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24)
김소연 (59)
Classic Music Story (19)
Artist Story (46)
세상을 보는 눈 (122)
MLB Story (26)
KBO Story (13)
Fun Video (9)
Drama 보기 (9)
좋은 정보 (6)
In my mind (3)
그 시절의 pop story (9)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Today
Yesterday
05-05 18:04
감사해요 사랑해요 잘했어요 함께해요

달력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젊은 시절의 차이코프스키


러시아 관현악의 대부이자 러시아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는 음악의 천재적인 소질에 대한 반대급부로 매우 우울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다. 동성애자였고 한때는 슈만처럼 자살소동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그리고 마음 속엔 항상 세상을 향한 거친 감정과 울분을 담고 있었으며 이 모든 감정을 그의 음악을 통해 표출할 수 있었다. 그의 교향곡 4번은 그가 마음 속에 담겨진 모든 울분과 격한 감정을 마음껏 토해낸 걸작 중의 걸작이다.

이른바 차이코프스키의 운명 교향곡이라 불리는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가 남긴 수많은 관현악곡 중 가장 화려하면서 격한 느낌의 곡이다. 1악장의 시작에서부터 4악장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어느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exciting" 그 자체를 맛볼 수 있다. 그의 대표 명곡은 물론 그의 유작인 교향곡 6번이겠지만 6번보다 4번이 더 듣는 재미가 있다.

4번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격렬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게 하는 악장은 물론 4악장이다. 마치 귀신이 들린 듯이, 혹은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는 듯이 빠르고 격렬하고 일사불란하게 이어지는 멜로디의 시퀀스는 소화불량 환자들의 속을 뻥뻥 뚫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박력있고 과격한 느낌의 클래식 음악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 외엔 찾아보기 힘들다. 현과 목관, 금관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불을 뿜는 이 과격하면서도 신나는 멜로디. 내가 이 곡을 무척 좋아하고 특히 4악장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이 곡은 1악장에서 3악장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너무 훌륭한 곡이지만 특히 4악장의 그 격렬한 느낌을 잘 표현해야만 잘된 연주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숱하게 나온 여러 음반 중에서 어떤 지휘자의 어떤 악단이 이 4악장을 가장 잘 연주하는지 비교분석 해본다.

1. Evgeny Mravinsky-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변하지 않는, 변할 수 없는 절대가치의 그 이름. 100년이 지나도 변할 수 없는 절대가치. 바로 에브게니 므라빈스키의 DG음반이다. 음악을 듣고 평가하는 것은 주관적인 것이기에 이 세상의 그 어떤 음반도 절대적 순위를 부여할 순 없겠지만 몇몇 예외가 있다. 그리고 그 예외 중 첫번째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이 음반이 될 것이란 점에선 이 음반의 가치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이 다 공감할 것이다.
소련이 낳은 가장 위대한 지휘자 므라빈스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은 이렇게 연주한다는 것을 알려준 교과서적인 이 음반은 달리 뭐라고 평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그저 이 음반이 제1의 정점에 있으며 앞으로도 그 위치를 확고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이 음반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곳이 없지만 특히 4악장의 숨넘어가는 연주는 그저 경외심마저 들뿐이다. 너무도 잘 정돈된 일사불란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Evgeny Mravinsky (conductor)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
녹음: 1960/09 Stereo, Analog
장소: London, Brent Town Hall, Wembley

2. Evgeny Svetlanov-USSR State Symphony Orchestra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므라빈스키의 음반을 제1의 정점으로 놓고 그 다음에 위치할 수 있는 음반이 무엇인가 생각해볼 때 몇몇 음반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난 스베틀라노프의 동경실황 음반을 단독 2위로 주저없이 꼽겠다. 므라빈스키가 날카롭게 찌르는 창이라면 스베틀라노프는 육중한 힘을 실은 큰 해머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그의 음악엔 육중함이 넘친다.

4악장만 떼어놓고 본다면 므라빈스키보다 한 수 위다. 단언컨데 4악장에 있어서는 그 어떤 음반도 스베틀라노프의 음반을 능가할 수 없을 것이다. 4악장의 미칠 듯한 질주가 끝나고 수많은 일본의 청중들이 브라보~!를 외치며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 중 맨 처음으로 브라보를 외치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상당히 크게 들리는데 만일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난 그보다 훨씬 더 크게 부우~라보우~!를 외치며 다른 사람이 모두 앉을 때까지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미친 듯이 박수를 쳐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해서 임산부, 노약자, 심장이 약한 이들은 이 음반을 감상한 후 너무 격한 감동에 심장마비까지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고로 임산부, 노약자, 심장이 약한 이들은 볼륨을 조금 줄이길 권한다.

Evgeny Svetlanov (conductor)
USSR State Symphony Orchestra
녹음: 1990/05/24 Stereo, Digital
장소: Suntory-Hall, Tokyo

3. Herbert von Karajan-Berliner Philharmoniker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저런 수많은 작곡가들의 수많은 곡을 레코딩한 카라얀. 그가 남긴 그토록 많음 음반들은 그저 그런 범작으로 분류되는 것도 많고 졸작으로 평가받는 것도 꽤많다. 그렇다면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에선 어떨까? 답은 걸작 중의 걸작이다. 러시아 출신이 아닌 지휘자 중에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비롯한 관현악곡을 이렇게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단연 카라얀이 1순위이다.

카라얀은 오케스트라 전체의 색깔을 매우 반짝이는 금빛으로 표현할 줄 안다. 아주 잘 정돈되어있고 매끈하며 어디 하나 딱히 흠잡을 곳도 없이 균형감각이 잘 갖추어진 최적의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그의 비범함이며 그 비범함은 특히 1970년대의 베를린 필에서 그 정점을 맞이했다. 카라얀이 남긴 1970년대의 베를린 필 음반은 무엇 하나 딱히 흠잡을 곳이 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 음반 역시 바로 카라얀의 전성기에 나온 금빛 음반이다.

4악장에선 므라빈스키나 스베틀라노프처럼 과격한 날카로움과 힘을 담아내진 않는다. 적당히 중용을 지키며 밀어부치는데 지나친 오버페이스를 싫어하는, 그래서 딱 카라얀 류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제격이다.

므라빈스키와 스베틀라노프의 뒤를 이을 음반이라면 단연 이 음반을 들 수 있겠다.

Herbert von Karajan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녹음: 1976 Stereo, Analog
장소: Berlin Philharmonie, Berlin

4. Leonard Bernstein-New York Philharmonic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번스타인이 만드는 그 어떤 음악도 그렇지만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에서도 그는 상당히 자의적인 해석을 보이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번스타인의 음악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게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므라빈스키의 음반을 처음 접했고 수 년동안 그의 음반에 젖어 사는 상당수의 사람들에겐 아주 색다른, 어찌 보면 황당할 정도의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템포의 설정은 많이 느리고 그 대신 감정표현이 제대로 살아있다. 4악장에선 비록 느리지만 폭발력이 느껴진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을 이야기할 때 항상 인용되는 문구인 '므라빈스키와 비교했을 때'를 대입하여 본다면 좋은 음반이라고 말하기엔 어렵다.

Leonard Bernstein (conductor)
New York Philharmonic
녹음: 1989/10 Stereo, Digital
장소: Avery Fisher Hall, New York

5. Guido Cantelli-NBC Symphony Orchestra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절한 천재 귀도 칸텔리. 많지 않은 그의 음반을 들으며 항상 드는 생각은 '조금만 더...'란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이 음반을 들으면서도 예외없이 든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라틴계 지휘자들이 차이코프스키와 같은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을 거의 다루지 않고 제대로 된 해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칸텔리의 차이코프스키는 매우 훌륭하다.
특히 4 악장에서의 어마어마한 힘은 므라빈스키, 스베틀라노프와 견주어도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단, 이 음반은 워낙 음질이 좋지 않아 감상하기 많이 불편한 점이 결정적인 감점원인이 되겠다.

Guido Cantelli (conductor)
NBC Symphony Orchestra
녹음: 1949/12/24 Mono
장소: New York

6. Wilhelm Furtwangler-Wiener Philharmoniker

사용자 삽입 이미지

푸르트벵글러가 최고의 지휘자이긴 하지만 모든 면에서 최고는 아니란 것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음반이 되겠다. 그가 남긴 6번 교향곡은 적어도 므라빈스키의 DG음반이 나오기 전까지
이 곡을 대표하는 명반이긴 했지만 4교향곡에선 그 특징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푸르트벵글러가 남긴 많지 않은 졸작 중의 하나라도 평하고 싶다.

Wilhelm Furtwangler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녹음: 1951/01/08-10 Mono
장소: Wien
Posted by snipe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