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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시작된 이후 줄곧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드라마 '가화만사성'의 인기의 이유는 욕하면서 보게 된다는 이른바 명품 막장 드라마의 인기비결과 똑같을 것이다.

도무지 정상인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막장의 정글 속. 그 정글 속에서도 특히 김소연이 연기하는 해령의 시월드가 보여주는 막장은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지나치다. 한 집안의 막장에도 어느 정도의 금도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면 이 집안의 막장은 그 금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그토록 조금도 숨쉬고 살 수 있는 여유와 존재 이유조차 느낄 수 없는 그 막장 시월드를 향해 드디어~! 드디어~! 여주인공 해령은 선전포고를 날리며 그 숨쉴 수 없는 막장의 정글에서 탈출하고야 말았다. 그것도 너무도 시원한, 요즘 유행하는 말로 사이다와 같은 시~원한 청량감과 함께.



인기있는 막장 드라마의 이유를 분석해보면 첫째, 막장의 환경이 악(惡)이라면 그 막장의 환경속에서 선(善)의 극복과 승리를 통해 시원한 대리만족을 가끔 느낄 수 있고 둘째, 대본은 분명 막장이지만 연기자의 연기는 명품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막장 시월드의 속박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며 통쾌한 복수를 날리는 김소연의 연기는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이렇게 고생 많았으니까, 나 애 많이 썼으니까, 이제 그만 놔줘."

"결혼은 식장에 함께 들어가야 하지만 이 집은 나 혼자도 충분히 나갈 수 있어."

"서진이 생각해서라도 소송까진 가지 말자."


해령의 허울뿐인 남편으로 13년을 행세한 현기를 향해 던진 대사이다. 충분히, 정말 충분히 호전적이고 선전포고적인 대사들이다. 그러나 해령은 이 말을 하면서도 아주 차분하게 한다. 그것도 약간의 미소와 함께.


"위자료는 제가 이 집에서 고생한만큼만 정당히 받아도 충분합니다."

"아니요. 내가 이대로 나가도 당신은 아무 것도 못할 거예요."

"감사하게도 지난 13년동안 어머님께 배운 겁니다." (전 시어머니의 음성이 녹음된 파일을 들려준 후)


시월드에서 막장과 악의 근원이자 세상에서 가장 가식적인 시어머니였던 한복 장인을 향해 비수처럼 날리는 선전포고 대사들이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음성녹음 파일을 들려줄 땐 전율마저 흘렀다. 중요한 점 하나. 이 때에도 해령은 전혀 표정 변화없이, 조금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아주 차분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예의 바른 며느리답게 전 시어머니를 향해 90도의 정중한 인사마저 잊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해령의 연기를 기가 막히도록 잘 해내는 '믿고 보는 배우' 김소연의 연기는 매회, 매순간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나는 이처럼 잔잔한 표정으로 승부사의 연기를 하는 김소연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오버랩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천재 바둑기사들이다. 특히 얼마 전 세상을 떠들석하게 한 인간계의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과 그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천재 기사 김지석 9단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감정 변화없이 잔잔하게 한 수, 한 수를 두고 난 후 승리를 확인하는 계가를 마친 후의 표정이 떠올랐다고 할까? 바로 이런 모습들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더러운 남녀들 앞에서 서류봉투를 드밀 땐 두 천재 기사의 모습들이 오버랩되면서 짜릿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자~! 네가 진 거야. 어떡 할거야? 이래도 모르겠어? 더 알려줘야 해?


난 김소연의 잔잔한 표정 연기에서 이처럼 천재 바둑기사들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는 통쾌한 전율마저 느꼈다.


이제 자신을 둘러싼 오욕의 굴레에서 벗어난 해령 앞에는 새로운 사랑도 기다리고 있다. 가슴속의 화를 꾹꾹 삭히기 위해 편의점에서 얼음을 와드득 씹어먹어야 했던 그녀. 그렇게 고구마만 먹고 살았던 그녀가 이제 시원한 승부사의 한 수를 던지며 새로운 인생을 예고하고 있다. 가화만사성. 앞으로는 더욱 더 재미있을 것이고 그래서 앞으로의 전개가 더더욱 기대된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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