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6일. 한국에서 가장 예쁜 여자의 모습
세상을 보는 눈/사회 / 2008. 8. 17. 00:55
장미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 사람 모두는 그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2008년 8월 16일을 함께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으로 그녀를 기억할 것이다.
여자가 역도를 하는 것에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그녀. 좀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까지 한다는 그녀. 어느 누가 있어서 그녀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임을 부인할 수 있는가?
유도, 배드민턴, 레슬링, 탁구, 야구, 양궁, 태권도...
다 좋다. 이들 종목에서 우승한 선수들 모두 대단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하지만 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유도, 양궁, 배드민턴, 탁구, 태권도 등의 종목은 힘과 기술, 기교, 그리고 운, 당일의 컨디션 등 잡다한 팩터들이 개입된다. 또 유도, 레슬링, 태권도 등의 격투기 종목은 체급이 다 정해지지 않나?
그러나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스포츠 종목들인 육상, 역도, 수영 등은 잡다한 팩터들이 많이 개입되지 않는다.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이들 종목에선 다른 것 보다도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은? 가장 빠른 사람은? 가장 빨리 물속에서 헤엄치는 사람은? 이렇게 간단명료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다양한 팩터들이 존재할 여지가 없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역도, 육상, 수영 등의 종목은 지난 1세기동안 아시아인들은 그저 주변인에 불과했다. 언제나, 언제나 서양인들의 차지였다. 육상은 언제나 흑인들의 독점이었고 수영은 백인들, 그리고 역도 역시 거의 대부분의 금메달은 황인종이 아닌 이들의 차지였다. 그래서 난 오늘 장미란이 자신보다 훨씬 체구가 큰 서양의 두 여인을 밑에 두고, 그것도 2위 선수와 무려 50여 킬로그램의 어이없는 차이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에선 눈물마저 핑돌았다. 동양인들이 그들을 이기는 것이 틈새공략으로만이 아닌 압도적인 힘으로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장미란. 그대는 전 세계를 들어올렸다. 누가 뭐래도 2008년 8월 16일은 그대의 날이다. 그대는 오늘 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