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24)
김소연 (59)
Classic Music Story (19)
Artist Story (46)
세상을 보는 눈 (122)
MLB Story (26)
KBO Story (13)
Fun Video (9)
Drama 보기 (9)
좋은 정보 (6)
In my mind (3)
그 시절의 pop story (9)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Today
Yesterday
04-28 18:46
감사해요 사랑해요 잘했어요 함께해요

달력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미켈란젤리의 음악-무결점의 피아노

미켈란젤리의 연주를 들으며 내기를 한다. 과연 그의 연주에서 몇 개의 미스터치가 나오는지. 하지만 그의 연주를 듣고 나면 그저 맥이 풀리게 된다. 단 하나의 미스터치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켈란젤리의 연주는 완벽, 무결점, 100% 순수함, 그 자체였다. 이는 그의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었다.

미켈란젤리의 연주의 특징은 대단히 깨끗하고 영롱한, 그와 동시에 신비스러움을 갖춘 음색에 있다. 때론 강렬하지만 때론 극도로 섬세한 그의 연주는 대단히 아름답다. 이는 그가 피아노의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는 한 대의 피아노를 죄다 분해한 다음 다시 완벽하게 조립할 줄 아는 흔치 않은 능력을 갖춘 피아니스트였다.


세르쥬 첼리비다케가 이야기하는 미켈란젤리. 첼리비다케는 대표적인 독설가였지만 미켈란젤리에 대해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첼리비다케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1악장을 연주하고 있는 미켈란젤리. 두 사람 모두 다재다능한 천재였으며 알아주는 딸깍발이들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들은 서로를 무척 존경했다.

미켈란젤리는 자신의 대단한 명성에 비해 적은 양의 레코딩만을 남겼고 그 레코딩의 상당수는 연주실황 녹음이었다. 그는 레코딩을 좋아하지 않았고 한창 활동할 때 가졌던 공백기간 또한 길었기 때문이다. 레코딩 수가 적기 때문에 그의 연주 레퍼토리가 협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건 결코 아니다.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리스트, 드뷔시, 라벨 등등 전 시대를 걸쳐 다양한 작곡가의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결코 많은 양의 음반은 아니지만 이처럼 폭넓은 작곡가의 곡을 레코딩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것은 그가 남긴 많지 않은 음반들은 하나같이 완벽함, 무결점을 99.9% 보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남긴 음반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해석을 보여주는 명반들로 평가 받고 있다.

미켈란젤리의 명연, 명음반

우선 그가 무척 사랑했던 레퍼토리 중의 하나인 베토벤, 그 중에서도 협주곡 5번 ‘황제’를 살펴본다. 미켈란젤리는 ‘황제’에 많은 애착을 갖고 여러 번에 걸친 녹음을 했는데 동시대를 살았던 그 어떤 연주자에 비해서도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시모 프레시아와 협연한 60년대 음반과 첼리비다케와 함께 한 75년 음반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음반은 79년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빈 심포니와 함께 한 79년 음반이다.

‘황제’ 한 곡만이 수록된 음반이라 돈 아깝지 않을까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코 돈이 아깝지 않다. 미켈란젤리의 영롱하고 빠른 터치는 압권이고 줄리니의 유연한 반주가 잘 어우러져있다.


이 음반에서 들려주는 미켈란젤리와 줄리니의 ‘황제’는 기존의 음반에 비해 상당히 다른 차원의 해석을 들려주고 있는데 강인하고 경쾌함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유려하면서도 깨끗한 음색의 ‘황제’를 들려주고 있다.

미켈란젤리의 쇼팽도 유명하지만 미켈란젤리 특유의 섬세함, 완벽함, 순도 100%를 여실히 들려주는 연주라면 뭐니뭐니해도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와 라벨의 곡들이 꼽힌다. 특히 그가 남긴 드뷔시의 전주곡, 영상 1&2(image 1&2)이 수록된 음반은 이 곡이 표현하고자 하는 신비스러운 색채를 한 대의 피아노로 가장 잘 표현한 명반 중의 명반으로 단연 손꼽힌다.


라벨의 그 어렵다는 피아노 곡인 ‘밤의 가스파르’를 가장 잘 연주했던 인물도 바로 미켈란젤리였다. 4종류의 꽤 많은 녹음이 있다. 그 중 어떤 것을 택해도 완벽함, 그 자체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겠으나 음질면으로 봤을 땐 1959년에 남긴 스튜디오 음반이 가장 낫다고 볼 수 있겠다.


'밤의 가스파르'의 수많은 음반 중 만장일치의 극찬을 받는 미켈란젤리의 음반이다.


'밤의 가스파르' 뿐만 아니라 라벨의 피아노 곡 중 또 하나의 중요한 곡인 피아노 협주곡에 있어서도 미켈란젤리의 음반은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 특히 2악장에서 표현하는 이 곡 트유의 아름다움은 미켈란젤리를 따라갈 자가 없다는 평이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이 함께 수록된 음반. 결정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명반이다.


미켈란젤리의 얼굴을 사진으로 보면 대단히 근엄하고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게 근엄하고, 그렇게 차갑게만 보이기만 하는 그의 얼굴. 하지만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그 영롱하고 깨끗한 터치와 음색에 놀라고 또 놀라게 된다. 어찌하여 저런 무서운 표정의 얼굴에서 이처럼 순수하기만 한 연주가 나올 수 있는 걸까. 이는 이렇게 바꿔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겉모습은 그토록 차갑게만 느껴졌고 평소에 잘 웃지도 않는 매마른 감정의 소유자처럼 보였지만 그의 내면엔 세상 그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이 힘차게 뛰고 있었다고. 그 뜨거운 심장은 음악을 통해서, 조국을 향한 애국심을 통해서, 그리고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는 교육열을 통해서 한없이 발산되었다고. 20세기를 살다간 대 피아니스트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Posted by snipe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