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트벵글러-하켄크로이츠
Artist Story/Conductor / 2008. 7. 10. 00:00
저 위의 그림. 푸르트벵글러를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로 형상화했다. 그리고 나치를 향해 자신을 바치는 듯한 포즈가 또 재미있다.
이 그림만으로 본다면 푸르트벵글러는 과연 나치에 충실하기만 했던 나약한 의지의 예술인이거나 혹은 나치의 앞잡이를 떠나서 그 자신이 나치와 같은 세계관을 지닌 위험한 인물이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푸르트벵글러가 나치에 부역했다는 것은 1%도 속일 수 없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때문에 그는 가장 위대한 마에스트로라는 영광스러운 호칭도 잃어야 했고 재판에 회부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의 나치부역 행적을 살펴보면 그를 위해 변호해주고 싶은 욕심이 더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마지못해 부역을 할 수밖에 없었고 망명의 유혹도 있었으나 끝내 독일을 지키는 것만이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결국 1945년에 접어들면서 그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 스위스로 망명신청을 통해 결국 잠깐이나마 망명을 하긴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련의 행위는 푸르트벵글러 특유의 오기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이 명문가 자손 특유의 오기와 자존심이라면 푸르트벵글러에게도 여지없이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푸르트벵글러가 왜 나치에 부역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해석은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에 대한 많은 글이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으며 책도 출판되었다.
중요한 건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던 사람은 결코 함부로 그 시절을 살았던 그에 대해 가벼이 말해선 안된다는 것. 더구나 단 한 번이라도 푸르트벵글러의 베토벤과 브람스를 들으며 오싹한 공포감과 경외감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나치에 부역했던 그의 행위가 하얀 비단에 한 방울의 먹물이 튄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비록 한 방울의 먹물이 튀었다한들 그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더욱 환하게 빛날 것이다. 그는 진정한 마에스트로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