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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CS 2차전. 6-6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 메츠의 철벽 마무리 빌리 와그너를 상대로 시원한 좌월홈런을 빼앗는 다구치. 이후 푸홀스, 스피지오와 후안 엔카나시온의 연속타가 터지며 와그너는 무너졌지만 사실상의 승부는 다구치에게 홈런을 맞을 것으로 끝이었다.

카디널스의 소금같은 남자 다구치

다구치의 루키 카드. 그는 2002년에 무려 33살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부단한 노력끝에 NL 최강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없어선 안될 소금같은 선수로 성장했다.

21세기 NL 최고의 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001년부터 올해까지 2003년만을 제외하곤 빠짐없이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참가하고 있다. 게다가 200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NLCS에 진출하는 강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카즈는 NL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강팀 중의 강팀인데 이런 강팀을 구성하는 선수의 면면 또한 매우 화려하다.
설명이 필요없는 괴물 앨버트 푸홀스, 최고의 3루수 스캇 롤렌, 짐 에드먼즈의 살인타선에 2005 사이영 위너 크리스 카펜터와 제프 수판, 제이슨 이스링하우젠, 제이슨 마키 등 너무도 화려한 선수진이 카즈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스타 플레이어 중에 왜소한 체구의 동양인이 딱 한 명 있으니 그가 바로 다구치이다.

다구치는 스타 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도 아니다. 타격이 뛰어나서 대타로 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발이 빨라서 대주자로 쓸 수 있는 선수도 아니다. 외야의 대수비요원으로 시합이 끝날 즈음에 한 번씩 출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선수이다. 하지만 그는 미국 진출 이후에 언제나 카즈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트레이드되지 않고 묵묵히 그 자리에서 부름을 받을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한 플레이로 어느덧 카즈의 페밀리가 되었고 매년 플레이오프에서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외로운 도전

다구치는 일본에서도 스타가 아니었다. 올스타로 뛴 적은 있지만 그렇게 두드러진 기록도 없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가장 인기없는 구단 중의 하나인 퍼시픽리그의 오릭스 소속이었다. 성적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신초 츠요시처럼 성적과 무관한 쇼맨쉽으로 스타가 된 떠들석한 선수도 아니었다.

1969년생. 일본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던 그는 2002년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무도 그의 미국진출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본 언론에서도 그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철저히 관심밖이었다. 가뭄에 콩나듯이 안타 하나만 기록해도 떠들석한 신조, 매일 안타를 때리고 도루를 하며 전 미국에 이치로 열풍을 일으킨 이치로, 다이마진(大魔神)의 위력을 미국에까지 알리며 신인왕을 차지한 사사키와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2001년 말경에 일본 티비에서 짤막하게 보여준 그의 모습을 보며 난 감동의 눈물까지 흘릴 뻔 했었다. 신조처럼 시끌벅적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었고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난 적지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스포츠 뉴스에서 짤막하게 인간시대 비슷한 그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해 주었는데 늦은 나이에 많은 돈을 거머쥘 수도 없고 스타가 되어 큰 명예를 얻기에도 힘든 과정을 그는 가겠다고 하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매일 마이너리그에서 기약없는 세월을 보내며 묵묵히 훈련에 열중하는 그를 보며 매우 순하고 평범하게 생긴 그의 얼굴에서 비범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떠들석한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외국에 진출하는 것보다 다구치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생겼다. 그런 의미에서 난 올해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한 최향남 선수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후회없는 도전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때문에 그 힘든 길을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단히 무모한 도전처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카디널스가 어떤 팀인가. 그 늦은 나이에 도전해서 설령 빅리그 입성에 성공한다고 한들 카즈처럼 막강전력을 과시하는 팀에서 그가 있을 자리는 없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출전기회도 잡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벤치만을 지키다가 저니맨으로 전락, 이후 적응도 제대로 못하고 일본으로 귀국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팀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라면 어디든지 그는 뛰어나가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냈다. 그리고 2004년부터 매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크게 빛나진 않지만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해내며 그의 존재를 알렸다.

YearTeamGABRH2B3BHRRBITBBBSOSBCSOBPSLGAVG
2003STL4354914313132841100.310.519.259
2004STL109179265210232575122363.337.419.291
2005STL143396451142128531632062112.322.412.288

빅리그 첫해인 2003년엔 겨우 43게임에 출장했지만 2004년과 2005년엔 100게임이 넘는 출장을 기록했다. 많은 타수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3할에 근접할 정도로 타격도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2004년엔 월드시리즈에도 진출하였다. 비록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4-0으로 스윕당하며 일본인 최초로 우승반지를 낄 수 있는 찬스를 놓치긴 했지만 메이저리그 최강팀 중의 하나인 카즈에서 살아남았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에겐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만의 성공스토리는 2006년의 오늘, 그의 나이 벌써 37세가 된 지금 이 시점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

박찬호. 1995년 이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에 통산 100승을 넘겼고 초대형 계약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동양인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춸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도 2006년에 계투로 나온 것이 전부이다. 그나마 시리즈도 카즈에게 스윕당했다.

이치로. 2001년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톱타자로 활약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의 소속팀 시애틀은 2001년을 제외하곤 매년 성적이 바닥에서 기고 있다.

박찬호, 이치로와 다구치만을 비교하자면 과연 어떤 선수가 더 행복한 메이저리거로서의 삶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박찬호, 이치로의 부와 명예를 다구치에 비교할 순 없다. 그만큼 그들은 입지전적인 인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다구치는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월드시리즈 진출까지도 해냈다. 모든 야구선수들이 그토록 원하는 월드시리즈 무대. 다구치는 당당하게 카즈의 일원으로 꿈의 무대에 오른 것이다. 이 정도면 다구치 역시 성공한 메이저리거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계속되는 그만의 성공신화

2004년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끝에 숙적 휴스턴을 이기고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아들을 무등 태우고 활짝 웃고 있다.

다구치가 메이저리그 최강팀인 카디널스에서 계속 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30대 중반이 넘어버린 많은 나이에 그다지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것도 아닌데 그는 오늘도 카즈에서 뛰고 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1. 뛰어난 자기관리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자기관리를 했기에 부상을 당하지 않고 빅리거로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뛰어난 성적을 올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많은 선수가 이처럼 한팀에서 꾸준히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그는 자기관리에 철저한 것이다.

2. 자신만의 툴(Tool)
그는 대수비 요원으로 주로 경기에 출전한다. 보통 승부가 엇갈린 이후에 출전하는 경우가 많다. 전혀 주목을 받을 수 없는 입장이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 그의 수비실력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정평이 나있을 정도이다. 그는 자신이 팀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그런 자신을 원하는 팀을 위해 비록 짧은 출전시간동안이지만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렇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3. 긍정적인 사고방식
그는 33살의 나이에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다. 주위에선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무모하다고만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의 승부를 걸었고 멋지게 성공했다. 누구의 관심도 받을 수 없었던 외로운 마이너리거 시절. 만일 그가 반드시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지 않았다면 그는 결코 메이저리그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다구치의 다이빙 캐치. 외야수비에 있어서는 정평이 나있다. 그는 비록 짧은 시간동안 출전하지만 이처럼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바로 37세의 동양인 선수가 강팀 카디널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이다.

나는 다구치를 보며 인생을 배운다. 언제나 나의 몸가짐, 마음가짐을 확실히 하고 나만의 무기를 개발하여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나 역시도 다구치처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게 한다.

2006 NLCS Game 2

정규시즌에서 두 개의 홈런만을 기록했던 그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홈런을 기록했다. 이처럼 그는 보이지 않는 순간에 반드시 필요한 활약을 해주는 소금과도 같은 존재이다.

NLCS 2차전. 1차전과 달리 양팀은 난타전을 벌이며 점수를 주고 받았고 9회까지 온 경기의 흐름은 사실상 메츠가 쥐고 있었다. 철벽 마무리 와그너를 내세운 메츠는 9회초 카즈의 마지막 경기에서 어떡해서든 더 이상의 실점을 막고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재역전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그리고 바로 이 자리에 다구치가 있었다. 첫 타석에 들어선 다구치는 와그너가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좌월 솔로 홈런을 기록하며 팽팽했던 승부의 추를 카즈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승부는 끝이었다. 뜻하지 않은 타자 다구치에게 홈런을 허용한 와그너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후 연타를 허용하며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메츠에겐 1패 이상의 큰 충격이었고 카즈로선 1승 이상의 크나큰 성과였다. 푸홀스외엔 믿을 타자가 없다고 생각했던 카즈 타선에 다구치와 같은 후보선수의 활약이 빛났기 때문이었고 메츠의 마무리 와그너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메츠의 마무리 와그너를 무너뜨린 천금같은 홈런을 기록하는 순간


하지만 다구치를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생각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다. 그는 겨우 1타점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4-6으로 뒤진 7회 2사 1,2루서 담장을 맞고 나오는 동점 3루타를 기록한 스피지오, 혹은 4타수2안타(2루타1) 1볼넷으로 3차례 출루, 모두 홈을 밟으며 맹활약을 한 푸홀스의 활약이 더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뀐 투수 와그너를 무너뜨린 건 다구치였다. 그에게 홈런을 맞았기 때문에 와그너는 심리적으로 매우 흔들렸고 이후 연타를 허용한 것이다.
1등공신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활약을 한 선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순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바로 다구치라는 선수이다.

매력있는 남자 다구치. 그의 활약이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지. 올해엔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낄 수 있을 것인지. 정상의 자리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는 또 하나의 동양인 선수가 될 것인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난 다구치를 응원한다. 그것은 바로 다구치라는 일본인 야구선수에게서 희망을 배우고 인생을 배우기 때문이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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