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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때문에 취업이 어려워지자 아직 나이가 어린 여대생들마저도 이른바 '취집'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는 기사가 떴다.

2·3학년 여대생도 "취집할래요"

일단 이 기사의 제목에서부터 이 땅에 사는 수많은 남자들의 자괴감, 공분을 사고도 남을만큼 강한 포스를 풍기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남성들은 떡밥을 문 물고기처럼 푸더덕거리며 수많은 댓글 공격을 퍼붓는다. 이런 현상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가장 평등해야 할 익명의 사이버 공간에서도 많이 남성편향적인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기사의 요지는 이렇다.

1. 경기가 장기 불황이다.
2. 경기가 불황이다 보니 취업하기 너무 힘들다.
3. 취업하기 힘들다보니 더더욱 남자보다 취업하기 어려운 여자들, 특히 새파란 여대생들마저 결혼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보장받고자 한다.

이 기사를 보고 그래, 여자들 참 살기 힘들구나. 얼마나 힘들면 니들이 이런 생각까지 하겠냐라는 생각을 하는 남자는 별로 없다. 그저 여자로 태어난 것이 무슨 특권인 것처럼 생각한다는 자괴감과 분노의 댓글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나 역시 이 기사를 처음 딱 접했을 땐 가슴속에서 후욱~ 올라오는 것을 느꼈으나 천천히 다시 기사를 읽어보니 꼭 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이 기사를 보고 여대생들의 취업란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필요성도 느꼈고 좀 더 차가운 머리로 전체를 봐야 하는 필요성도 느꼈다.

우선 여자들이 생각하는 그 취집이란 것의 환상과 현실을 생각해본다. 결혼정보회사에 등록을 한다는데 그 회사라는 곳에서 별별 치사하고 자존심 상하는 항목까지 하나하나 체크하며 짝에 맞는 이성을 맺어준다는 것 역시 알아야 한다. 즉, 여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여대생이란 이유로, 아직은 어리다는 이유로 가진 것 별로 없는 내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줄 좋은 남자가 떡하니 맺어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회사일수록 철저히 현실적이다. 내가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돈을 벌지 않더라도 척척 돈벌어다주는 남자를 만나려면 그 여자의 배경, 조건 역시 무척 좋아야 한다. 이를테면 열쇠 3개 정도는 아무 소리 없이 해줄 수 있는?

여자와 남자가 공히 크게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여자는 외모만 되면 모든 남자를 쥐락펴락하며 여왕으로 군림할 수 있다는 것, 남자는 능력만 되면 어떤 여자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남자들 역시 무척 현실적이다. 외모에 반해 졸졸 따라다니는 것도 한 순간이며 이를 엔조이 대상으로만 생각할 뿐 결혼상대의 여자는 또 달리 생각하는 다원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 생각보다 훨씬 많다.

또 하나. 설령 어찌어찌해서 돈도 잘벌고 착하고 제사도 없고 집안일도 척척 잘해주고 나만 사랑해주는 남자와 결혼에 골인했다고 한들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 그 남자와 결혼했어도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댁 식구들의 여자를 또 다른 적으로 맞아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내 아들이 내 며느리보다 잘났다고, 잘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아들보다 잘난 며느리가 들어오는 것도 싫지만 행여라도 스펙이 떨어지는 여자가 내 아들과 결혼을 하면 사랑하는 내 며느리, 또 하나의 식구가 아닌 내 아들을 뺏아간 백여시로 생각하는 이중적인 심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집의 며느리로 들어간 순간부터 언제나 뒤통수가 따끔거리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저집 아들, 저 잘난 아들이 어쩌다 저런 애랑 결혼했냐는 등 말많은 아줌마들의 수근거림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외모만 믿는 여자의 적은 시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는 늙어간다. 내 외모에만 반해서 결혼한 내 남편이 늙어가는 내 모습에 실망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나를 미워하고 무시하는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의 등쌀. 이때 남자는 조금씩 외도를 하게 된다. 아니, 외도를 하지 않더라도 외도를 할 것이라고 여자는 믿기 시작한다. 그리고 맘에 들지 않는 여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인 시어머니는 아들의 외도와 재혼에 관대해지기 시작한다.

이 모든 스트레스는 여자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취집이라는 환상에서 한발짝 벗어나 현실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시작된다. 장난이 아니다. 내가 아는 어떤 여자도 실제 위와 같은 상황에 직면해있다. 현재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장기간 약을 복용 중이다.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의 온갖 부러움과 질시를 받으며 떵떵거리게 시작한 결혼생활이라 이혼은 꿈도 못꾸는 것이 더 큰 비극인 상황이다.

정리하자면

1. 남자는 여자의 외모만을 보고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들,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여자또한 마찬가지. 남자의 능력만 보진 않는다. 만일 외모와 능력의 시효가 다 되어갈 무렵이면 부부관계가 깨어지는 것 또한 너무 자연스럽다.
2. 좋은 남자를 만나서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고자 한다면 여자의 조건 역시 무척 좋아야 한다.
3. 나의 조건이 좋지 않은데도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한다면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이다.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미래를 꿈꾸겠지만 그 현실 또한 아이스크림처럼 차가울 수밖에 없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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