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24)
김소연 (59)
Classic Music Story (19)
Artist Story (46)
세상을 보는 눈 (122)
MLB Story (26)
KBO Story (13)
Fun Video (9)
Drama 보기 (9)
좋은 정보 (6)
In my mind (3)
그 시절의 pop story (9)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Today
Yesterday
05-02 03:32
감사해요 사랑해요 잘했어요 함께해요

달력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연계 대학생들이 중고교 과정의 수학문제를 출제하여 테스트를 한 결과 낙제점을 받았다는 기사가 떴다. 일전에 '분수 모르는 대학생'이라는 헛점투성이의 욕먹을 기사를 써댄 우리의 자랑스러운 언론이 이번에도 역시 허파를 마구 간지럽히는 이런 웃기지도 않는 기사를 써보내 잔잔한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게 하고 있네?

분수 모르는 대학생-동아일보 기사

이따위 기사를 쓰기 전에 항상 먼저 생각해야 할 세 가지 명제가 있다.

1. 표본추출을 어떻게 하였는가
2. 데이터는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갖고 있는가
3. 2의 신뢰성에 근거한 데이터가 기사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에 부합하는가

분수 모르는 대학생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말도 안되는 기사도 그랬고 이번 기사도 그렇지만 그다지 신뢰성을 둘 수 없는 얄팍한 통계자료 하나 놓고 독자들을 상대로 야바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사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은 한결같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교에서 어찌하여 이따위로 애들을 가르칠 수 있으며 장차 이 나라의 미래가 어찌되려하는가를 목놓아 부르짖고 싶은 것이다. 즉, 교육개혁의 실패를 꼬집고자 하는 것이다.

후~! 좋다. 정말 말같지도 않은 기사이지만 하나씩 분해해본다.

기사 원문 보기

4년제 대학교 자연계열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상대로 이공계 수업 진행에 꼭 필요한 미·적분 개념 등이 담긴 고등학교 수학Ⅱ 문제를 테스트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점수 10점대를 간신히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7일 지난해 말 전국 9개 4년제 사립대학교의 자연계열 1학년 재학생 438명에게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수학문제를 출제해 테스트한 결과 평균 28.29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 본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표본추출을 어떻게 하였는지에 대해 나와있다. 전국 9개 4년제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자연계열의 학생 438명에게 중고교과정의 수학문제를 출제하여 테스트하였다고 한다.
438명이면 표본추출에서 그다지 적은 수라고 할 순 없다. 1학년에 국한되었고 자연계열 중 어느 학부에 속한 학생인지 적시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438명이면 적은 수는 아니다.
9개 대학의 학생이고 사립대학에 국한시켰다는 점은 표본추출에서 중요한 오류로 걸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 다음 문장에서 나오는 휘황찬란 유치함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므로 그냥 패스한다.

전체 20개 문항 중 중학교 수학교과서에서 5문제(25점 만점)를 출제했는데 학생들은 14.81점의 평균점수를 받았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경우 59.24점에 불과했다.

30점 만점으로 6개 문제가 출제된 고등학교 수학Ⅰ 문제의 평균점수는 8.84점으로 100점 만점에 29.46점이었다. 특히 미분과 적분,확률과 통계,이산수학 등이 포함된 수학Ⅱ 점수는 9개 문제,45점 만점에 평균점수 4.63점을 기록했다. 100점 만점으로 따지면 10.28점에 그쳤다.

이번 실태 조사에는 서울 소재 3개 대학교와 경기도 소재 2개 대학교,경북·대전·광주·충남 소재 각각 1개 대학교가 참가했으며 서울대·연세대·고려대는 포함되지 않았다. 조사는 지난해 12월 2학기가 끝나기 직전 각 자연대학의 수학 기초과목을 수강하는 1학년 학생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진행됐다.


: 여기에서부터 오점투성이, 헤어나오지 못할 오류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하나씩 살펴본다.
이 기사에서 주장하는 테스트의 결과가 신뢰할만한 데이터임을 증명하기 위해선

1) 어떤 방식으로 테스트를 했는가
2) Control(대조구)는 어떻게 정했는가

위의 두 가지 전제조건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문제이지만 이 기사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결과의 신뢰성을 인정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1) 어떤 방식으로 테스트를 했는가에 대하여 20개 문항 중 중학교 수학교과서에서 5문제를 출제했다고 한다. 몇 분의 시간내에 풀게 했는지에 대해선 언급이 되어있지 않다. 중요한 건 이 테스트를 치룬 학생들이 무슨 생각으로 테스트를 치루었느냐 하는 것이다.
기사에 보면 12월 2학기가 끝나기 직전에 이 테스트를 치뤘다고 하는데 그 학생들 입장에선 시간아깝게 아무 목적도 의미도 없는 이런 시험을 치루는 것보다는 얼른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앞서지 않았을까? 학점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이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귀찮아서 대충 찍고 강의실을 나가진 않았을까?

2) 여기가 진짜 중요하다. 이 테스트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다른 데이터와의 비교가 정말 중요하다. 이를테면 이와 똑같은 문제를 출제하여 똑같은 날짜에 테스트를 시행하였던 전년도의 데이터나 혹은 몇 년 전의 데이터를 같이 제시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학생의 결과만이 아닌 미국, 일본, 중국 등 외국 대학생들은 몇%나 이 문제의 정답을 맞추었는지에 대한 결과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실험구만이 아닌 대조구를 함께 제시하여야 그 결과가 신빙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들, 아니 자연과학을 배운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 중의 상식이다.

오세정 협의회장(서울대 자연대 학장)은 "예상은 했지만 자연계열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이 정도로 나쁠 줄 몰랐다"며 "이는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다양성을 길러준다는 명분으로 수학과 과학 과목을 선택하게 한 잘못된 교육정책 탓"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다음달쯤 자연계열 대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실태를 좀 더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해 서울대 등 보다 많은 대학이 참여하는 평가시험을 다시 치른 뒤 결과를 토대로 자연계열 기초학력 증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 오세정 학장의 마지막 발언에서 이 기사가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 나와있다. 수학을 선택과목으로 전환한 것이 무척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나 역시도 무척 공감한다. 수학을 기피하고 수학을 배우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무척 암울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당장 경제적으로는 어려워도 인도나 러시아같은 나라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이들 국민들의 수학수준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하고 못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IT도 그렇고 모든 공과계열의 기초는 수학이며 수학을 잘하는 것은 하나의 히든카드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런 얼토당토 않은 단편적인 테스트를 한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수학수준이 크게 떨어졌다고 속단하기엔 너무 위험하다. 오세정 학장께서도 이런 발언을 하기 전에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데이터가 나왔는지 한 번쯤 잘 검토했으면 좋았을텐데. 그 점이 무척 아쉽다. 만일 그랬다면 이런 위험한 발언의 인터뷰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나라면 이런 데이터를 놓고 이런 인터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많이 웃기는 기사이긴 하지만 지난 번의 분수 모르는 대학생 만큼의 희대의 코미디는 아니었다.


Posted by snipe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