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이 된 진리에게

 

진리야. 네가 우리들의 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된지 벌써 일년의 시간이 흘렀구나. 일년 전의 오늘, 10월 14일에 네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난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네가,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그토록 씩씩하고 당당하게만 보였던 네가 한 선택이었기에 난 너무 놀래서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보다 더 예쁘고 순수했던, 그리고 그 누구보다 가녀리고 상처 많았던 고작 24세의 너에게 故人, 혹은 향년이라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표현으로 수식해야 하는 이 세상이 나는 너무 가슴 아프고 또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네가 떠난 후 이 세상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생겼단다. 먼저 너에겐 친언니처럼 가까웠기에 네가 떠났을 때 그 누구보다 슬퍼했던 하라는 네가 떠난 41일 후 네 곁을 따라가고 말았지. 아마도 너와 하라는 지금도 사이 좋게 친자매처럼 지내고 있겠지. 
네가 떠난 후에야 너에게 그토록 큰 상처를 주었던 인터넷 뉴스의 댓글들이 모두 사라졌단다. 그리고 네가 떠나고 두 달이 지난 후 이 세상엔 몹쓸 바이러스가 온 천지에 다 퍼져 그 누구든 삼복더위에도 마스크를 써야 하고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하며 모이지도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상상할 수도 없었던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이라는 단어를 쓰는 세상이 되어 서로 말도 제대로 못하고 늘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며 어디를 가던 온도를 측정하고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야 하는, 그렇게 불신과 의심이 가득한 세상이 되었단다. 

이 세상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일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라던데 나는 이것이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4세의 예쁘고 순수하며 가녀리고 상처 많았던 최진리를 떠나보냈어야 할 만큼 불신과 냉소만이 가득한 이 세상에 하늘이 내린 천벌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웠던 네가 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면 이 세상은 너에게 노출, 노브라, 관종이란 저질스럽기 짝이 없는 말들로 응답했다. 그리고 일명 언론사의 기자라는 작자들은 그토록 저질스러운 응답들을 그대로 옮겨 적고 이걸 기사랍시고 발표하며 확대재생산하기에 바빴지.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 큰 용기를 내어 연기에 도전하며 영화에 출연했던 네게 이 세상은 또 한 번 저질스럽기 짝이 없게 너의 노출에만 관심을 가졌다. 
네가 어쩔 수 없이 웃는 얼굴로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내 편이 되어 달라고, 내 편이 되어 고맙다며 했던 말들이 얼마나 진심 어렸는지, 네가 어쩔 수 없이 웃었던 그 얼굴 뒤에 네가 얼마나 처절하게 절규했었는지 사람들은 너를 믿지 못했고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너의 순수함을 믿지 못하는 이런 불신과 냉소에 빠져 있는 이 세상에 하늘이 내리는 천벌치고는 오히려 가볍다는 생각마저 들었단다. 

진리야. 너무도 뒤늦은 사과이지만 미안했다. 그토록 순수했던 너의 마음을 믿지 못해서 미안했고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다시 한 번 미안했다. 너는 이 세상의 불신만을 보고 떠났지만 이것 하나만은 믿어주면 좋겠다. 네가 떠난 후 이 세상엔 너를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단다. 그러니 부디 이젠 불신과 냉소따윈 없는 저 좋은 세상에서 편히 잠들어다오. 

-너를 좋아했지만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비겁했던, 그래서 미안한 삼촌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