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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13~16회차에서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설명과 함께 둘째 딸인 미리를 중심으로 한 선과 악의 구도를 매우 명확하게 구분하며 머릿속에 맴도는 이런저런 복잡한 설정들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었다. 

 

 

가장 명쾌하게 정리된 부분은 무엇보다도 전인숙의 정체였다. 갑작스럽게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회사의 대표로 취임하며 미리의 적개심을 사게 된 전인숙이 미리의 친모였다. 나는 전 회차에서 미리의 친모일 것 같은 암시를 보일 때 꽤나 의외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첫째, 강보에 싸인 갓난아이도 아닌 언어소통과 감정표현이 충분히 가능한 어린 아이를 내다 버리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것이며 둘째, 제 손으로 그렇게 갖다 버린 아이를 기억을 못하는 것이 또 가능하겠냐는 것이며 셋째, 불과 4주차 만에 출생의 비밀을 벌써부터 공개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이처럼 빠른 속도로 기초공사를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친모인 인숙의 입에서 버린 딸이 현재 미국에서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는 뻔뻔한 거짓말을 듣게 된 미리는 화장실에서 숨죽여 오열을 하고 난 뒤 인숙에 대한 적개심을 더욱 키우며 복수의 칼날을 새파랗게 갈았다.  


가족. 그 존재만으로도 가슴이 찡해지고 든든해지는 이름

 

낳고 버린 엄마의 뒤통수에 악담을 하며 굵은 소금을 한 됫박 퍼붓는 키워준 엄마. 이런 나쁜 엄마에겐 뒤통수가 아니라 면전에다 찰지게 소금 싸대기를 퍼붓어야 한다.

 

특히 이번 회차에서는 이 드라마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 즉 가족의 정의와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미리와 그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극명한 대비를 통해 그려내었다. 먼저 미리의 친모인 전인숙은 일신의 성공을 위한 뒤틀린 욕망으로 친딸마저 동서 형님에게 갖다 버리는 있을 수 없는 악행을 아무렇지 않게 저질렀던 천하의 악녀였음이 드러났다. 그렇게 다른 남자를 선택하여 새로 결혼하여 무려 28년동안이나 가족들에게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던 그녀는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동서 형님인 미리의 엄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온갖 악담을 다 퍼부어 대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제껏 그랬듯이 앞으로도 서로 모른 체하며 남으로 살자고 지껄이는 전인숙의 뒤통수에 분노에 불타는 엄마는 굵은 소금을 한 됫박 퍼붓고 난 뒤 주저 앉아 버린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중요했다. 

 

울고불며 큰딸 미선에게 급한 전화를 하는 엄마, 엄마의 전화를 받자 하이힐을 신은 채로 염통이 터져라고 거리를 뛰어 온 미선의 모습. 이들의 걱정은 오직 한 가지. 우리의 가족인 미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전인숙따위의 여자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가족의 사랑이고 힘이다.

 

엄마는 미선을 시켜 인숙이 나타난 낌새가 수상하니 혹시 미리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동정을 살펴보라고 부탁한다. 미리는 엄마의 친딸은 아니지만 친딸과 하나도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의 부탁을 받은 미선은 노심초사하며 미리의 집으로 가 미리를 살펴본다. 인간 이하의 친모가 나타났으니 가족이 비상세태로 돌입하며 가장 먼저 미리를 걱정하는 것, 평소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서로에게 위기가 닥칠 것 같으면 하나로 뭉치는 진짜 가족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난 이 장면을 보며 지극한 가족의 사랑과 힘이 절절이 느껴졌고 또한 이래서 드라마에는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원로 연기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상으로는 결코 길지 않았지만 연기에 있어선 부연설명이 필요없는 김해숙과 최명길의 팽팽한 대립 연기가 주는 긴장감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세젤예' 김해숙·유선, 김소연 위한 특급 가족애

 

난 이 장면에서 예전에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인 ‘고령화 가족’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화장품 외판원을 하는 어머니(윤여정) 사이에서 자란 삼 남매(윤제문, 박해일, 공효진)은 늘 티격태격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 삼 남매 중 그들이 아버지라 부르는 그 분과 살아계신 엄마 사이에서 낳은 자식은 둘째 아들(박해일)뿐이었다. 큰 아들(윤제문)은 아버지가 키워준 엄마와 만나서 결혼하기 전에 살았던 여자의 자식, 즉 아버지와는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완전히 남일 뿐이고 딸(공효진)의 친부는 어머니와 외도를 한 철물점 영감님(박근형)이다. 

 

영화 '고령화 가족'에서는 함께 모여 한 밥상에서 밥을 먹는 장면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특히 이 장면은 영화의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서로 아버지도 어머니도 다른 남매이고 사이도 별로 좋지 않지만 한 뚝배기 안에 숟가락을 넣고 찌게를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들. 그것이 바로 가족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인숙의 등장에 충격을 받고 분노하여 악담을 퍼붓지만 곧장 미리가 걱정되는 엄마, 그리고 엄마의 울먹이는 전화 목소리를 듣자 바쁜 야근을 다 뿌리치고 한 달음에 달려가는 큰 딸 미선, 그리고 그들이 함께 마음 졸이며 걱정하는 딸이자 동생인 미리. 그들에겐 친딸과 가족을 내팽개치고 성공을 위해 달려온 전인숙만큼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은 없다. 하지만 그들에겐 그 어떤 사회적 지위, 또는 억 만금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의 사랑이 있기에 두려울 게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모두가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는 이들이 평상시엔 그저 티격태격 싸워대기만 하며 철부지처럼 살지만 정작 가족의 누군가의 앞에 어려운 일이 닥치면 대신 죄를 뒤집어 쓰고 감방을 가는 것도 서슴지 않는 끈끈한 사랑으로 뭉쳐져 있었다.  

 

당당해진 알파걸 강미리의 연기

 

김소연이 아역시절부터 지금까지 연기했던 배역을 살펴보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전문직 여성을 주로 연기했다는 것이다. 반듯하고 또렷한 이목구비와 지적으로 보이는 인상이 전문직 여성을 연기하기에 최적화되었기에 무려 아역 시절부터 피아니스트, 발레리나, 신약개발의 연구원, 의사, 검사, 공작원, 대기업의 사장 비서 등 종류별로도 매우 다양한 전문직 여성의 연기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처럼 연기인생을 관통하는 일관된 경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전의 작품들과는 분명하게 다른 한가지 재미있는 점을 찾을 수 있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직장이라는 조직 내에서 항상 얼굴을 맞대고 사는 상사가 존재하고 그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직책이었던 반면에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들의 워너비라고 표현하는 진정한 의미의 슈퍼 우먼, 알파걸의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김소연이 연기한 전문직 여성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이전의 작품들에서 보여주는 메이크업이나 의상, 행동과 말투가 지금 연기하고 있는 강미리와 다른 점을 찾아 볼 수 있다. 다음 스틸 컷 모음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한 공간에서 상사와 함께 있는 투샷을 잡을 때 손을 모으고 공손히 서있는 자세에서 옆구리에 양 손을 올리고 고개 숙이는 부하직원들을 상대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김소연이 이처럼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른 위치의 전문직 여성을 연기하는 것을 보며 그녀의 오래 된 팬으로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전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일관된 패턴에서 한 걸음 발전하여 보다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더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대를 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16회의 마지막, 전인숙과 대립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서늘한 표정은 전설의 악녀 허영미의 얼굴마저 느껴졌다.

 

회의 시간에 자신을 버린 친모 앞에서 당당하게 반박하며 둘만이 있는 사무실에서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대차게 대드는 모습은 군인들마저 싫어했다는 전설의 악녀 허영미가 오랫만에 떠오를 정도였다.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 그리고 종합 선물세트 같은 김소연의 연기

 

김소연은 지난 2017년에 발간된 화보와의 인터뷰에서 허영미가 얼마나 매력 있는 캐릭터였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하게 느끼고 있으며 꼭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자신을 버린 친모와 새파랗게 날 선 대립을 예고하며 그토록 원했던 제2의 허영미를 연기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 앞에선 그저 무장해제 되어 버리는 딸이자 동생, 이모의 모습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알파걸 미리가 가족들 앞에서는 그토록 똑똑하고 차가운 모습의 부장에서 그저 무장해제 되어 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어릴 적 친모에게서 버림받았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들에게마저 버림받아선 안 된다는 처절한 보호본능, 자기방어의 기작임을 알게 되면 더더욱 애잔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토록 여리디 여린 내유외강의 이중적인 미리를 기가 막히게 연기하는 김소연의 모습은 그저 감탄을 금치 못할 뿐이다. 

 

 

뿐만 아니라 새파랗게 어린 신입사원인 한태주와 밀당 연애를 하는 사랑스러운 모습까지 모두 기대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김소연이 팬들에게 주는 최고의 종합세트 같은 작품임이 분명하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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