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비판의 독설과 모욕의 독설

언젠가 김구라 저 사람 크게 당할텐데...생각했던 일들이 자주 터지고 있다. 김구라의 독설이 비판으로서의 작용을 벗어나 비난, 폭로, 인신공격의 성격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던 일이다.

‘녹색지대’ 권선국 이혼…김구라 사실 폭로

김구라를 보면서 얼굴 찌푸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던 내가 명랑히어로에서 나왔던(그가 출연하는 방송은 명랑히어로 외엔 보지 않았다. 김구라가 나오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의 워스트 발언 3을 추려본다면

1. 이하늘 애인 있다고 폭로한 사건.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하늘은 결국 그 여인과 헤어지게 되었다고 하였음. 김구라는 명랑히어로를 통해 이하늘에게 또 사과.
2. 유채영 출연분. 신혼인 유채영에게 남편이 사업하면 들어먹을 수 있다고 이야기. 신혼살림하는 새색시에게 무슨 초치는 소리나 하고 앉았냐고 이경규가 조용히 핀잔. 유채영은 그냥 조용히 참고 김구라도 순간 당황하는 표정
3. 장윤정 출연분. 지상렬에게 '이제 윤정이 놔줘라. 서주경씨 괜찮다. 서주경씨로 갈아타라'고 했던 장면. 난데없이 이름팔린 서주경씨는 뭐가 되지?

언젠가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무슨 상을 수상한 김구라의 수상소감이 생각난다. 원죄가 많은 연예인인데 많은 분들의 용서와 아량이 나를 이렇게 이끌어주었노라고. 고맙고 죄송하다고.

김구라는 이 정도의 발언을 할만큼 상식적이고 교양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가끔 방송에서 정말 아무런 생각없이 툭툭 내던지는 한 마디는 그의 인간성 자체를 너무도 의심하게 만든다. 또한 김구라는 과거에 자신이 했던 행동들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며 욕지거리의 대상이 되었던 연예인들을 찾아다니며 사과하는 보기좋은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음지의 인터넷 방송에서 하고 다녔던 그 쌍욕들만 문제가 되고 이제 빛보고 유명연예인이 된 지금의 시점에서 하고 다니는 욕과 폭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딴지일보 구봉숙 시절에 했던 김구라의 시원스런 쌍욕들은 통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그 방송덕분에 김구라가 뜬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당시의 쌍욕과 비난은 있는 사실에 대한 비판이었다. 밝혀진 사실에 대해서 그 어떤 쌍욕을 하더라도 욕지거리의 대상에 대해 갖추고 있는 최소한의 논리성을 담보한다면 이는 통쾌한 웃음, 페이소스를 준다. 그러나 밝혀지지 않은 사실, 공개해선 곤란한 사실을 여기저기 폭로하고 다니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비공개로 연애중인 이하늘을 곤혹스럽게 만들어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였나? 모두에게 피해만 끼친 것 아니었나? 난데없이 서주경씨를 거명하여 이득을 본 사람은 또 누구였나?

김구라는 과거에 대한 자신의 과오를 사과하고 다니는 것으로 현재와 미래의 실수에 대해서도 면죄부가 내려질 것이라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은 김구라가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현재의 모습과 오버랩 시켜 면죄부를 주진 않는다. 김구라는 이 점을 착각하는 것 같다.

또 하나 착각하는 것. 라디오스타의 권선국 이야기에서도 나왔지만 김구라가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해서 막말을 하는 것을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김구라가 권선국이랑 친한지 아닌지 관심도 없다. 누구와 친하다고 해서 막말을 한 것이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유아적인 발상은 그만 두길 바란다. 누구와 친하든 안친하든 그건 상관없고 그냥 김구라가 방송에서 비판이 아닌 폭로, 막말을 하는 것이 정말 싫을 뿐이다. 그렇게 친한 사람들과 막말, 폭로를 하고 싶다면 방송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도록. 그건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