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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0부 중 어느덧 반환점에 거의 도착한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6월의 첫 주에 방영된 회차에서는 드디어 주인공인 미리가 안개처럼 흐릿하게 둘러싼 배경들의 실체를 완전히 파악하며 이제서야 진짜 흥미진진한 전개가 시작되었음을 알려 주었다. 

 

비밀을 알린 대가


이전의 방영분까지 극의 흐름 전체를 지배하는 핵심은 바로 비밀이었다. 친모에게 버림받고 큰 엄마를 엄마라 부르며 성장해 온 미리, 같은 회사내의 가장 유능한 최연소이자 유일한 여성부장의 친모임을 철저히 숨겨야만 하는 전인숙, 그리고 그룹의 회장의 아들임을 철저히 숨긴 채 평사원으로 입사해서 하늘 같은 부장을 유혹하는데까지 성공했던 태주. 이들은 각자 갖고 있는 각각의 이유 때문에 비밀을 숨기며 살아야만 했다. 미리는 친모에게 버림받았다는 마음의 상처를 떠올리고 밝히기 싫어서이고 그 미리를 버린 생모인 전인숙은 친딸마저 버리고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살아온 비정한 엄마라는 과거가 드러나면 이제껏 쌓아온 모든 것이 다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두려움 때문이며 미리를 좋아하는 태주는 회장의 아들임이 들통나면 평사원으로 하나하나 배워가면 올라가겠다는 비범한 계획이 다 틀어지기 때문이었다. 이 세 명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비밀을 만일 누군가에게 처음 공개한다는 것은 치명타가 될 위험을 감수하고 비로서 닫고 살았던 가슴을 연 것이며 이는 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다 주고 미래를 함께 하고 싶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세 사람 중 처음으로 자신의 비밀을 조심스럽게 밝힌 인물은 미리였다. 미리는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접근하는(정확히는 집요하게 치근덕거리는) 신입사원 태주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마침내 결혼하자는 태주의 고백을 남자의 크나큰 용기로 생각하였다. 결국 어린 시절 친모에게 버림받았던 가장 치명적인 비밀을 조심스럽게 공개하며 결혼에 자신이 없는 이유까지 밝히고 말았다. 미리의 과거를 알고 나자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든 태주는 물불 가릴 것 없이 미리를 좋아하게 되지만 회장인 아버지와 어머니라 부르는 전인숙의 회사에 입사한 태주에게는 그들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애당초 없었다. 회장의 협박에 결국 뜻을 꺾은 태주는 회장의 뜻에 따라 상무이사로 새로운 출근을 시작하게 된다. 

 

인숙과 태주가 함께 직원들의 정중한 인사를 받으며 출근을 하며 미리를 향해 포문을 열어 젖힌다. 

 

꼭 안 보았어도 될 순간을 회사 로비에서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미리. 결국 미리는 넋이 나간 채로 무릎에 힘이 풀리고 만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고 커온 이 불쌍한 여자에게 인숙과 태주는 너무도 나쁜 짓을 한 것이다. 

 

이 순간에 어울리는 단어는 바로 능멸이었다. 사극식으로 표현하면 ‘네 년 놈들이 감히 나를 능멸하려 드느냐?’ 하며 회사 로비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포효를 했어야 옳았다. 

 

특히 미리의 생모인 전인숙은 낳아주기만 하면 다 엄마가 아님을 보여주는 끝없는 위선과 가식으로 미리에게 상처만을 주고 있다. 사람의 마음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아나운서보다 배우를 했어야 했다며 던진 한 회장이 말이 매우 정확한 묘사였다. 미리를 만나 조금씩 친해지자며 좋은 것을 먹여주고 함께 마사지까지 받았던 행위들 모두가 다 새빨간 거짓이었고 애당초 모성애 같은 미지근한 감정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서로의 정체를 확인한 후 잠깐이나마 마음이 끌릴 뻔했던 미리에게는 이렇게 빨리 생모의 밑바닥을 보고 말았으니 차라리 천만다행일 것이다. 

 

Miri on fire-단발

 

결국 참다 못한 미리는 태주에게 ‘네깟 놈이 감히 나를 능멸하느냐’를 입으로 대사를 말하는 대신 몸으로 연기하며 보여주었다.  

 

가장 치명적인 비밀까지 공개하며 마음을 열었으나 돌아온 것은 거짓과 배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미리는 어쩌면 모두에게 파멸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는 가장 위험한 패를 집어 들었다. 전인숙 대표처럼 되고 싶지 않느냐는 한종수 회장이 제안하자 복수심에 불타는 미리는 전인숙 대표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야망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선뜻 받아들인 것이다. 한회장에게 용인(用人)이란 고쳐 쓰고 다시 쓰며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한 번만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같은 것이지만 미리는 전인숙보다 더 약한 입지에서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전인숙,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회장의 아들인 태주를 적으로 맞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미리는 길었던 생머리마저 과감하게 자른 모습으로 한종수 회장과 똑같이 직원들의 정중한 인사를 받으며 출근한다. 미리 역시 자신을 속인 가증스러운 인숙과 태주에게 한 방을 먹인 장면이다. 6월 첫 주의 4회의 방송은 이처럼 수미상관식의 구조를 취하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한종수 회장을 연기하는 배우 동방우는 노회(老獪)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연기로 가장 잘 표현해내고 있다. 가히 대체불가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길었던 생머리를 과감하게 자른 설정은 상투적이지만 확실하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사람이 큰 결심을 하고 실행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머리를 자르는 것이며 변화된 모습을 가장 확실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다. 굳은 결심으로 머리를 빡빡 깎았던 가장 좋은 예시로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를 들 수 있다. 물론 여자인 미리가 강백호처럼 머리를 빡빡 밀었다면 엄마인 박선자부터 기절할 것이다.

 

몸에 흉터를 낼 수는 없으니 머리를 자르는 것인데 아침마다 머리를 말리고 머릿결 손상되지 않게 온갖 정성을 다하는 여자들에게 머리를 자른다는 행위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즉, 미리의 결심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 설정이긴 했으나 그 정도의 단발이 아닌 좀 더 과감하게 전작 아이리스에서처럼 목 위까지 잘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은 2010년에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자이언트’의 박진희처럼 단발과 함께 눈가에 진한 스모키 화장을 하는 콤비로 변신했다면 또 어땠을까?

 

 

 

 

단발로 머리를 자른 후 김소연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드라마 열혈사제에 출연하여 인기몰이에 성공한 롱드의 모습이다. 열혈팬들이 보면 펄쩍 잡아 뛸 이야기겠지만 정확히 5대5의 가르마를 탄 단발머리를 보자 문득 열혈사제의 그 유명한 롱드의 칼단발이 떠올랐다. 

 

낳아준 생모는 아니지만 아들처럼 키워주었고 어머니라고 부르며 따른 모자는 정작 낳고 버린 딸에게 너무도 큰 상처만을 남겨 주었다. 이제 그 딸은 물불 가릴 것 없이 그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가장 위험한 패를 집어 들었다. 이제 드라마는 본격적인 복수극으로 접어들며 꽤나 흥미진진해 질 것 같다. 머리까지 짧게 치고 회장의 손을 잡은 미리의 행보가 기대된다. 

 

나는 김소연이 결혼 후 다시 연기를 재개할 때 이전에 보여주었던 연기의 틀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감정의 진폭을 표현하는 연기를 기대했다. 김소연 역시 결혼 후 2017년에 발간한 ‘하이컷’ 화보와의 인터뷰에서 ‘허영미가 얼마나 매력 있는 캐릭터였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하게 느끼고 있다’고 밝힌 바 있었다. 김소연이 결혼 후 만나게 된 두 번째 작품 속 인물인 강미리를 보며 가끔 그 옛날 허영미의 섬뜩했던 모습이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생모인 전인숙을 향해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모든 불행은 내가 빌어서이며 나쁜 일 있을 때마다 승현이가 빌고 있어서라는 것을 기억하라며 울부짖을 땐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그 당시의 허영미가 방송국에 항의전화는 기본이요 심지어는 군인들조차 싫어했다면 지금 연기하는 이 강미리는 오히려 수많은 응원이 폭주할 것이다. 그만큼 미리는 6살의 어린 아이가 상상하기 힘든 상처를 받으며 성장했고 그만큼 수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아야 하는 삶을 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적어도 배우 김소연에게는 연기인생에서 또 다른 전환점이 되고 있는 작품임이 분명해 보인다. 

Posted by sni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