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24)
김소연 (59)
Classic Music Story (19)
Artist Story (46)
세상을 보는 눈 (122)
MLB Story (26)
KBO Story (13)
Fun Video (9)
Drama 보기 (9)
좋은 정보 (6)
In my mind (3)
그 시절의 pop story (9)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Today
Yesterday
04-28 18:46
감사해요 사랑해요 잘했어요 함께해요

달력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이 글은 본인이 2007년 6월 27일에 인터뷰365라는 매체에 기고했던 글임. 각종 웹사이트에 퍼진 똑같은 내용의 글은 인터뷰365를 통해 여기저기 퍼진 것임.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 꼬마아이. 참 귀엽다. 지인에게 이 아이 귀엽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오이스트라흐의 어린 시절 모습이냐고 되물었다. 허허허. 참고로 이 꼬마는 pixar의 애니메이션 ‘cars’에 등장 하는 꼬마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젊은 시절의 오이스트라흐. 정말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그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번뜩이는 눈매와 오똑하게 날이 선 콧날. 완벽한 미남이었던 오이스트라흐.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렇게 잘생겼던 청년도 이렇게 망가지는 거 한 순간이다. 그의 외모는 망가졌지만 그의 연주는 더더욱 성숙했고 전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려놓았다.


오이스트라흐가 남긴 음악

바이올린이란 악기가 주는 느낌을 단 한 마디로 "흐느낌의 감정"이라고 표현했을 때 오이스트라흐만큼 그 흐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는 연주자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감정의 이입(가장 대표적으로 미샤 엘만)으로 듣기 거북할 정도로 과도한 자기도취에 빠진 것도 아니다.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은 대단히 정확하면서 낭만적이고 힘이 넘친다.
 
오이스트라흐는 20세기의 바이올리니스트 중에서 연주의 폭이 가장 넓은 연주자 중 하나이다. 작곡가 별로 봤을 때 바흐, 헨델, 비발디의 고전주의 작가부터 시작해서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를 거쳐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하차투리안 등의 현대작곡가에 이르기까지 너무나도 방대하다. 특히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하차투리안의 3대 빨갱이 작곡가들은 자신의 바이올린 소나타, 협주곡을 오이스트라흐에게 헌정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 되었다. 그들이 오선지에 어지럽게 쓴 음표들을 진주목걸이처럼 하나하나 꿰어 예술적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이는 바로 오이스트라흐 뿐이기 때문이었다.

작곡가를 음악을 만드는 창조자, 하나의 뿌리로 봤을 때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음악적 영감, 메시지, 그 예술적 아름다움을 체화시키는 것은 바로 연주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오이스트라흐는 그 몫을 200% 완벽하게 수행하여 러시아가 배출한 뛰어난 작곡가들이 남긴 수많은 곡들에 예술의 혼을 불어넣어준 것이다.
 
오이스트라흐는 협주곡, 실내악, 독주곡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최강이었다. 일반적으로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강하고 튀어나온 사람들은(대표적으로 하이페츠) 실내악에선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고 반대의 경우로 독주곡이나 실내악만을 잘하는 사람들은 한 대의 바이올린으로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스케일에 맞서 협연해야 하는 협주곡에 적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오이스트라흐는 어떤 분야이건 간에 각각 그에 알맞게 변신하며 언제나 최적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소련의 멜로디아(Melodiya)에서 나온 David Oistrakh Edition. 5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절대로 돈아깝지 않은 몇안되는 음반 중 하나이며 그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음반이다.

오이스트라흐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Vocalise. 오이스트라흐 에디션 음반에 수록된 곡 중의 하나이다.

오이스트라흐는 그 자신이 무척 뛰어난 연주자이기도 하였지만 수많은 명 지휘자, 연주자들과 협연을 하며 그들의 명성까지도 드높여주는 서포트 역할도 톡톡히 했다. 같은 소련 출신의 지휘자였던 콘드라신, 로제스트벤스키를 비롯하여 서방세계의 지휘자들인 조지 셀, 유진 오먼디, 앙드레 클레탕스 등 이루 헤아리기도 힘든 수많은 지휘자들과 협주곡을 녹음하며 역사적인 명반들을 만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프랑스 지휘자 앙드레 클레탕스와 협연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든지 추천 1순위로 꼽는 음반 중의 하나이다.

오이스트라흐가 연주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의 3악장. 위의 음반에 수록되어 있다.

오이스트라흐와 로제스트벤스키가 협연하는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의 3악장 공연실황. 아~ 사정없이 흔들리는 저 풍만한 볼때기살을 보라. 위에 소개한 Oistrakh Edition 음반에 수록된 실황연주이다. 연주가 끝나고 난 뒤 쇼스타코비치가 기립박수를 치는 장면도 보인다.

오이스트라흐의 넓고 깊은 예술세계에선 이념과 체제의 구분이란 있을 수 없었다.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에후디 메뉴인과 함께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는 동영상은 지금도 DVD로 발매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협주곡뿐만이 아니다.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와 함께 한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비롯하여 제1회 쇼팽 콩쿨에서 우승을 차지한 소련의 피아니스트 레브 오보닌과 함께 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 블라디미르 얌폴스키가 피아노 반주를 맡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등등 실내악에 있어서도 너무도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었다.

오이스트라흐와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가 연주하는 세자르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의 4악장. 위에 소개한 Oistrakh Edition에 수록되어 있으며 그의 60번째 생일기념으로 녹음한 실황연주이다. 동곡 최강 중의 최강이란 평가를 받는 역사적인 명연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오이스트라흐와 레브 오보닌이 함께 연주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 두말할 나위없는 동곡 최강의 추천 0순위 음반이다. 레브 오보닌은 제1회 쇼팽 콩쿨에서 우승을 차지한 소련의 피아니스트이다.

위의 음반에 수록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의 1악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봄의 느낌을 한 대의 바이올린과 한 대의 피아노로 표현하고 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의 1악장을 연주하는 오이스트라흐와 오보닌의 동영상.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이스트라흐와 블라디미르 얌폴스키가 연주하는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의 1악장. 조지셀과 협연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수록되어 있으며 이 음반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가장 뛰어난 명연 중의 하나로 주저없이 꼽힌다.

오이스트라흐의 명성은 3대에 걸쳐 이어졌다. 현역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아들
이고르 오이스트라흐가 청년시절부터 함께 수많은 공연과 녹음을 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부자가 함께 연주하는 모습. 이고르 오이스트라흐는 젊은 시절엔 저렇게 잘생긴 청년이었지만 더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아무래도 이 집안은 강력한 부계유전, super dominant인가보다.


에후디 메뉴인의 지휘로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연주할 땐 아들 이고르가 바이올린, 다비드는 비올라를 맡아 함께 협연하였다. 이 공연 영상은 지금도 DVD로 발매되고 있다. 그 외에 바흐의 두 대를 위한 바이올린 협주곡도 함께 연주하였고 미국에서도 두 부자가 바흐의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서방세계의 사람들은 이들을 가리켜 킹 다비드, 프린스 이고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훗날 손자 발레리 오이스트라흐까지 삼대가 함께 한 무대에서 선 적도 있었으니 대단히 축복 받은 집안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이스트라흐 부자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Sinfonia Concertante 중 3악장. 아버지는 지휘와 비올라를, 아들은 바이올린을 맡았다. 오토 클렘페러와 협연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 음반 역시 소장가치 0순위의 명반 중의 명반이다.

오이스트라흐가 남긴 명반들은 너무도 많다. 아니, 그보다는 그가 남긴 음반들은 하나같이 다 명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이올린 연주라면 그 어떤 곡이라도 오이스트라흐의 음반을 선택한다면 절대 부도날 염려 없는 보증수표이다. 이런 연주자나 지휘자는 아마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오이스트라흐는 누구도 따를 수 없었던 풍부한 감성과 그 감성을 완벽하고 힘찬 기교로 표현한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거장 중의 거장이었다. 단지 연주자, 지휘자로서의 위치만이 아니라 훌륭한 인품으로 제자를 가르치는 명 교육자, 자상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남편과 아버지, 겸손함을 아는 훌륭한 인격자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하이페츠와 오이스트라흐

사용자 삽입 이미지20세기 바이올린계의 가장 큰 거목인 두 사람. 하늘 위에 태양은 하나밖에 있을 수 없지만 이들은 두 개의 태양으로 각기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서 빛나는 단 하나의 태양을 이야기하라면 단연 오이스트라흐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그를 두고 하이페츠에 이은 영원한 2인자로 평가하지만 그의 연주 스타일은 하이페츠와 너무도 판이하다.
하이페츠는 격정적이고 숨이 막힐 듯한 완벽한 테크닉으로 듣는 이를 감탄케 한다. 하지만 오이스트라흐는 여유롭고 풍성한, 두터운 음량이 감동을 느끼게 하는 연주를 구사한다.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하이페츠는 귀로 들으며 감탄하는 연주, 오이스트라흐는 가슴으로 들으며 감동하는 연주.
이토록 다른 세계의 연주를 하는 두 사람을 두고 1인자, 2인자의 등급을 매기는 것이 과연 어떤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물론 평론가들의 기준이겠고 평론가들이야 음악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을 배경으로 하겠지만 적어도 나만의 평론에선 오이스트라흐가 최고였다. 그리고 아직까지 들었던 그 어떤 바이올린 연주에 있어서도 내 가슴을 흔들어 놓았던 연주는 오이스트라흐 외엔 없었다.

Posted by snipe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