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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9, 10회에서는 주인공 강미리를 둘러 싼 복잡한 환경과 그 안에 강미리가 처해 있는 현실, 그리고 향후 강미리가 어떻게 살아가며 극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주어진 환경에 따라 감정의 냉(冷), 온(溫), 그리고 폭(暴)을 마음껏 오가며 표현해내는 김소연의 대단한 연기를 볼 수 있기에 그녀의 팬으로서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세젤예' 김소연, 차가운 상사→뜨거운 오열..놀라운 온도차 [어저께TV]

 

가장 먼저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며 수퍼 우먼으로 살아야 하는 냉(冷)미리의 모습을 알아 본다. 그 전에 강미리 부장으로 존재하는 사내에서의 위치, 부하직원들과의 관계, 그리고 직장 내에서 강미리와 가장 많이 접촉하며 1대 1의 구도를 이루는 남자인 한태주와의 관계설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생활, 특히 커다란 조직 내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강미리와 한태주의 관계가 꽤나 비정상적으로 설정되어 있음을 공감할 것이다. 강미리는 부장, 그것도 회사내의 유일한 여성 부장이다. 대리, 주임, 과장도 아닌 무려 부장이다. 부장이란 직급은 신입사원 한태주가 다니게 된 올포유 사내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높은 직급의 거물이다. 임원급들은 부하직원들과 함께 살 일이 없이 독립된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지내기 때문이다. 이런 거물 앞에서 일개 신입사원 따위가 꼬박꼬박 말대꾸하며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순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간 저 칼날같은 여자부장 강미리 앞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9회에서는 마케팅부장 강미리와 부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안건을 기획부에 넘기게 된 이후를 보여준다. 바로 여기에서 강미리가 유일한 여성부장으로서 회사에서 처한 위치, 그리고 그녀가 부하직원들을 다루는 방법 등을 다양한 각도로 비추어 준다. 마케팅 부원들은 한 목소리로 기획안을 다시 가져오자며 새로 부임한 전인숙 대표의 결정에 분노한다. 그리고 바로 이때 신입사원인 한태주는 회사의 입장을 생각하자면 기획부의 추진이 옳다며 아주 당당한 표정으로 입바른 소리를 해댄다. 그리고 순간 얼어버릴 것 같은 마케팅 부실의 분위기. 강미리는 내가 그걸 몰라서 이 기획안을 작성했겠냐며 왜 그렇게 꼬박꼬박 말대꾸를 해대냐며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화를 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내가 그걸 몰라서 했겠냐’라는 강미리의 말이 중요하다. 지금 강미리가 처한 상황, 즉 자신이 세운 공을 다른 유능한 또 다른 조직원의 공으로 돌리게 하는 것은 조직 내에서 유능하지만 눈엣가시인 조직원 하나를 제거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리고 이에 반발할 경우를 대비하여 이른바 상생, 화합과 조직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덧씌우게 된다. 만일 강미리와 마케팅부원들이 대표의 결정에 반발하면 회사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강미리 역시 회사 내의 생리를 매우 잘 알고 있기에 분을 삭히면서 어쩔 수 없이 그 결정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돌아가는 상황 따위를 염두에 두지 않는 순수한 신입사원 한태주는 그저 자신의 의견을 아주 또박또박 당차게 말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처럼 비현실적으로 당돌한 한태주를 상대하는 강미리의 대응법도 흥미로웠다. 부장 정도 직급의 거물은 당돌한 신입사원 하나를 길들이는 방법으로 자신이 직접 대면하는 법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경우 과장이나 대리 정도의 중간 책임자를 불러 조용히 다그친 다음 그 신입사원을 완전히 고립, 따돌림하는 방법을 쓴다. 즉, 도저히 못 이겨서 알아서 나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회식자리에서도 알게 모르게 따돌리는 것과 다른 부서, 회사 전체 사방팔방에 온갖 나쁜 소문을 내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게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조용히 제거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데 반해 강미리 부장은 본인이 직접 새파란 신입사원을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 

 

서류 복사, 커피 심부름, 그리고 문서 전달 등 온갖 잡일들을 죄다 한태주에게 몰아주며 신입 길들이기를 하는 부장 강미리. 이런 길들이기는 사실 부장보다 하급 직위인 대리들이 과장의 오더를 받고 하는 일이다.

 

이 짧지만 강렬했던 장면에서 알아볼 수 있는 강미리에 대한 정보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강미리가 마케팅 부원들에게 어떤 부장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완벽하고 정확한 일처리, 차가운 얼굴 표정, 얼음장같이 감정이 없는 사람인 것 같지만 자신의 출세를 위해 부원들을 내치는 짓은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결속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의 기획안이 기획부로 넘어가게 된 사실을 알게 되자 부장보다 더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서원들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둘째, 강미리가 한태주라는 까마득한 일개 신입사원을 상대하는 태도에서 어떤 성격과 행동으로 사내의 유일한 여성부장의 직급까지 달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한태주라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신입사원 따위를 대리나 과정도 아닌 부장이 직접 온갖 잡일을 다 시키며 인내력 테스트를 하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솔직한 감정표현과 함께 자질구레한 권모술수 대신 실력으로 정면돌파하며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과거를 유추할 수 있는 설정이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부장인 냉(冷)미리는 그녀의 가족, 특히 하나뿐인 엄마와 조카 다빈이를 만나면 완벽하게 무장해제 되어 온(溫)미리가 되어 버린다. 철저하게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담금질하며 달려온 수퍼 우먼에게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는 바로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집뿐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찬바람이 휘날리는 부장 강미리에서 조카 다빈이와 유치원에서 재회할 때 온갖 호들갑을 다 떨어대는 이모 미리로 변신하는 장면을 보며 ‘역시~! 역시~! 김소연~!’을 연발하며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강미리를 연기하는 배우 김소연의 실제 모습은 냉미리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 실제 그녀의 성격은 아주 예의 바르고 감정표현에 매우 충실하며 때론 호들갑을 떨어댄다. 온, 그것도 매우 따뜻한 온미리임이 여러 관찰예능 프로를 통해 확인되었다. 

 

냉과 온만을 오가는 것 같은 미리에게도 감정이 폭발하는 폭(暴)미리 또한 있었다. 사무실에서 조퇴한 후 회사에 충성하느니 오늘 하루 조카에게 충성하겠다고 언니 미선에게 선포하며 놀이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미리와 다빈. 하지만 어린 시절의 지독히도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잠시 딴 생각을 하는 동안 다빈이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불상사를 맞이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 버림받아 떨어져 살아야 했던 아픔을 간직한 이 여자에겐 잠깐의 순간이라도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 얼음장같이 차갑고 이성적인 미리는 순간 이성을 상실한 채 미친 듯이 다빈이의 이름을 불러댄다. 

 

 

이모가 다빈이 미워서 버리려고 했어~! 아침마다 출근전쟁을 하며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사이를 오가며 맡겨지는 자신의 처지를 그 어린 다빈이는 자신이 버려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이모 역시 나를 버리려고 했다는 생각에서 다빈이는 이모를 원망하였다. 이래서, 이래서 애들 앞에선 정말 말조심, 행동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만난 조카 다빈. 이모가 나를 버린 줄 알았다며 이모 나쁘다며 울부짖는 조카 다빈을 끌어 안고 그만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바로 꼭꼭 숨기며 살아야만 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터뜨리는 폭(暴)미리로 변신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별의 아픔이 무엇인지 이해하기에도 벅찬 어린 나이에 엄마에게 버림받았던 미리에겐 이 세상에서 가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방영이 시작된 후 겨우 10분의 1 정도밖에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다. 앞으로 기나긴 시간 동안 보여주고 들려줄 이야기도 많은 이 드라마에서 특히 9회와 10회는 주인공 강미리가 보여준 크나큰 감정의 진폭, 그리고 이처럼 복잡한 심경의 변화를 가진 인물을 표현하는 김소연의 좋은 연기를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회차였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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