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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가 갖추어야 할 덕목-낭만, 서정성, 부드러움. 다 좋다. 다 좋지만 딱 한 가지만 놓고 이야기할 때 이 사람을 따라잡을 자가 없다.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나오기 힘들다. 그것은 바로 힘. 피아노를 때려부술 듯한 무시무시한 폭력의 피아노. 바로 에밀 길렐스.

리히터도 호로비츠도 루빈스타인, 박하우스도 힘 하나로만 따지고 봤을 때 길렐스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 무시무시한 강철의 피아니스트가 서방세계에 처음 나왔을 때 화려하고 부드러운 음악만 듣고 살았던 서방세계의 사람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한 가지 좋은 예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비교감상 해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가끔 내게 이 곡의 추천음반이 뭐가 좋겠냐며 묻곤 하는데 이렇게 답한다. 우선 Best Choice라고 딱 한 가지만 콕 찍어서 말하기는 힘들고 네 명(호로비츠, 리히터, 길렐스,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다 들어봐야한다고.

아! 쓰바. 바쁘고 돈도 없는데 그걸 네 장씩아나 사서 들어야 한단 말이에욧? -_-+

하긴 그렇기도 하다. -_-;
각자의 취향에 따라 넷 중에 하나만 골라서 들어야겠다면 각각의 음반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그럼 1악장만을 놓고 비교감상을 해보겠다.

1. 호로비츠-토스카니니 : 전설의 음반. 호로비츠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장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광기와 무시무시한 기교를 느끼고 싶다면 추천. 단, 음질은 개판이고 너무 개성적이고 돋보여서 보편성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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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리히터-카라얀 : 가장 보편적이고 유명한 음반. 매끈하게 잘 뽑아낸 카라얀 특유의 매끈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이에 맞서는 리히터의 숨막히는 대결. 스피드는 호로비츠에 비해 떨어짐. 느릿느릿하지만 긴장감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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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클라이번-콘드라신 :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들어야 하는 역사적 의의를 갖는 음반. 왜냐하면 클라이번이기에. 리히터, 호로비츠, 길렐스같은 러시아 피아니즘의 전설들과 어깨를 겨루기엔 힘에 부치지만 그래도 클라이번이니까 들어봐야 한다고 본다. 콘드라신의 반주는 무척 공격적이고 훌륭하다. 그리고 23세의 청년 클라이번 또한 전설들과 비교하기엔 무리이겠지만 매우 힘있고 기개넘치는 타건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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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르헤리치-콘드라신 : 아르헤리치는 이 곡을 무려 세 번이나 녹음한 스페셜리스트이다. 그 중에서도 단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이 음반을 베스트로 꼽고 싶다. 뒤트와, 아바도와 함께 한 음반에 비해 이 음반은 무시무시한 야수와도 같은 이 곡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로비츠, 리히터, 길렐스의 연주와 차별화되는 그녀만의 뚜렷한 개성을 찾는 것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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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길렐스-마젤 :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음반이 바로 이 음반이다. 우선 이 곡을 잘 연주하기 위해선 오케스트라의 강렬한 음에 절대로 기죽지 말아야 한다. 차이코프스키는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오케스트레이션의 전문가였기에 이 곡은 피아니스트를 위해 만든 음악이라기보다는 어찌보면 교향곡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때문에 자칫 피아노 소리가 대규모의 오케스트라에 파묻혀 버리면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본연의 의미를 상실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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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이 곡을 연주할 땐 매끈하고 어설픈 낭만성 따윈 필요없다는 것이다. 이 곡을 연주하면서 유려하고 물흐르는 듯한 피아니즘과 오케스트레이션은 필요없다. 광활한 러시아 대륙의 거친 기상을 잘 표현하기 위해선 대단히 직선적이고 거친 힘과 광폭함이 우선되어야 한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길렐스와 마젤의 이 음반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한다.
길렐스는 한 대의 피아노로 오케스트라 전체의 소리를 잠재우는 무시무시한 타건을 구사한다.
길렐스와 함께 협연한 수많은 악단이 항상 이런 공포와도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반주를 하는 오케스트라가 말 그대로 반주로만 그쳐 찍소리도 못내는 무기력함. 망치로 때려부술 듯한 무시무시한 타건은 정말 이러다가 피아노가 작살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무서운 힘의 타건. 길렐스의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얼굴에 땀이 삐질삐질 흐를듯한 긴장감과 힘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스피드는 호로비츠를 1로 보았을 때 길렐스는 1.5 아르헤리치는 1.5~2, 리히터는 2, 클라이번은 2.5 정도로 보면 되겠다. 힘으로 따지자면 두말할 나위없이 길렐스가 넘버원이다.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단연 길렐스가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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