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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의 친필사인이 있는 사진. 그는 작곡가와 바이올린 연주자로 이 세상을 좀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든 거장 중의 거장. 온화하고 따뜻해 보이는 그의 인상처럼 따뜻한 인간미가 넘쳐 흘렀고 매우 신사적인 사람이었다.


프리츠 크라이슬러-바이올린으로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 바이올린의 신(神)

오로지 바이올린을 위한 곡을 작곡하며 바이올린으로 세상을 풍요롭게 해준 바이올린의 신적 존재들이 있다. 19세기 초엔 이탈리아 출신의 인류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니콜로 파가니니가 있었고 19세기 중, 후반엔 스페인의 파블로 사라사테가 있었다. 그리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프리츠 크라이슬러 역시 이들 신의 대열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흔히 깜짝 놀랄만한 바이올린의 천재가 등장하면 흔히 쓰는 호칭이 '파가니니의 재래'라는 표현이다. 과연 크라이슬러에게도 이런 호칭을 쓰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다. 내 생각엔 이는 전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한 대의 바이올린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아름다운 곡을 작곡하여 세상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는 점에선 유사하지만 그 외엔 파가니니와 크라이슬러가 살았던 삶의 궤적에서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파가니니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릴 정도로 자신만이 연주할 수 있는 이기적인 초고난이도의 바이올린 곡을 작곡한 반면 크라이슬러는 모든 사람이 즐겨 듣고 연주할 수 있는 쉽고 편안한 곡을 작곡하였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한  파가니니는 생활이 무절제했고 방랑자처럼 여기저기 떠도는 인생을 살며 감옥살이도 했지만 크라이슬러는 매우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였고 좋은 품성과 인간미를 가진 신사 중의 신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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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모습으로 표현된 파가니니의 캐리커쳐. 파가니니의 캐리커쳐는 대부분 이렇다.



크라이슬러는 1875년 세계 음악의 중심지인 오스트리아 빈 출신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열정적인 교육열과 그 자신의 재능이 빛나 어린 시절부터 일찌감치 거장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빈에서 성장하였으나 프랑스에서 바이올린 유학을 하여 프랑스 바이올리니즘의 대가인 마사르(Massart)를 사사하였다(마사르는 사라사테, 비에니아프스키를 길러낸 사람이다). 이런 이유로 크라이슬러의 바이올린은 독일-오스트리아의 연주자들처럼 엄격하고 보수적이지 않고 아주 화려하고 우아하며 부드럽다.

크라이슬러가 어린 시절부터 일찌감치 바이올린에 큰 재능을 갖고 있어서 파리 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였으나 어렸을 땐 바이올리니스트로 평생을 살아갈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다시 빈으로 돌아와 의학을 공부하였고 미술도 공부하며 다재다능한 멀티형의 예술가가 되었다. 이후 24세에 본격적으로 데뷔하여 곳곳에서 연주활동을 시작했으나 1차대전이 발발하였을 때 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는데 이 곳에서 부상을 입고 제대하게 된다. 1940년 이후엔 미국에 착하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였고 미국에서 계속 연주활동을 한 후 87세까지 장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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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 당시 오스트리아군으로 참전한 크라이슬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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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부부의 모습. 부인은 간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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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크라이슬러. 아주 신사적이고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처럼 생겼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 미국에 정착하였고 미국에서 위대했던 삶을 마감하게 된다.


크라이슬러는 대단히 이타적이고 좋은 품성을 가진 신사로 알려져 있다. 예술가 특유의 괴벽, 괴팍하고 이기적인 성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예로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로 평생을 잘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버리고 다시 바이올린을 잡은 것 역시 의술은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지만 음악은 여러 사람을 풍요롭게 한다는 박애, 이타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조국 오스트리아가 1차대전에 패배한 후 모금활동에 전념하였다는 점이랄지(크라이슬러가 모금활동을 하던 도중 '무기여 잘 있거라'에 출연한 여배우 헬렌 헤이즈와의 에피소드는 무척 유명하다) 1차대전시 미국의 적이었던 오스트리아의 군인출신이었음에도 훗날 미국에 정착하였을 때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잘 살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그가 얼마나 존경받을만한 대가의 기품이 넘치는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다.

크라이슬러의 음악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또한 유명했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크라이슬러의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그 자신이 피아노 곡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라흐마니노프가 편곡한 사랑의 슬픔.

크라이슬러는 파가니니, 사라사테 등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바이올린 연주만을 위한 곡을 작곡하였다. 그 중에서도 연주하기도 쉽고 감상하기에도 편한 소품들만을 주로 작곡하였는데 그의 바이올린 소품집은 바이올린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한 번 이상은 연주했을 정도로 쉽고 편안한 곡이다. 또한 평소에 너무도 자주 들었던 친숙한 멜로디들이라서 아무리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듣는 순간 '아하!'하며 알아챌 수 있는 곡들이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음악이 매우 친숙하고 귀에 익은 아름다운 멜로디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작곡가 크라이슬러는 서양 음악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만한 인물은 아니다. 그리고 아주 많이 친숙한 곡이지만 크라이슬러의 소품만을 연주하여 레코딩한 음반의 수도 많지 않다.

이 대목에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도저히 친해질 수 없고 불편할 수밖에 없는 쇼스타코비치, 쇤베르크같은 작곡가의 괴상한 실내악을 잘 연주하면 대가, 거장으로 칭송받는데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고 친숙해질 수 있는 아름다운 크라이슬러의 음악을 등한시한다는 것. 쉬운 음악, 쉬운 예술은 천하고 저급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음악 예술가들의 지적 우월감의 발현이라고 하면 지나친 생각일까? 쉬운 클래식 음악을 보다 많이 작곡, 연주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고 싶다는 크라이슬러의 박애정신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음악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작곡가 크라이슬러와 그의 음악은 이처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정도는 아니지만 연주자 크라이슬러는 20세기 바이올린 연주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가 남긴 음반의 대부분이 모노 음질로 대단히 열악하고 감상하기 좋지 않지만 그 어느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었던 환상의 기교를 선보이며 수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킨 그만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하이페츠나 오이스트라흐 등의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처럼 과격할 정도의 힘과 무시무시한 기교로 무장한 연주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아주 우아하고 부드러우며 기풍이 있었다.

한 가지 예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참고로 20세기 연주자 중 크라이슬러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가장 잘 연주했다고 하는 이들이 아주 많으며 지금도 그가 작곡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의 카텐짜는 지금도 가장 많은 연주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대표곡 감상

작곡가 크라이슬러가 남긴 대표적인 바이올린 소품곡을 몇 곡만 골라서 감상하겠다. 소개하고자 하는 음반은 크라이슬러 본인이 직접 연주한 아주 옛날의 음반이며 고로 음질이 무척 좋지 않다. 만일 좋은 음질의 연주가 담긴 음반을 원한다면 정경화, 헨릭 쉐링, 조슈아 벨의 음반을 추천한다. 그러나 이 음반은 1910년대,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에 녹음된 것으로 크라이슬러 본인이 직접 연주하여 최초로 공개, 녹음한 음반이란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크라이슬러의 음악을 듣고 싶은 팬이라면 하나쯤 소장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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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의 기쁨(Liebesfreud)
2. 사랑의 슬픔(Liebesleid)
3. 아름다운 로즈마린(Schön Rosmarin) 4. 빈 기상곡(Caprice Viennois)
5. 중국의 북(Tambourin chinois)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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