 없음을 감탄하면서 시청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각 채널, 지상파와 케이블, 그리고 종편까지도 지겹게 넘쳐나는 수많은 연예인들의 가족을 공개하는 이른바 이 관찰예능의 거대한 거품이 꺼지고 난 다음의 예능프로그램의 포맷을 알려주는 선도적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4 + 1인의 서로 다른 전공을 공부한 박학다식한 이야기꾼들이 국내를 여행하면서 느낀 각자의 소감을 이야기하며 먹고 즐기는 이 프로그램은 시즌제로 방영되며 시즌 1의 방영초부터 시즌 2의 종영 때까지 언제나 최고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내가 4 + 1로 표현하는 이유는 1인에 해당하는 유희열은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4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행하는 mc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편집되어 나온 것처럼 유희열이 울컥하며 무식한 티를 내고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는 것은 그렇게 보일 뿐 무식해서 듣고만 있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이야기다. 


여행을 다닐 때 가장 많이 하고 듣는 말이 있다. 아는 만큼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이 얕고 생각이 없는 사람은 바티칸 성당 같은 세계 최고의 유서 깊은 관광지를 가도 걷는 게 힘들어서 짜증만 날 뿐이다. 하지만 역사와 현재와의 관계를 알고 생각하며 관심이 많은 사람은 하다못해 조그마한 동네 공원을 가서도 수많은 정보를 얻고 교양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 알쓸신잡에 등장하는 4 + 1인은 역사적인 관광지에 가서 하루 동안 수많은 정보를 얻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만큼의 탄탄한 배경지식이 있기에 가능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한 가지 사실을 놓고 서로 다른 배경지식을 동원하여 이야기를 쏟아 낼 때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가장 감탄하면서 시청한 에피소드는 강릉편에서 커피를 놓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때였다.



뇌과학자인 정재승 박사가 커피의 카페인이 뇌에서 분비되는 아데노신의 저해제 역할을 하여 자꾸 각성 작용을 일으키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뇌에게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속이는 작용을 하는 것이며 한국인들이 하루를 커피와 함께 시작해야만 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들이 피로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 의견에 대하여 김영하 작가의 의견이 또한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다. 한국인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이유는 툇마루가 사라진 아파트 문화에서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며 그래서 한국의 커피숍은 초단기 부동산 임대업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 커피라는 한 가지의 주제를 놓고 이토록 신선하고 다양하며 재미있는 생각들이 나올 수 있다라는 새로운 경험을 TV에서 보여주었다.

이제 시즌2까지 종영이 된 이 프로그램. 당연히 새해에는 시즌 3과 4를 보아야 할 것이며 또 한 번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2. 냉장고를 부탁해



이 프로그램은 내가 벌써 3년전부터 본방사수에 가까울 정도로 유일하게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업계 최고의 셰프들이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재료를 가지고 얼마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음식을 만드는지 보는 재미는 실로 대단하다. 아무런 독창성도 없이 그저 연예인들의 집안 생활을 관찰하는 이런 따위의 프로그램과는 애초에 비할 바가 못 된다.


3. 도시어부


이 프로그램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이경규를 위한, 이경규에 의한, 이경규였기에 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낚시를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방송국까지 있지만 한 번도 낚시를 재미있는 예능으로 시도한 적은 없었다. 그 이유는 낚시라는 행위 자체가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이기에 재미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재미없는 행위를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낸 이경규의 능력은 감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낚시광으로 소문난 이경규와 절친 선배인 이덕화, 그리고 뉴페이스인 마이크로닷이라는 신출내기 예능인을 내세워서 하루 종일 배타고 낚시를 하는 그 지겨운 시간들을 이토록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은 이경규가 아니면 안 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우선 낚시를 좋아하고 잘 알아야 할 것이고 하루 종일 낚싯대를 띄워 놓고 기다려야 하는 그토록 지겨운 시간들도 지겹지 않게 포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인데 과연 누가 가능할까?



이경규는 이태곤이 릴을 잡아당기는 모습을 보고 카바레 낚시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큰 웃음을 주기 시작하더니 너무도 절묘한 타이밍에 한 번씩 터져 나오는 특유의 버럭개그는 언제나 폭소를 유발했다. 또한 지난 11화에서 이 프로그램의 나레이션을 맡고 있는 유강진 성우의 성대모사를 할 때 함께 출연하고 있는 이덕화는 실신할 정도로 웃어 젖혔고 나 역시 그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이 프로그램의 웃음을 유발하는 지점에서 이덕화의 역할 또한 크다. 낚시에 나와서 마냥 즐거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웃음의 비등점이 낮은 건지 모르겠으나 이경규가 무슨 말만 하면 아이고~! 배야~! 를 연발하며 웃음을 그칠 줄 모른다. 방송국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영할 때 뒤에 웃음의 소리효과를 집어넣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을 승화시키는 큰 작용을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청자는 이덕화의 큰 웃음을 보면서 함께 크게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껏 이 프로그램에는 원래 알아주는 낚시광인 이태곤, 이민우 외에 낚시를 전혀 모르는 여성 게스트인 홍수현, 한은정 등이 게스트로 출연하였다. 나는 홍수현이 출연했을 때 가장 재미있게 보았는데 낚시를 모르는 여성 게스트에게 낚시의 재미를 알려주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의도가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들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하여 게스트를 섭외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ps. 내가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2017년 내가 본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크게 웃었던 장면은 따로 있다. 바로 ‘인생술집’에서 장서희와 김현정이 게스트로 나왔을 때였다. 장서희의 몰래카메라에 속은 유라가 깜짝 놀라 용수철처럼 튀어 나오는 장면에서 얼마나 웃고 또 웃었는지 모른다.



장서희와 김현정이 연달아가며 무섭고 오싹한 이야기를 이어가자 점점 얼굴이 경직되어 가는 유라.



장서희가 테이블 밑에 숨겨놓은 버튼을 누르자 무서운 인형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고~! 유라는 너무도 놀라 마치 용수철처럼 자동으로 자리에서 튀어 나간다. 이 모습을 보고 웃음짓는 장서희의 얼굴표정이 포인트.



유라를 찍는 카메라로 본 시점이다. 경악을 하며 놀라는 표정이 매우 실감나다.



다른 카메라로 본 시점이다. 얼마나 놀라서 튀어나갔는지 신고 있는 신발조차 벗겨져 버렸다. 순간이동하여 옆의 땅바닥에 앉아있는 모습은 마치 카카오톡의 어피치 이모티콘을 연상시킨다.



이어서 몰래카메라에, 그것도 두 번씩이나 속았음을 깨닫자 실소를 터뜨리고 마는 유라.



몰래카메라가, 그것도 두 번씩이나 대성공했음을 목격한 장서희는 박장대소를 그치지 못한다.



이제 부축을 받고 일어나 걷다 보니 신발이 벗겨진 상태라서 절뚝거릴 수밖에 없다. 얼마나 급하게 놀랐는지 절절이 느껴질 정도였다. 바로 이 장면이 내가 2017년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크게 웃었던 한 장면이었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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