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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에 방영된 시크릿 마더13~16회에는 드디어 김은영(리사킴)과 김윤진이 숨겨왔던 서로의 시크릿, 즉 실체적 진실을 하나씩 알아나가는 과정이 그려졌다. 은영은 윤진의 별장에서 언니 현주의 행방이 윤진과 관련이 되어 있음을 밝혀내는 결정적 증거인 구두를 찾아냈다. 그리고 윤진 뿐만 아니라 그의 남편 한재열이 언니 현주와 내연의 관계였다는 것까지 알아내자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은영은 자신의 신분과 타운하우스에 들어온 목적을 철저히 숨기고 살아야만 하는 인물이다. 또한 아이의 교육을 담당하는 입시 보모이다. 그런 이유로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된다.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 금속성의 사무적인 목소리와 절제된 행동으로 자신을 위장하여야 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10회에 등장한다. 아이들 수영강습이 끝나는 시간을 대기하던 중 수영강사와 몰래 불륜을 저지르고 있던 강혜경이 살금살금 수영강사를 몰래 훔쳐보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은영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조심하셔야죠~!’라며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김은영이란 인물은 누군가의 심중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지만 모른 척 지나가며 그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은영은 타운 하우스에 사는 네 명의 엄마들에게 자신들의 약점을 쥐고 있는, 그래서 오해와 미움을 생기게 만드는 여자, 제거하거나 혹은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아주 시크릿한 여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렇게 영혼을 피곤하게 혹사시키며 살던 은영이 드디어 타운 하우스의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순간들이 지난 주 회차에서 나오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스쳐 지나가듯 짧지만 강렬한 순간들을 보며 역시~! 김소연~! 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감정을 억제해야만 하는 위장 신분의 삶을 사는 은영에게 때론 억제하지 못하여 나타나는 감정의 정중동(靜中動)의 표현을 보며 섬뜩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지난 십 여 년간 연기했던 작품들을 관통하는 인물상-옅은 미소와 함께 너무도 착하고 착하기만 한 여자-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그녀의 오랜 팬으로서 기분이 좋았다.

 

먼저 자신의 신분을 윤진에게 발각되었을 때 드러나는 감정연기에서 섬뜩한 차분함이 느껴졌다. 14회에서 윤진은 아들의 수업에 한창이던 은영에게 수업을 그만 하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하며 주방에서 함께 차를 마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수업을 도중에 그만 둔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수상한 낌새를 챈 은영이 급하게 하실 말씀이 무엇이냐고, 뭐가 궁금하냐고 묻자 윤진은 역시 윤진답게 매우 차분한 어조로 은영의 얼굴을 보며 묻는다.


[캐나다에 계시다가 한국에 들어온 이유?]


 

윤진은 자신의 신분을 스탠포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고 위장하였기에 자신의 신분이 들통났음을 대번에 깨닫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은영은 조금도 동요되지 않는 표정으로 차분하게 윤진을 바라본다.

 


 [어떻게 아셨어요?]

 

마치 위장 신분이 발각되는 것쯤은 각오했다는 표정으로 되묻는 은영의 모습이다. 이처럼 상반된 복합적인 감정의 표현을 담아내는 김소연의 연기를 보며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이에 한 잔씩의 커피를 앞에 둔 채 서로의 얼굴을 주시하며 매우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고민하는 은영의 모습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또 한 번 섬뜩할 정도의 정중동의 표현을 보인 것은 윤진의 남편인 재열의 차에 탔을 때의 모습이었다. 은영은 언니 현주의 행방불명이 단지 윤진에게서 뿐만 아니라 그녀의 남편인 재열과도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차에 탑승한 은영에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냐며 묻는 재열에게 은영은 최대한 분노를 억제한 차분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한다.

 

 

 

[개망신 당하기 싫으면 출발하시죠. 한재열 서장님]

 

이 장면 역시 김소연의 섬세한 감정을 담은 표정연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서로의 실체적 진실을 알아버린 은영과 윤진, 재열은 서로에게 공격과 역습을 가하게 되고 결국 은영이 호텔 건물의 옥상에서 야외 풀장에 추락하는 사고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가 그토록 겹겹이 쌓인 위선 속에서 시크릿을 지켜야만 하는 목적은 다름아닌 가족의 소중함 때문이다. 은영은 열살 때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고 보육원에 들어와 친언니처럼 의지하고 따르는 언니 현주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윤진과 그의 남편 재열은 자신들이 지키고 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이 목적은 드라마의 중심 인물인 윤진과 재열뿐만이 아니다. 타운 하우스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하나 이상의 시크릿을 가지고 위선을 떨면서 살아야만 하는 목적은 모두 한 가지다. 한국사회의 최상위 계층들만이 살아갈 수 있는 이 곳, 타운 하우스에서 나의 가족이 함께 살아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들어온 곳이며 어떻게 이룬 가정인가? 이 곳에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이 곳에서 내 아들, 내 딸을 좋은 대학으로 보낼 수만 있다면 애 엄마가 된 몸이어도 술집에 다시 나갈 수 있고 위장이혼을 하여 부잣집 허드렛일도 할 수 있으며 살인교사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난 주 16회에 은영은 이들의 잘못된 욕망에서 비롯된 삶의 방식에 시원하게 반박하며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사이다 같은 장면을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애 가르치면 니 딸이 고마워할 것 같나? 모를 땐 고맙겠지. 아무도 모르게?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소문 한 순간입니다. 딸한테 상처주지 말고 집에나 가~!]

 

은영이 날리는 사이다가 차분함 속에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식이었다면 그와 다른 차원의 정말 속이 뻥뻥 뚫리는 시원한 사이다도 있었다. 아들 교육을 위해 위장 이혼까지 하며 살아가는 명화숙이 날리는 사이다였다. 텐프로 출신의 송지애가 자신의 남편을 꼬드겨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으로 오해한 명화숙은 파티장에서 자신과 똑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송지애의 머리채를 잡고 화장실로 끌고 가 직싸게 패놓는다.

 

어우~! 저 목에 핏대 오른 걸 보라. 송지애의 머리끄댕이를 잡고 응징하는 명화숙, 지호엄마의 일갈과 걸크러쉬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가족들이 타운 하우스에 살아야 하는 목적으로 있는 척 없는 척 온갖 위선과 가식으로 차분한 척 살아야만 하는 그곳 사람들의 질서와 불문율을 깨놓는 아주 시원한 한 방이었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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