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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눈길을 확 잡아끄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소비자 신뢰로 큰 ‘파워블로거’ 알고보니 ‘파워브로커’
경향신문  | 백인성 기자  | 입력 2011.07.03 19:07  |

나도 한때 지금 쓰고 있는 이 블로그가 하루 방문객  몇 천 명 이상을 매일 기록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조금씩 욕심이 생겼는데 이 많은 방문객들이 글 잘 읽었다는 인사와 함께 100원씩만 던져주고 가도 하루에 기십만원씩은 수입을 올릴 수 있겠다는 허황된 망상도 갖게 되었다. 그때 손댄 것이 바로 구글 애드센스. 어느날은 하루 방문객 22만명이 넘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고 그때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하루동안 벌어들인 금액이 500달러였다.

그러나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허황된 일인지 곧 깨닫게 되었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 블로그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방문객이 몇 명이나 들어왔는지, 구글 애드센스엔 얼마가 적립되었는지, 새벽까지 밤잠 설쳐가며 온종일 reloading하는 내 모습은 결코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아니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구글에서 딱 한 번의 수표를 받은 후엔 모든 상업적인 배너를 깨끗이 지워버렸다. 차라리 그 시간에 몸빼입고 호미들고 감자밭에 가서 감자캐내는 일을 했다면? 육체적으로도 더 건강하고 땀의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값진 돈벌이가 되었을 것이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온종일 인터넷 화면이나 reloading해서 돈벌이가 되면 얼마나 될 것이며 그 과정까지 얼마나 피곤하게 살아야 할 것인가. 지금 생각해도 블로그를 통해 돈벌이를 하겠다는 생각을 깨끗이 잊은 건 백 번, 천 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내 블로글 찾아오고 그들이 내 블로그를 통해 좋은 정보 얻었다, 감동 받았다는 짧은 멘트 하나는 분명 삶의 활력소가 된다. 그 사람의 수가 많고 적음은 관계없다. 이 세상에 나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 세상에서 인정받은 사람임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니까 그렇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수가 조금씩 많아지면 엉뚱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인 것 같다. 경향신문 기사에 나온 파워 블로거 두 명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처음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글을 올릴 땐 순수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요리를 좋아하고 음식을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맛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가정주부가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확인을 받고자하는 욕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에게 인정받고 기쁜 마음으로 블로깅을 하면서 그들은 삶의 패턴 자체가 블로그에 뭔가를 올리기위한 것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인정받기 위해선 좀 더 자극적이고 눈길끄는 소재를 준비해야 했을 것이고 좀 더 어려운 미션을 자신에게 던지며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삶의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타이틀,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야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구글 애드센스 배너를 클릭할 것이기 때문에 하루종일 그것만 생각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내려 인터넷 접속을 해서 애드센스에 얼마가 적립되었는지 확인할 정도가 되니 이건 폐인이 따로 없었다.

불특정 다수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는, 어찌보면 순수한 욕구에서 시작된 블로그. 그것이 점차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그렇게 파워블로거에 등극하면서 그들에겐 돈의 유혹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인간사회의 깨질 수 없는 법칙이다. 그 어떤 순수한 동기와 목적이라고 해도 사람이 모이는 곳엔 돈이 모이고 돈은 사람을 부른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서 권력, 금력의 암투가 벌어지고 그 순수성은 당연히 변질된다. 그것이 인간사회의 법칙이다. 그들 역시 그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리고 이젠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경향신문 기사의 밑에 달린 댓글을 보니 정확한 논지를 파악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사는 것도 그 사람의 능력인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파워블로그가 되기까지 노력한 공로, 그 반대급부로 이만한 부를 챙길 수도 있다는 이야긴데 그건 전혀 논지파악을 못한 것이다. 그 파워블로거가 돈벌이를 시작하기로 작정을 했다면 더 이상 파워블로거로가 아닌 사업자가 되어야 했다. 그 파워블로거들은 이해관계를 초월한 다정한 이웃의 모습으로 돈벌이를 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아예 사업자 등록을 하고 이제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니 도와주십시오, 이 회사에서 이런 제안을 받았습니다, 친한 이웃분들 저 믿으시죠? 라고 처음부터 공개를 했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의 파워블로거의 블로그를 가봤다. 첫화면부터 이제껏 그가 쌓아온 수많은 전리품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가 발행한 책, 그가 운영하는 다른 여러 블로그들. 소통을 위한 복수의 SNS 사이트가 배너로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블로거라는, 이웃같은 친근한 이름만을 사용했을 뿐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의 홈페이지 그 자체였다.

파워블로거. 그들은 초심의 순수성을 잃고 돈을 알기 시작하면서 장사꾼, 사기꾼이라는 비난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언제든 이들같은 파워블로거들은 다시 나올 수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들처럼 되기 위해 부단한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결국 파워블로거들은 돈의 냄새를 맡는 순간 바보가 되어 버렸다. 친근한 이웃일 뿐이라며 살갑게 다가선 수많은 이웃들의 순수함에서 돈냄새를 맡아버렸고 그들에겐 더 이상의 파워가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파워블로거가 되어 돈벌이를 꿈꾸는 이들 역시 똑같은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ps) 파워블로거 M씨는 방문객들에게 블로그 방문할때마다 돈1000원씩 받고 싶다는 글을 썼다고 한다. 농담이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이젠 과거의 농담도 농담이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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