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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된 허상의 이미지

2006년은 아나운서 세계에 온풍과 삭풍이 교차했던 꽤나 시끄러운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사실 아나운서란 직업이 그다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을만한 직종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방송국에 입사한 방송국 직원으로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지 인기스타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방송 중에 발산하는 지성과 외모, 여기에 언론의 부추김까지 상승효과를 가져와 아나운서란 직업은 어지간한 인기 연예인을 능가하는 스타성을 담보하는 직종, 최고의 유망직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여대생들에게 가장 원하는 직업 1순위로 부동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직업인 아나운서. 이 아나운서를 합격하기 위해 곳곳에 고액의 아나운서 양성학원이 있고 오늘도 이 땅의 수많은 여대생, 취업준비생들이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아나운서에 열광하는 이유는 인기 연예인이되 딴따라는 아닌 연예인이 되고 싶은 유명세를 얻고 싶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아나운서란 직업은 특화된 이미지의 직업이란 것에 매력이 있을 것이다. 그 특화의 의미는 물론 얼굴만 예쁜 딴따라가 아닌 얼굴도 예쁜 지성인의 이미지를 갖는데 있다. 얌전하면서도 강단있고 면도날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차갑지만 가끔 딴따라들과 어울리며 망가졌을 때 보이는 의외성에 대중은 열광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열광하도록 끊임없이 언론에서 부추긴다. 노현정이란 전직 아나운서의 신드롬을 만든 8할은 언론의 설레발때문이 아니라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노현정 이후에 쏟아지는 백승주, 박지윤 아나운서의 끊임없는 언론의 노출, 그 노출빈도에 따라 아나운서는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자신의 정체성이 규정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규정되고 이것이 비지니스의 마케팅에 이용된다는 것. 바로 연예인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처럼 어렵게 바늘구멍같은 관문을 통과하여 당당하게 지상파 방송의 아나운서가 된 이들이 과연 그들의 생각처럼 자신의 직업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별개이다.  지난 8월 24일 동아일보의 이진영 기자가 쓴 '아나운서냐, 연예인이냐?' 란 기사에선 아나운서란 직업이 갖는 딜레마에 대해 잘 나타내고 있다.

아나운서냐, 연예인이냐?
[동아일보 2006-08-24 14:29]


‘박지윤 아나운서 드라마 출연’ ‘여성 아나운서 3인방 섹시 화보 논란’….

기자, 프로듀서와 함께 방송계의 3대 전문직종으로 꼽히는 아나운서. 그러나 요즘 여성 아나운서들의 ‘변신’은 놀랍기만 하다. 프로그램 진행자라는 고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모델로 활동하며 연예인처럼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아나운서(announcer)나 엔터테이너(enter-tainer·연예인) 어느 한쪽으로 정체성을 분류하기 어렵다는 뜻에서 두 단어를 합성한 아나테이너(annotainer)로 불린다.

박지윤 KBS 아나운서는 다음 달 13일부터 방영되는 KBS2 수목 드라마 ‘특수수사일지: 1호관 사건’에 뉴스 앵커 역으로 출연한다. 윤영미 SBS 아나운서 차장은 지난달 끝난 자사 드라마 ‘101번째 프러포즈’에 아나운서 팀장 역으로 출연했다.

KBS 강수정 아나운서는 저질 시비가 끊이지 않는 오락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의 ‘여걸식스’ 코너에 얼마 전까지 고정 출연했으며, 노현정 아나운서도 오락 프로그램 여기저기서 개그와 노래 솜씨를 뽐내던 스타 아나운서이다.

최근에는 방송 3사 아나운서 3명이 나란히 남성 잡지용 화보 촬영에 응해 사내에서 문제가 됐고, KBS 아나운서 출신인 임성민 씨는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모바일용 화보집을 냈다.

여성 아나운서들의 잦은 ‘외출’ 이유는 여성 진행자의 수요가 적어 다른 분야로 활로를 찾을 필요가 있는 데다, 단정한 아나운서 이미지를 깨고 망가지거나 섹시한 모습을 연출했을 때 갖는 상품성 때문.

방송가에서는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경환 MBC 아나운서 국장은 “아나운서의 경우 연예인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연변방송국의 김신애 아나운서는 22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야 놀자’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사의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한국 여성 아나운서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장기적으로 아나운서의 입지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윤영미 차장은 아나운서로 입사했어도 맡을 만한 프로그램이 적고, 프로그램 진행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 다른 진로를 모색할 수 있다”며 “아나운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연한 시각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아나운서의 연예계 진출에 대해 미디어 다음이 지난해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는 ‘시대 변화를 수용하는 것으로 바람직하다’는 긍정적 의견이 50.2%, ‘방송의 품위를 훼손하는 일이다’는 부정적 의견이 46.9%로 팽팽했다. 뉴스를 진행하는 김주희 SBS 아나운서의 미스 유니버스대회 참가에 대해 네이버가 현재 진행 중인 온라인 조사에서는 ‘문제없다’(72.5%)는 의견이 ‘문제 있다’(22.3%)는 의견보다 우세하다.

문화평론가 김종휘 씨는 “아나운서를 채용할 때 탤런트나 화보집 모델을 뽑듯 외모를 중시하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누가 아나운서이고 누가 연예인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이 같은 방송 환경을 감안하면 여성 아나운서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럼 여기에서 동아일보의 이진영 기자가 지난 8월 24일에 쓴 기사를 한 번 분석해 보겠다.

여성 진행자의 수요가 적어 다른 분야로 활로를 찾을 필요가 있는 데다, 단정한 아나운서 이미지를 깨고 망가지거나 섹시한 모습을 연출했을 때 갖는 상품성 때문


방송사에서 원하는 수요가 적은데 공급은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무리 아나운서 시험이 어렵고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서 아나운서가 되었다고들 하지만 정작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도 할 일이 없다는 건 대단한 인력낭비이다. 그 정도의 재원들이 꼭 아나운서란 직업을 얻기 위해 청춘을 올인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상품성이란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살펴본다.

성경환 MBC 아나운서 국장은 “아나운서의 경우 연예인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나운서는 연예인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 즉, 어찌 시대가 원하는 최고 엘리트들이 딴따라들처럼 저급한 놀이를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성경환 국장이 한 말은 앞서 이진영 기자가 언급한 '가끔 망가진 모습을 보였을 때 아나운서가 갖는 상품성' 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렇다면 답은 둘 중의 하나. 상품성을 포기하던가 아니면 아나운서가 갖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후 서울방송의 윤영미 차장은 또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아나운서로 입사했어도 맡을 만한 프로그램이 적고, 프로그램 진행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 다른 진로를 모색할 수 있다”며 “아나운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연한 시각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윤영미 차장은 아나운서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처해 있는 딜레마에 대해서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서 입사해도 할 일도 없고 방송이 적성이 맞이 않으면 다른 진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윤영미 차장이 언급한 내용에서 드러나는 아나운서란 직업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적성에 맞지 않아도 그토록 많은 지원자가 엄청나게 비싼 학원비까지 감수하면서 오로지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하는 이유는 물론 얼굴만 이쁜 딴따라가 아닌 얼굴도 이쁜 지성인의 특화된 이미지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지적할 수 있는 점은 아나운서란 직업은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알차게 보람을 느낄 수 있다기 보다는 보여지는 직업이란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상기한 이유로 아나운서들은 할 일이 없고 있어도 보람을 느낄 수 없으니 주어진 환경에서 다른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 일환으로 화보를 찍고 드라마에 출연하는 딴따라판으로 기웃거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영 기자가 쓴 기사에 따르면 아나운서란 직업은 굉장히 어려운 시험을 거쳐 살인적인 경쟁률을 뚫고 들어가지만 정작 할 일이 없어 보람을 느끼기엔 힘든 직업이란 점을 밝히고 있다. 이건 국가적 인력낭비이다. 이 땅의 수많은 재원들이 정작 직장을 얻어도 할 일없이 다른 곳을 기웃거려야 하는 직종을 위해 그토록 목을 메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인력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실질적 아이덴티티를 찾기 힘든 직업의 특성상 아나운서가 된 이들은 자신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갖는 지성과 외모를 겸비한 이미지 + 언론의 이미지 메이킹에 더해 도덕성이 결여된 상술까지 합쳐져 삼위일체를 이루게 된 것이 바로 정지영 대리번역 사태의 본질이다.

반론의 여지가 없는 비도덕성

정지영 대리번역 사태의 추이를 더듬어 보면

외국에서도 별로 인기가 없었던 마시마로 이야기라는 책을 번역하여 판매하기로 결정하였다.
번역을 정지영 아나운서에게 의뢰하였고 정지영 아나운서는 자신이 번역했다고 책표지에 떡하니 이름까지 올려 열심히 팬사인회도 하였고 이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정지영이란 이름이 주는 지성과 외모의 이미지, 언론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지영 아나운서는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의 수입으로 무려 1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출판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인 대리번역의 의혹을 누군가 신문사에 제보하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난리가 났고 출판사는 얼른 뒷수습에 나섰지만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소릴 해대니까 더욱 의혹만 증폭되었다.

이중번역이란 말 자체가 웃기는 소리다. 이중번역? 내가 정지영 아나운서라면 그런 이중번역은 억만금을 줘도 싫다. 자존심이 상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그냥 처음부터 대리번역이라고 순순하게 인정하고 배깔고 엎어져 싹싹 빌었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올해 여자 아나운서들은 많은 외풍을 맞고 있다. 노현정의 재벌가 결혼과 3사 아나운서들의 섹시 화보 촬영은 많은 논란거리를 낳았다. 그러나 노현정이란 여자가 누구랑 결혼을 한들, 또한 아나운서들이 자신의 외모를 뽐내며 무슨 사진을 찍었든 간에 이는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난 행위는 아니었다.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지탄의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지영 사태는 그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마시마로 이야기란 책이 그렇게 대단한 책도 아니고 많은 이들은 정지영 아나운서가 이 책을 번역했다는 사실 하나에 호기심을 느끼고 책을 구입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지영 아나운서가 번역한 것인 줄만 알고 책을 구매했던 수많은 그녀의 팬들이 이와 같은 이유로 책의 반품을 요구하고 소송까지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호되게 걸렸다.

허상과 실체의 괴리

노현정의 결혼, 3사 여자 아나운서의 화보촬영과 이번 사태까지 터지면서 사람들은 아나운서란 직업에 대한 실체와 허상 사이의 괴리감이 어떤 것인지 느끼는 바가 컸을 것이다. 그들 역시 돈을 준다면 훌러덩 벗을 수도 있고 돈을 준다면 사기행위에 가담할 수도 있다는 것. 실망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까진 없다. 그들에 대한 시각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 브라운관을 통해 비춰지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허상의 이미지가 그들의 실체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지영 사태는 반드시 한 번쯤은 터져야 할 시점에 제대로 터진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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