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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의 위기. 몇 년 전 그는 탈세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시청자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잠정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가 다시 방송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1년을 쉰 다음 화려하게 복귀하여 지금까지 무려 7개의 프로그램을 맡으며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무려 네 개의 프로그램이 시청률 부진으로 폐지됐다. 그런 그에게 위기라는 표현은 이젠 진부하기까지 하다. 정확히 표현하면 그의 시대는 이제 갔다고 단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간 폐지된 네 개의 프로그램은 유형별로도 다양하다. 처음 폐지된 달빛 프린세스라는 프로는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독서 토크쇼여서 당연히 폐지될 수밖에 없었다 치더라도 두 번째 폐지된 무릎팍도사는 결정타였다고 본다. 예능인들의 꿈인 단독 토크쇼 진행자로 정상에 우뚝 섰던 그에게 이만한 결정타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1박 2일을 코스플레이며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유형인 야생 + 리얼 + 생고생 + 버라이어티 프로인 맨발의 친구들은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짓만 하더니 결국 남의 집에 가서 밥이나 얻어 먹는 짓거리를 하다가 또 폐지되었다. 그 다음 폐지된 별바라기는 사실 확인사살용에 다름 없었다. 이처럼 폐지된 프로그램은 해보지 않았던 유형의 프로, 가장 중요한 프로,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유형의 프로까지 골고루였다.

엔터미디어에서도 그의 부진, 위기의 이유에 대해 여러 차례 분석하였고 어제도 역시 비슷한 기사, 그리고 위기에 빠진 그를 위한 처방까지도 알려주었다.


메인MC 강호동이 아닌 인간 강호동이 절실하다


내가 생각하는 그의 위기 혹은 그의 시대가 끝난 이유는 세 가지이다.

1. 만들어지는 진행자

가장 큰 이유는 그가 하나의 프로그램을 혼자 살려내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매우 유능한 PD, 작가에 의해서 프로그램과 함께 만들어지는 진행자이지 그가 프로그램을 만들고 살려내는 능력은 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오늘날의 강호동을 만들어준 매우 유능한 PD인 나영석이 강호동과 헤어진 후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나영석은 KBS를 떠나 tvN으로 옮긴 후 그 유명한 ‘꽃보다~’ 시리즈를 만들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성공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예능과 거리가 멀었던 이서진에게 ‘국민 짐꾼’의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어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요즘엔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성공시키며 차승원에게 ‘차줌마’라는 애칭을 붙여주며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차승원이 다시금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손호준 또한 호감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오늘날의 연예인 강호동에게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었던 ‘무릎팍도사’의 여운혁 CP는 JTBC로 옮겨 JTBC의 예능을 지상파보다 훨씬 재미있게 만들었다. 이들 사례만 보아도 강호동은 매우 유능한 제작진에 의해 프로그램과 함께 만들어져야만 빛을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강호동과 다른 유형의 진행자는 신동엽이다. 신동엽은 방송사 작가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천재 중의 천재’로 치켜세우고 있다. 물론 신동엽도 여러 프로그램에서 부진도 겪었고 개인사 때문에 여러 곡절도 있었지만 적어도 방송을 하고 있을 때의 신동엽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정상을 오를 수 있는 천재성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신동엽에게서 느껴지는 섬뜩할 정도의 재치, 한 마디의 섹드립으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한 방에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강호동에게 기대하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는 반드시 매우 유능한 제작진을 만나야만 한다.

2. 시청자보다 먼저 웃는 진행자

강호동에게서 가장 호불호가 정확히 엇갈리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청자는 웃지 않지만 그는 웃는다. 그것도 매우 크게. 시끄럽게 웃는다. 무릎팍 도사를 진행하던 시절에 숱하게 보던 장면들이다. 전혀 웃음을 기대할 수 없는 아주 진지한 게스트를 앞에 놓고 그는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우헤헤헤~ 하이고 배야~!’를 반복한다. 그 모습을 본 시청자의 반응은 어떨까? 처음엔 몇 번 같이 웃어줄 수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과장된 몸짓과 혼자 웃어 제끼는 모습은 거부감을 들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측은함마저 들게 한다. 명색이 예능 프로그램이니까 웃겨야 사는데 아무도 웃을 수 없으니까 저렇게 혼자서라도 웃는구나 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강호동에게 가장 치명타였던 무릎팍 도사의 폐지에는 유사 토크쇼의 범람, 능력 있는 제작진의 부재도 있겠지만 강호동의 공감할 수 없는 과장된 몸짓에도 이유가 있다.

3. 어디 얼마나 못하나 두고 보자-안티의 증가

방송에서 보여지는 강호동은 푸근한 외모와 함께 사투리도 심하게 쓰기에 더욱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이미지로 어필한다. 그가 잘쓰는 표현이 바로 ‘이 호동이가’, ‘호동이는요~!’ 라고 말하며 어르신들에게 다가서서 크게 웃고 웃겨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물의를 일으켰던 탈세, 과소납부, 땅투기 문제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그 옛날만큼 ‘호동이~!’라고 외치는 그를 친근하게 받아주는 것은 어렵게 됐다. 


대중은 연예인에게 아주 냉정한 양가적 감정을 갖고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에겐 거금을 들여서 선물, 조공을 바치기도 하고 사생팬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한 번 감정이 틀어진 연예인에겐 대단히 가혹하다. 이 차이는 ‘얼마나 잘할지 보며 응원해주자’ 와 ‘어디 얼마나 못하나 보자’로 정확히 나눠진다. 안 그래도 호불호가 엇갈리는 진행방식 때문에 안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그는 친근함과는 거리가 먼, 가진자들이 쓰는 나쁜 편법을 자행하는 연예인 중의 한 명이 되었다. 그리고 그 후 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얼마나 못하나 두고 보자’의 냉소적인 심리를 갖게 되었다. 사실 이런 냉소적인 시청자의 심리를 이겨낼 수 있는 방송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천하의 신동엽, 유재석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신동엽, 유재석과 같은 천부적인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강호동이야 말 할 필요도 없다.

엔터미디어의 기사에서는 강호동이 부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단독 MC로 승부를 보려 하지 말고 인간 강호동을 보여주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내 기억 속에 강호동이 나온 프로그램 중 재미있던 프로그램은 그 옛날의 '쿵쿵따'와 김제동이 출연했던 당시의 '야심만만'이다. 이들 프로그램에는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는데 첫째는 강호동이 원톱의 MC가 아니었던 것이다. 유재석, 김한석 등과 함께 하는 ‘one of them’, 그들 중 한 명으로 존재하며 모두와 함께 어우러질 때 프로그램과 함께 강호동 역시 살아났다. 둘째는 '쿵쿵따'에는 유재석, '야심만만'에는 김제동처럼 강호동과 옥신각신하는 ‘제리’의 캐릭터가 있었던 것이다. 강호동이 ‘톰’이 되어 아무리 짓눌러도 다시 일어나 살살 약을 올리는, 그래서 결국엔 강호동을 이기면서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제리’가 있을 때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강호동에게 가장 중요한 것. 톰과 제리의 캐릭터보다 더 필요한 것. 그는 반드시 매우 유능한 제작진을 만나야 한다. 보통 유능한 제작진이 아닌, 나영석 PD처럼 함께 프로그램을 하면 바로 급호감 예능인으로 띄워주는 제작진을 만나야 한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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