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24)
김소연 (59)
Classic Music Story (19)
Artist Story (46)
세상을 보는 눈 (122)
MLB Story (26)
KBO Story (13)
Fun Video (9)
Drama 보기 (9)
좋은 정보 (6)
In my mind (3)
그 시절의 pop story (9)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Today
Yesterday
04-19 23:14
감사해요 사랑해요 잘했어요 함께해요

달력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엄용수. 볼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원로 개그맨


개그맨 엄용수는 TV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개그맨 중 내게 가장 많이, 가장 오랜 세월동안 웃음을 주는 세 명 중 한 명이다. 다른 두 명은 이경규와 최양락이다. 이경규가 온갖 유형의 프로그램에서 그에 맞는 변신을 시도하고 성공하며 웃음을 준다면 최양락은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나오는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깐족거리는 말투와 과거 에피소드 이야기로 웃음을 준다. 반면 이들에 비해 엄용수가 주는 웃음의 유형은 늘 뻔하고 그게 그거라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가 가끔씩 TV 토크쇼 등에 출연하여 이야기하며 보여주는 레퍼토리는 대략 다음과 같은데 먼저 신기(神技)라고 밖엔 표현할 수 없는 두가지 개인기, 속사포 개그와 성대모사를 들 수 있다. 두 번씩 반복된 결혼과 이혼을 빗댄 자학개그, 그리고 행사의 제왕이라는 별명처럼 아무리 싼 가격을 제시하고 심지어 돈이 아닌 곡식 등의 현물을 개런티로 제시해도 불러만 주면 어디든 달려가서 열어주는 공연에 얽힌 에피소드 등이다.

 
연예인이 대중의 뇌리속에 뻔하다는 이미지로 연상되는 것은 사실 사망선고나 다름이 없다. 파릇파릇한 외모를 앞세워 10대에 데뷔한 여자 연예인이 20대와 30대를 넘어 40대의 애 엄마가 되도록 대중에게 내세울 수 있는 이미지와 언론에서 묘사할 수 표현이 그저 ‘변하지 않는 외모’밖에 없다면 그 연자 연예인은 실패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무려 40여년간 엄용수는 대중에게 그 뻔한 이미지를 뻔하지 않게 보여주며 늘 새롭고 식상하지 않게 큰 웃음을 주며 다가온다. 그래서 내게 엄용수는 더 대단하면서도 궁금하게 보인 개그맨이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나는 유튜브에서 두 편의 동영상을 보며 엄용수에게 가졌던 궁금함을 해소할 수 있었고 또한 절로 존경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평소 엄용수를 좋아하는 팬이거나 혹은 팬은 아니더라도 엄용수에게 궁금한 점이 있던 사람이라면 이 동영상을 보게 되면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엄용수가 2019년에 YTN의 ‘아! 그 사람’이라는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동영상이다. 투철한 소명의식으로 살아가는 개그맨이자 출생때부터 많은 곡절을 겪으며 꿋꿋하게 살아온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서의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과 함께 순간순간 터지는 큰 웃음을 더해 보여준다. 

 

 

후배 개그맨 서승만의 유튜브 채널에 최근에 출연했던 동영상이다. 염가, 초저가로 유명한 그의 행사 개런티에 얽힌 소문과 진실, 진짜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준다. 

 

평소에 엄용수를 좋아하는 내게 다시금 박장대소와 잔잔한 감동, 그리고 존경심마저 들게 만든 이 동영상을 보고 느낀 감상을 캡처 화면을 보면서 이야기해본다. 먼저 엄용수의 개그 전체를 관통하는 두가지 큰 컨셉이 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끌어들이는 개인기와 지나친 겸손처럼 보이는 자학이다. 이 두가지 컨셉이 있음을 전제하고 영상을 시청하면 엄용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개인기.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공동 사회자나 게스트 없이 오로지 한 명의 사회자와 일대일로만 진행되는 단독 토크쇼에 출연한 엄용수. 우선 등장과 소개부터 심상치 않다. 방송에 나오니까 꽤 오랜 시간을 들여 했을 메이크업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해달라는 부탁에 그 유명한 ‘아껴 주시고 성원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고~’를 쭉쭉 이어가며 속사포 자기소개가 이어진다. 

 

 

여기에서부터 먼저 시청자들의 보는 사람의 이목을 확 잡아 끄는데 성공하는 엄용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단어’를 말하는 능력보다 ‘정해진 시간’안에 많은 단어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엄용수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너무도 좋아했던 코미디를 계속 하고 싶었던 처절한 생존전략으로 이런 능력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 또한 밝힌다.  

 

 

엄용수가 방송국 개그맨으로 데뷔해서 활동했던 1980년대는 콩트 코미디의 전성기였다.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엔 각각의 콩트 코너가 있었고 그 코너를 이끌어 가는 이른바 코너주가 있었는데 원탑이었던 심형래, 최양락, 그리고 故 김형곤 정도가 코너주였다. 코너주들이 구상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회의를 거쳐 대본을 쓰고 코너주들이 함께 코너를 하고 싶은 개그맨들과 함께 한 코너를 이끌어 가는 식이었다. 이때 엄용수는 코너주의 급이 아닌 코너주들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으로 받아줘야 함께 연기를 하며 얼굴을 알리는 조연급 개그맨이었다. 조연급의 그가 살아 남아서 개그맨으로서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방법은 모든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잡아 끄는 자신만의 특화된 기술이 필요했고 그렇게 개발된 기술이 바로 정해진 짧은 시간안에 같은 이야기를 늘려서 하는 기술이었던 것이다. 

 

정신없이 휘몰아친 자기소개를 마친 후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 오늘 이 자리에 나와 시청자 여러분께 즐거움과 화사한 분위기를 웃음을 전해 드리기 화려한 의상을 입고 왔다고 말한다. 그에 덧붙여 이런 의상은 제 정신으로는 입을 수 없다고 이야기를 듣자 사회자는 숨죽여 웃음을 터뜨린다.

 

 

사실 그렇다. 일상생활에서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자리에 엄용수의 의상 조합-백구두에 핑크색 양복-을 입는다는 건 상상조차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엄용수는 정해진 시간에 많은 단어를 이야기하는 독특한 개인기에 덧붙여 자신이 입고 온 의상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 입을 수 있다는 자학성 개그로 웃음을 주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한 번에 잡아 끄는데 성공한다.  

 

엄용수가 가진 또 하나의 대체불가의 개인기는 바로 성대모사이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스스로 가장 닮았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그는 이 성대모사 역시 생존을 위한 전략이었음을 이야기한다. 엄용수는 인기있는 유명인사의 성대모사를 함으로서 그 사람만큼 유명해질 수 있고 성대모사만 잘해도 유명해지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임을 또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어지는 사회자의 성대모사 요청에 엄용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두 전직 대통령, DJ와 YS의 성대모사를 보여준다. 나는 엄용수의 성대모사를 수 십년간 수 십 번은 보았지만 보면 볼수록 감탄에 감탄을 자아낸다. 

 

YS의 성대모사를 할 때 YS 특유의 말투인 ‘하악~실~한’을 과장된 억양과 표정으로 모사할 때 토크쇼의 사회자는 크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난 이때 하마터면 웃다가 뒤로 넘어질 뻔했다. 

 

엄용수가 단순하게 개인기를 잘 개발한 덕분에 개그맨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았다고 보기엔 설명이 부족하다. 그는 데뷔 후 지금까지도 늘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지독한 노력파이다.

 

 

그는 코미디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신문, 잡지, 책자를 구해서 읽고 스크랩을 한다. 그는 아침마다 9가지 이상의 신문을 구독하며 지금까지도 스크랩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이 글의 맨 처음 단락에 언급한 바와 같이 엄용수가 오랜 세월 동안 ‘늘 뻔하고 그게 그거 같은’ 모습으로 나오지만 늘 새로운 웃음을 주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늘 코미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그 공부를 통해 얻은 어마어마한 자료가 그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덕분이었다. 

 

 

그는 그의 엄청난 자산인 이 스크랩 북을 정말 뜻있는 후배에게 물려줄 의향이 있다고도 밝혔다. 그리고 여기에 단서를 붙였다. 앞으로 30년만 더 한 후에 물려주겠다고 했다. 역시 진짜 개그맨 엄용수다웠고 이 단서를 들은 사회자는 역시 어김없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봉사와 이타정신의 아이콘 

 

그 모임 중 돈 받는 건 하나도 없다고 단호하게 밝혀 순간적인 큰 웃음을 주는 엄용수. 자못 진지하고 감동적으로 흘러가던 분위기를 한 번에 반전시키는 진짜 개그맨이다.

 

개그맨 엄용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기와 자학개그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인간 엄용수를 이야기할 때 봉사와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여러 단체를 빼놓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 중 하루는 연예인 노조 코미디언지부장으로 근무한다. 이상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활발한 활동의 상당수는 자신의 이익과 공명심에 앞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음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코미디언 후배들의 권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엄용수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일주일 중 또 하루는 사단법인 코미디언 협회의 회장으로 근무한다. 사실 이 코미디언 협회라는 단체는 원래 코미디언들의 친목을 위한 단체였지만 지난 2010년 엄용수가 사비를 털어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였고 초대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참고로 자신이 사비를 털어 만든 이 단체의 회장직을 뜻있는 후배가 맡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어느 누구도 맡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껏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밝혔다. 

 

 

<인터뷰> 엄용수 한국방송코미디협회장

 

이 단체 역시 엄용수가 양지에서 빛을 보는 개그맨들 보다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고생하는 후배들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것을 볼 때 엄용수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개그맨들이 진정한 지표로 삼아야 할 개그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많은 봉사를 하는 그가 ‘대한민국 나눔대상’의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갖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사회자가 이를 언급하자 엄용수는 고개를 숙인 채 쑥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협회장을 하고 있으니 어련히 봉사는 했을 것이란 생각과 함께 이제껏 오랜 개그맨 생활에 상복이 없는 자신에게 안쓰러운 마음에 상을 준 것이라며 매우 겸손하게 대답하였다. 그는 진짜 대인배였다. 

 

장작도 행사비로 받는 박리다매 행사의 달인

 

엄용수의 바쁜 일정 중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이타적으로 살았으니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말 그대로 먹고 살아야 하니까 온갖 행사장에 달려가 공연을 한다. 엄용수는 현존하는 연예인 중 각종 행사의 사회자로 가장 유명한데 유명도의 이유는 다름 아닌 행사비를 따지지 않고 어디든 달려가기 때문이다. 서승만 TV에서 가격을 따지지 않고 행사장에 달려가는 이유를 밝혔는데 ‘가격을 따지다가 그 일이 최양락, 이용식, 김학래에게 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일을 못하게끔’ 아무데나 달려가서 선점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한 번 크게 웃자고 하는 농담에 불과하고 그저 공연이 재미있고 어떻게 하면 공연을 재미있게 할 것인지만 생각한다고 진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염가로 행사장을 다니는 것이 소문이 났고 심지어는 돈이 아닌 지방의 특산물, 곡식 등을 행사비로 주고받았고 결국 행사비로 장작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나게 된 것이다. 

 

서승만 TV에서 장작을 받았다는 소문의 진상을 밝혔다. 봉화의 한 행사장에 가서 공연을 했는데 닭백숙에 넣어 먹는 옻나무 몇 가마니를 행사비로 차 트렁크에 넣어주었다는 것이다. 엄용수가 이를 동료 연예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행사비로 장작을 받고 다닌다는 소문까지 났다는 것이다. 

 

만일 실제 이런 일이 생기게 되면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장난하지 마시고 얼른 책정된 개런티를 달라고 할 것이다. 그들이 어렵게 시간을 내서 먼 곳까지 와서 애써 공연을 해주었는데 기껏 농산물 몇 가마니를 주면서 가라고 하면 연예인을 호구로 보는 처사로 생각하며 행사 주최측을 경찰에 고발조치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하지만 엄용수는 그조차도 그냥 받아들인다. 뿐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서 그렇게 장작조차도 마다하지 않고 행사장을 다닌다는 소문 덕분에 행사 요청이 마구 들어오니까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난 실컷 웃는 와중에 엄용수는 진정한 대인배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쏟아져 나왔다. 아무리 무명의 연예인일지라도 먼 곳까지 행사장에 찾아와서 공연을 했으면 응당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물며 엄용수만큼의 오랜 경력과 높은 지명도를 자랑하는 연예인을 불러서 공연을 시켜 놓고 행사비로 농산물을 포장한 가마니를 주는 것은 연예인의 자존심을 있는 대로 무너뜨린 몰상식한 행위인 것 또한 당연하다. 하지만 엄용수는 자신을 불러준 사람이라면 무조건 고맙게 생각하고 공연을 해주고 어이없는 행사비를 받고 또한 잘못된 소문이 나도 건강을 위한 식품을 챙겨 준 정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보통사람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행사의 달인 엄용수가 가는 곳은 단순히 공연장, 축제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엄용수를 존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불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장소는 바로 결혼식이다. 그는 자신을 불러준 결혼식에 축하객으로서, 또는 주례를 하거나 사회를 보기 위해서도 참석한다고 밝혔다. 결혼식 사회를 볼 연배는 아님에도 아직까지 사회를 보러 다니시냐고 의아해하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재혼이나 삼혼하는 사람들은 꼭 저를 찾습니다~! 제가 경험이 있으니까~! 재혼 안해본 사람이 사회를 보면 불안하니까~!'

 

 

 

애써 웃음을 참느라 곤욕을 치르는 사회자를 움짤로 표현해 봤다. 불쑥불쑥 지뢰처럼 터져 나오는 엄용수의 개그에 크게 웃지 못하는 것도 정말 곤욕이다. 움짤로 보면 숨죽여 웃던 도중에 잠깐 카메라 눈치를 보는 장면도 나온다. 

 

이 대목에서도 여지없이 나오는 엄용수의 자학성 개그가 빛을 발한다. 거듭된 이혼의 아픔이 결혼식 사회를 볼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생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아예 엄두도 못 낼 생각이다. 

 

평생을 감사하며 살기에 즐거움을 나눌 줄 아는 삶

 

 

토크쇼의 마지막은 엄용수에게 인생의 그래프를 그려 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엄용수는 이에 흔쾌히 응하며 10대때부터 100세까지 y축의 값이 늘 정점에 달한 듯한 인생을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어서 그는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감사할 수밖에 없었던 굴곡 많은 인생을 설명해준다. 

그는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날 때 역산(逆産)으로 발이 먼저 나왔기 때문에 어머니의 생명이 위험한 지경까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므로 출산을 포기하고 사산하자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마저 뿌리치고 결국 그를 낳았다고 한다. 여기엔 더욱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그의 부모님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 월남한 실향민이며 그의 두 누나를 북에 남겨 둔 채 월남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부모님은 38선을 넘어오면서까지 어렵게 가진 자식을 낳아보지도 못하고 죽이는 짓은 할 수 없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힘에 부쳐 기절한 끝에 걸린 발이 빠지며 극적으로 출생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의 아슬아슬했던 삶은 출생에만 그치지 않았다. 대학생 시절엔 큰 차에 부딪치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뻔했지만 결국 살아났고 좋은 외과의 선생님을 만나 걸음을 걷고 개그맨의 꿈까지 이루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엄용수는 인기의 유무는 두번째 문제이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항상 감사할 일이며 그의 인생은 늘 y축의 정점에 가까운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강변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내가 오랜 동안 가져왔던 의문 하나가 풀렸다. 엄용수 정도 되는 원로 개그맨이 어째서 행사비의 액수에 연연하지 않고 그토록 열심히 행사장을 다니는 걸까? 그 답은 엄용수는 평생동안 감사생활을 해왔고 앞으로도 감사와 긍정의 생활을 할 것이라는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살아있는 자체가 감사한 그에게 설령 행사비로 장작이 아니라 이쑤시개 몇 가마니를 차 트렁크에 넣어 주어도 그는 감사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에 불러만 주면 변함없이 행사장까지 달려간다. 

 

내가 이 토크쇼를 보면서 가장 큰 감동을 받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엄용수의 오랜 팬이라고 생각했던 나 역시도 처음 들어보는 출생부터 기구했던 삶과 그런 삶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넘어 공연장에서 사회를 보며 큰 즐거움을 주는 것 뿐만아니라 여러 봉사단체를 운영하며 봉사활동까지 하고 있었다. 이런 삶의 자세는 어지간한 사람은 흉내조차 내기 힘들 정도이다. 이토록 감사와 긍정적인 인생철학의 소유자인 그에게 어쩌면 두 번의 이혼 정도는 별 것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큰 일과 맞부딪치게 되면 나타나는 사람들의 유형이 있다. 먼저 부정형이 있다. 자신에게 둘러싼 문제들을 일단 인정하지 않으려 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왔을 땐 그 원인을 자꾸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으려 든다. 이 사람들은 결국 문제해결을 하지 못한 채 주저앉거나 다른 사람에게 큰 빚을 지고 나서야 겨우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그 다음엔 자포자기형이 있다. 어떤 문제가 닥쳤으면 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까진 나쁘지 않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주저 앉아 버리는 유형이다. 이들이 주로 싼값에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현실을 망각하기 위한 특효약인 술이다. 그 다음엔 엄용수와 같은 긍정형이 있다. 그는 출생부터 기구했던 삶을 원망하지 않고 살아 숨쉬고 있다는 자체를 감사하며 살아간다. 대형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결국 걸어 다닐 수 있게 해 주신 의사선생님께 감사한다. 머릿속의 생각으로는 늘 어떤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살겠노라고 다짐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작고 가까운 예로 아침에 간발의 차이로 출근 전철을 놓쳤다면? 일단 ‘아~! 이런~! 니미럴~!’하고 욕부터 나가는 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행동양식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내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엄용수는 웃음을 주는 개그맨으로 좋아하는 것을 넘어 감사생활을 할 줄 아는 인생철학을 배우고 존경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시 찾아온 사랑을 응원하며

엄용수는 서승만 TV에 출연하여 새로운 인연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소개했다. 처음엔 엄용수의 팬이었던 여성이 엄용수의 코미디를 보고 삶에 큰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며 정식으로 교제를 신청했고 이에 엄용수도 응하며 교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엄용수는 교제 중인 그 여성이 자신보다 지적이고 폭이 넓은 분이라며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온다며 쑥스러운 듯 크게 웃어 보였다.

 


일주일의 절반을 봉사와 이타정신으로 살아가며 숨쉬고 살고 있는 인생 그 자체에 크나큰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엄용수가 좋은 인연과 사랑의 결실을 맺는 일 또한 당연히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엄용수가 그동안 베풀며 살아왔던 수많은 선연(善緣)들에게서 받는 최소한의 보답이며 인과보응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엄용수가 다시 만난 좋은 인연과 꼭 아름답고 진실된 사랑의 결실을 나누길 오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해 본다.  

Posted by snipe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