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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모든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어린 나이에 이미 시내의 난다긴다하는 조직폭력배들과 어울려 지내며 유명한 조직의 꼬마로 활동하던 아이였다. 지금은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그 아이의 인상을 떠올려 보자면 우선 얼굴빛이 많이 어두웠고 그 어두운 얼굴빛에서 유독 눈빛만큼은 대단히 강렬하게 불을 뿜는 듯한, 오싹함을 느끼게 하는 살기마저 뿜는 눈빛을 가진 아이였다. 집안 사정도 많이 어려웠고 공부는 물론 아예 담을 쌓았다. 지도부에 불려가는 것은 다반사였고 경찰서에도 자주 들락거렸으며 가출도 숱하게 했던, 문제아의 전형이었던 아이였다.

싸움도 무척 잘했던 아이로 기억하고 있다. 양말속엔 아주 가느다랗고 얇은 칼을 한자루 차고 다녔고 얼굴과 몸의 이곳저곳엔 상처가 많았다. 하지만 쓸데없이 아이들을 툭툭 건드리고 다니는 그런 양아치 류의 아이는 아니었다. 말수도 별로 없었고 조용했으며 항상 교실의 뒷자리에 앉아 그저 하루종일 잠만 자다가 조용히 집에 가는 그런 아이였다. 하지만 반항기가 가득한 그 살벌한 눈빛만큼은 보는 이를 질리게 하는 엄청난 기가 느껴지는 아이였다. 선생들도 그 아이에게만큼은 심한 터치를 하지 않았다. 그저 사고만 치지 않고 조용히 학교를 졸업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한 번은 지각을 해서 맨 뒷자리에 앉은 그 아이와 같이 앉았던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원래 거의 말이 없었고 나 역시 그 아이와 말을 해본 적도 없거니와 그 아이와 말을 하는 것이 무서워서 몇시간동안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그 아이와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점심 안먹냐?"
"........."
"같이 먹자. 점심 안먹어?"
그 아이는 아무런 말도 없이 물끄러미 날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무겁게 입을 열었다.
"도시락 안싸왔는데"
"그럼 내 도시락 같이 먹자. 같이 먹을래?"

그 아이와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시락을 함께 나누어 먹었고 점심을 먹은 후에 그 아이는 날 매점으로 데리고 가서 음료수와 빵을 사주었다.

"잘먹었다. 밥이 없어서 매점에서 라면이나 먹으려고 했는데"

잘먹었다. 그 아이의 입에서도 저런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또한 보답으로 나에게 빵과 음료수를 사주었다는 것은 더욱 신기하고 감사할 노릇이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시간내내 난 그 아이와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 아이는 학교다녀본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와 이렇게 많은 이야길 한다며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선생들이 싫다는 이야기, 아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자세하게 해주었다. 난 또 한 번 신기했다. 이 아이가 이렇게 이야길 잘하는 아이었구나 하는 점이.

이야기의 골자는 자신이 학교 밖에선 나쁜 형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학생으로서 해선 안될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은 맞지만 학교 안에서만큼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데 왜 친구들이 피하는지 억울하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말을 걸어주지 않으니까 원래 말수도 적은 자신도 누군가와 이야기 하지 않게 되었고 또 선생들에게 한 번도 피해를 준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들이 이상한 짐승 보듯이 하는 것이 무척 싫다는 것이다.  

사실 맞는 말이었다.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입힌 적은 없었다. 돈을 뺏은 것도 아니고 툭툭 건드리고 때린 것도 아니다. 담배를 피워보라고 꼬드긴 것도 아니었고 이상한 곳에 데려간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조용히 잠만 자고 집에 가는 아이를 다른 아이들 모두가 무서워하면서 피해다녔던 것이다.

학교가 끝나고 난 그 아이와 함께 오락실을 갔다. 전자오락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난 그 아이를 따라 오락실에 함께 갔는데 그 오락실은 시내에서 어린애들 상대로 삥뜯는 깡패들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기에 난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던 두려움의 장소였으나 그 아이와 함께 있었기에 난 첨으로 그 곳을 갈 수 있었다.

오락실엔 그 아이의 형들이 득시글하게 있었고 -_-; 난 그 아이덕분에 돈 한푼도 없이 몇 시간동안 오락을 즐기며 음료수와 과자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 알량한 도시락 하나 베푼 것의 보답치곤 꽤 짭짤하게 남는 장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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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경찰이었던 사람에게서 김태촌을 실제로 본 느낌을 들었던 적이 있다. 실제로 본 김태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정지상태에서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운 기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한다. 경찰생활하면서 난다긴다하는 주먹들을 많이 상대해봤지만 김태촌만큼 오싹한 눈빛은 처음 본다며 그는 그야말로 타고난 보스감이라고 했다.

그런 김태촌에게서 전화를 받거나 직접 만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단 한 마디의 말인들 마음속에 있는 말을 허심탄회하게 꺼낼 수 있을까? 너무도 겁에 질려 덜덜 떨고만 있진 않을까?

하지만. 하지만 김태촌 그 역시 인간이기에 말이 통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그를 대한다면 어떨까? 혹은 김태촌이 누군지, 뭐하는 사람이고 뭘했던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김태촌을 상대하는, 상대해야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거나, 혹은 그 역시 김태촌과 똑같은 부류의 그저 그런 인간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언론에선 권상우와 김태촌의 관계를 확대재생산하지 않았을까?

[육성토로]김태촌, "재판 마무리되면 이민가겠다"

김태촌의 육성 인터뷰를 들어보면 꽤 억울하다는 점을 강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억울함이 일견 타당하게 보이는 기사 또한 나와있다.

권상우측 ‘김태촌 협박’ 파문에 당황

어떤 것이 진실일지는 모른다. 권상우 입장에서도 일이 이렇게 되어 김태촌의 보복이 두려운 나머지 파문에 당황했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을지도 모른다. 김태촌이 실제로 협박을 했거나 그 이상의 액션을 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태촌이란 상징적인 인물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마음 속엔 공포와 기피가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김태촌은 이번 재판이 마무리되면 불신의 땅을 떠나 이민을 가겠다고 한다. 이민을 가서 여생을 편히 보내겠다고. 훌훌 털고 이민을 가면 그로서도 좋고 그를 아는 수많은 사람들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겠지만 아무런 죄가 없고 떳떳하다면 오히려 이민을 가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나? 사람들은 날 무서워하고 못미더워하지만 재판결과 난 이만큼 당당하다는 것을 강변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그토록 열심히 하고 다니는 선교활동에도 좀 더 힘이 되지 않을까?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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