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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모라베츠(Ivan Moravec). 체코를 대표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그는 피아노로 느낄 수 있는 가장 감미로운 연주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약기운과도 같은 피아노 연주

피아노는 악기의 특성상 큰 손과 길다란 손가락, 그리고 팔뚝의 강한 근육으로 사정없이 내리치는 타건이 있어야 제 맛인 악기이다. 그리고 이처럼 강철타건의 현란한 기교를 뽐내는 피아니스트는 예외 없이 전설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라 있다. 빌헬름 박하우스,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에밀 길렐스, 라자르 베르만 등등. 하지만 유능제강이라고 했던가? 때론 부드럽게만 흐르는 물이 거대한 바위도 뚫듯이 부드럽게만 들리는 피아노 연주가 무한대의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 부드러운 피아니스트의 1순위로 꼽힐 수 있는 명인이 바로 이반 모라베츠라고 함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라베츠는 1930년 체코의 프라하 출생이다. 그리고 태어난 프라하에서 주로 활동하였고 음악 인생의 대부분을 프라하를 중심으로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음악에 대한 사랑과 정열이 많았던 아마추어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였는데 모라베츠는 아버지와 함께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렇게 어릴 적부터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게 된 것은 상당히 늦은 나이에서부터였다. 스무 살 때 프라하 음악원에 입학하여 일로나 스테파노바 쿠르조바(Ilona Štěpánová-Kurzová)를 사사하고 뛰어난 재능을 선보이는가 싶었지만 5년 동안이나 연주를 쉬게 되었다. 그 후 1957년에 그 이름도 유명한 만능 멀티 플레이어 아르투르 베네뎃티 미켈란젤리의 눈에 띄어 발탁된다. 프라하에서 열린 그의 연주회를 베네디티 미켈란젤리가 직접 보고 그를 제자로 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아레쪼에서 열린 여름 마스터 클래스에 모라베츠를 초대하여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장의 가르침을 받기 시작한 후부터 모라베츠의 성공시대는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아르투로 베네디티 미켈란젤리(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능력의 끝을 알 수 없었던 진정한 천재. 피아니스트, 의사, 카레이서, 공군조종사가 모두 그의 이력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스승이기도 하다.


늦게 피아노를 배웠고 게다가 한창 뻗어나가야 할 나이에 5년이나 연주를 쉬어야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뛰어난 재능마저 없어질 순 없었다. 낭중지추. 뭘 해도 뛰어난 사람은 두드러지지 마련. 1958년에 열린 프라하 연주회의 실황 테잎이 서방세계에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모라베츠의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럽에서 본격적인 연주여행을 하면서 그의 명성은 미국에까지 알려졌고 드디어 1962년엔 뉴욕에서 데뷔, 첫 레코딩을 하였다. 그리고 1964년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전설적인 지휘자 조지 셀을 만나면서 미국에서 첫 데뷔무대를 갖게 된다.
그 후 모라베츠는 서방세계로 망명하지 않고 그의 조국인 체코에서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음반녹음과 연주회, 후학양성 등의 활동 하면서 지금까지도 생존해 있다.

모라베츠의 음악


모라베츠가 연주하는 쇼팽, 그리고 그의 인터뷰. 모라베츠는 피아노의 메커니즘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연주자이다. 그의 스승 베네디트 미켈란젤리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다. 베네디트 미켈란젤리는 한 대의 피아노를 완벽하게 분해한 후 다시 완벽하게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모라베츠가 연주하는 쇼팽의 녹턴 음반에 대한 평 중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피아노는 해머 대신 솜털이 달려 있을 것이라고. 그의 녹턴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그의 연주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달콤한 아이스크림과도 같다.

이런 표현은 어떨까? 약기운이 필요할 때 들으면 딱 좋은 연주. 어쩌면, 어쩌면 그토록 한 대의 피아노를 가지고 그처럼 몽롱하면서도 감미롭게 연주할 수 있는지. 그저 감탄 밖엔 나오지 않는다. 그 감탄은 정신없는 속사포 같은 속주와 강철타건으로 점철된 압도적인 힘의 연주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제르킨이나 폴리니처럼 자로 잰 듯한 명쾌한 연주와도 다른 느낌이다. 모라베츠의 연주는 그만큼 투명하면서도 영롱하고 부드러우면서 달콤하다. 이는 그의 스승인 베네디트 미켈란젤리와도 또 다르다. 베네디트 미켈란젤리는 대단히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연주를 잘 구사했지만(그런 이유로 그의 레퍼토리 중 라벨, 드뷔시는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 모라베츠는 그의 스승과는 또 다른 투명함과 상쾌함이 함께 하고 있다. 


모라베츠가 연주하는 쇼팽의 녹턴 2번. 이 연주를 듣고 있으면 무릎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다.

다루는 레퍼토리도 다양한 편이다.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만부터 프랑크, 브람스, 드뷔시, 라벨, 그리고 프로코피예프 등 고전부터 현대음악가까지 매우 다양한 레퍼토리를 다룬다. 그 중에서도 쇼팽의 연주에 가장 많이 집중이 되어 있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스메타나, 드보르작, 수크 등 많지 않은 체코 작곡가의 곡에 애착을 갖고 연주하였다는 것이다.

염가로 구입할 수 있는 4CD 박스 세트.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드뷔시, 라벨 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괴팍스럽기로 짝이 없었던 그의 스승과 성격도 꽤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연주회 당일의 컨디션을 무척이나 중시하여 대단히 까다롭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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