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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프랑스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앙드레 클레탕스(Andre Cluytens)는 프랑스 음악 특유의 낭만과 환상적인 멋을 가장 잘 살려낸 지휘자로 서슴없이 손꼽힌다.

샤를 뮌쉬와 함께 20세기 프랑스 지휘자의 양대거두로 불리는 앙드레 클레탕스는 원래 프랑스 태생이 아닌 1905년 벨기에 태생이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지휘자를 꼽으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뮌쉬와 클레탕스를 꼽지만 이들 모두 프랑스 출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뮌쉬는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1차대전 이후 그의 고향인 스트라스부르가 프랑스령이 되었기 때문에 엄격히 말해 그가 프랑스인으로 보기엔 힘들다.

앙드레 클레탕스는 부모가 모두 대단한 음악가였다. 아버지는 왕립 오페라 지휘자였고 어머니는 오페라 가수였다. 아니, 부모뿐만 아니라 그의 조부 또한 지휘자였다. 이처럼 대단한 음악가 집안에서 성장한 클레탕스는 당연히 음악가가 될 것이라 처음부터 운명이 결정되었고 엄격한 음악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19세의 나이에 왕립 플랑드르 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하였는데 피아노, 화성, 대위법과 푸가의 분야에서 두루 두각을 보이며 조부와 부모의 대를 이어 큰 음악가가 되리라는 가능성을 일찌감치 나타내었다.

이후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프랑스에서의 지휘생활을 시작하였다. 1935년에 국립 리옹 오페라에서 데뷔한 이후 주로 파리 오페라, 코믹 오페라 등 오페라 극장의 지휘자를 맡으며 탄탄한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이처럼 프랑스에서 명성을 날리던 그는 1948년에 자연스럽게 프랑스에 귀화했으며 프랑스 정부는 이에 영광스런 레종 도뇌르 훈장으로 그의 공적에 보답했다.

앙드레 클레탕스의 지휘자로서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샤를 뮌쉬이다. 뮌쉬의 후임으로 파리 음악원 오케스트라(Paris Conservatory Orchestra)의 지휘를 맡게 되었고 이때부터가 그의 최전성기를 구가하게 된 시점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그가 파리 음악원 오케스트라만을 맡으며 파리, 프랑스에서만 주로 활동한 것은 아니었다. EMI와 전속계약을 맺고 대단히 활발한 활동을 하였는데 프랑스 출신의 지휘자로서 특이하게 베를린 필을 맡아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 것을 비롯하여(1958년) 슈베르트 교향곡 8번(이 음반은 EMI가 아니라 테스타먼트이다)을 녹음했고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지휘도 맡아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탄호이저를 녹음한 것도 좋은 예라고 할 것이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의 탄호이저 리허설 중인 클레탕스. 2차대전 후 프랑스 출신의 지휘자가 독일 음악의 상징인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지휘를 맡았다는 것 자체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클레탕스는 샤를르 뮌쉬나 피에르 몽퇴같은 프랑스 출신의 선배 지휘자들만큼 오래살진 못했다. 지휘자로서의 최전성기를 보낸 후 그는 위암에 걸려 62세라는, 지휘자로서는 이른 나이에 사망하였다. 그의 사망은 개인의 사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파리 음악원 오케스트라는 그가 사망한 후 139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해체하여 오케스트라 파리(Orchestre de Paris)로 재탄생하였다.

클레탕스의 음악

앞서 언급한 내용 중 클레탕스가 EMI와 전속계약을 맺고 베를린 필을 맡아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녹음했다는 부분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EMI의 사장인 월터 레그는 음반흥행에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는 알아주는 승부사였다. 어떤 사람과 어떻게 작업을 해야 이 음반이 뜰 것인지 알아내는 동물적인 감각에 대해선 월터 레그 이상의 사람이 없다고 봤을 때 월터 레그가 프랑스 출신의 지휘자인 클레탕스에게 베를린 필과 함께 작업하게 하여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녹음하게 했다는 것은 상당히 주목해야 할 사건 중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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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탕스와 베를린 필이 합작하여 만든 베토벤 교향곡 전곡 음반. 카라얀보다 더 먼저 베를린 필을 맡아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 지휘자가 바로 클레탕스이다.

더 놀라운 것이 있다. 훗날 월터 레그는 카라얀과 황금의 콤비를 이루며 클래식 음반시장을 석권하게 되는데 그 유명한 카라얀보다 더 먼저 베를린 필을 맡아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 사람이 바로 클레탕스라는 점이다. 그때까지 카라얀은 베를린 필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 적이 없다. 이를 미루어 볼 때 클레탕스에 대한 월터 레그의 신뢰가 얼마나 두터웠는지 알 수 있고 또한 클레탕스가 프랑스 출신의, 어찌보면 클래식 음악계에서 마이너의 취급을 받는 나라의 지휘자로서 베를린 필이라는 세계 최고의 상징을 가진 악단과 함께 월트 레그와 계약하여 다른 곡도 아닌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녹음했다는 것은 그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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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오이스트라흐와 함께 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팬이며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모두 갖고 있을 법한 유명한 음반이다. 하지만 바로 이 음반의 반주를 앙드레 클레탕스가 지휘했다는 것은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이처럼 클레탕스의 음악은 프랑스 출신의 지휘자이지만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음악에만 매몰된 것이 아니고 독일음악의 교향곡과 오페라에까지 그 영역이 매우 넓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작곡가인 무소르그스키와 차이코프스키를 비롯하여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 교향곡, 협주곡에도 음반을 남겼다. 특히 에밀 길렐스와 함께 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동영상은 지금까지도 DVD로 발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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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클레탕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은 뭐니뭐니해도 베를리오즈, 비제, 드뷔시, 라벨을 비롯한 프랑스 작곡가의 곡들이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프랑크의 교향곡을 비롯하여 라벨의 여러 관현악곡, 그리고 비제나 드뷔시의 관현악곡 등 프랑스 작곡가의 곡이라면 19세기 작곡가는 물론이거니와 20세기의 현대작곡가까지 총망라하여 클레탕스의 음반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특유의 곡선미, 아름다운 선율을 가장 잘 살린 낭만적인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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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탕스가 그의 선배 지휘자인 뮌쉬와 다른 중요한 점은 프랑스 작곡가의 오페라를 지휘하는데 있어 정평이 나있고 많은 음반을 남겼다는 것이다. 뮌쉬는 적어도 오페라에 있어선 클레탕스보다 영역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프랑스 오페라의 상징인 비제의 카르멘에 있어선 클레탕스의 음반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그너, 무소르그스키 등 독일, 러시아 작곡가의 오페라에까지 휼륭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이처럼 앙드레 클레탕스는 프랑스 특유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음악을 가장 잘 만드는 것으로 첫손가락에 꼽는 기품이 넘치는 음악을 만든 지휘자였지만 결코 프랑스 음악만을 잘 해석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여느 지휘자들과 달리 오랫동안 장수하진 못했고 62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그가 20세기 클래식 음악계에 끼친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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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탕스가 지휘하는 라벨의 볼레로. 이 곡을 가장 아름답게 해석한 명반으로 유명하다.

Andre Cluytens (conductor)
Orchestre de la Societe des Concerts du Conservatoire
녹음: 1961/11/27 Stereo, Analog
장소: Salle Wagram, Paris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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