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빅허트-프랭크 토머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가 화이트 삭스를 떠나다니...한 팀에서 무려 MVP를 2회씩이나 수상한 전설, 명예의 전당 후보인 그를 버린 화이트 삭스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화이트 삭스를 좋아하는 팬은 얼마 없지만 빅 허트를 좋아하는 팬은 많았다. 사실 성적도 안좋고 인기도 없는 화이트 삭스란 팀에게 있어서 빅 허트의 존재는 팀의 상징이자 모든 인기의 원천이었다. 그랬던 그가 늙고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유로 헌신짝처럼 버림받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처사라 생각하였다.
2005년. 화이트 삭스는 사상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기어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야 말았다. 이런저런 불미스런 판정과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좋지 않은 일도 많았지만 어쨌든 그들은 우승하였고 길고 긴 저주에서 풀려났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가 되어 서로 부둥켜 안고 기뻐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빅 허트는 없었다. 빅 허트는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던 그 순간에 그저 팀 후배들의 기뻐하는 모습만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그렇게 먼 발치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것이 빅 허트에게 주어진 운명같았다.
그리고...
그는 그들의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다는 이유, 바로 그 이유...이젠 더 이상 늙고 병든 병사는 필요없다는 그 이유로 팀에서 쫓겨나고야 말았다. 무려 16년의 세월동안 몸과 마음을 바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기없는 팀 중의 하나인 화이트 삭스를 위해 봉사하였고 화이트 삭스의 빅 허트가 아닌 빅 허트의 화이트 삭스를 만들었던 그 역시 결국 프로의 냉정한 생존법칙에 예외일 순 없었다.
그리고 그는 50만 달러 연봉에 인센티브 260만 달러라는 말도 안되는 계약에 사인을 하였다. 리그 MVP를 두 번씩이나 차지한 살아있는 전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치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절치부심, 와신상담하며 그는 재기의 칼날을 갈았다.
빌리 빈 단장과 프랭크 토마스. 빌리 빈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으며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멋진 모습을 보여 준 토마스에겐 아무리 크나큰 찬사와 박수를 보내도 모자라지 않는다.
2006시즌. 그는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상대팀에게 'Big Hurt'의 비수를 꽂는 그 예전의 명성만큼은 여전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렸다.
G | AB | R | H | 2B | 3B | HR | RBI | TB | BB | SO | SB | CS | OBP | SLG | AVG | |
2006 | 137 | 466 | 77 | 126 | 11 | 0 | 39 | 114 | 254 | 81 | 81 | 0 | 0 | .381 | .545 | .270 |
Career | 2096 | 7422 | 1404 | 2262 | 458 | 11 | 487 | 1579 | 4203 | 1547 | 1246 | 32 | 23 | .424 | .566 | .305 |
썩어도 준치인 건지, 아님 빌리 빈이 역시 천재인 건지...
2005시즌이 끝난 후 다른 팀도 아닌 오클랜드로 가는 토마스를 보면서 어? 이거...뭔가 있다라고 생각하였다.
빌리 빈이 누군가?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 하는 배팅마다 모두 대박신화를 이끌어 낸 천재 중의 천재로 칭송받는 얄미운 재주꾼 아닌가. 그가 토마스를 찍었다는 것은 뭔가 있어 보였다. 결코 그의 예감을 틀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6 플레이오프에서도 그의 활약은 계속 되고 있다.
ALDS 1차전. 20년만에 양대리그 통합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Absolute Ace' 요한 산타나를 상대로 승부의 균형을 깨뜨리는 홈런을 작렬하였고 9회엔 또 다시 쐐기포를 작렬, 추격의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50만불짜리 Big Hurt의 진가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주었던 것이다.
오클랜드는 무려 16년만에 ALCS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그동안 머니볼의 한계로 끊임없이 거론된 포스트시즌 1라운드 패배의 징크스를 말끔하게 해소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프랭크 토머스의 활약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의 활약은 계속될 것이다.
2005시즌. 그토록 원하던 WS 정상의 자리에서 유니폼을 입지 못한채 팬들의 환호에 그저 씁쓸한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어 답례할 수 밖에 없었던 토머스. 불과 일년만에 그는 한층 더 강해진 'Big Hurt'로 무장하여 그를 상대하는 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2006 정규시즌 활약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