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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논란과 의혹들이 제기되었지만 결국 처음과 같은 결과로 판명되었다. 네티즌들은 25가지 의혹이란 글을 써서 열심히 퍼날랐고 나 역시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자살이었다. 한국 국과수의 실력은 지난 프랑스 부부의 아이 유기사건 때에도 드러났지만 세계 정상급이다. 국과수에서 엉터리 부검을 했을 것이라 사료되진 않는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사망 당시의 언론보도로만 접했던 정황들이 자살이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았던 점들. 이를테면 왜 길다란 끈이 아닌 두툼하고 짧은 수건을 사용하여 자살을 시도했을까 하는 점이랄지 자살 후의 시신이 혀가 나와있지 않았다던지 또한 목격자 이강희는 왜 119에 먼저 신고를 하지 않았고 경찰서에 신고를 했느냐는 것. 하지만 이런 정황들 역시 스포츠서울의 한 기자가 일목요연하게 작성한 기사를 보고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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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남는 것은 무엇인가?
네티즌들은 25가지 의혹을 제기하며 타살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지만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타살임을 믿고 싶었던 것이다. 더 정확히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이강희란 사람이 살인범이란 것을 믿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좀 더 정확한 사인은 보름 후에야 나온다고 하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그에겐 또 무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자칫 잘못했다간 생사람 한 명 또 잡을 뻔 했다.

사람은 객관적인 진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사실과 배치될 때 혼동을 느낀다.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과 판단이 의식의 한정을 갖게 할 경우 이는 진실을 보는 눈을 흐리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황우석 사건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낮은 곳이란 생각이 들더라도 결코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고통도 없이 희희낙낙거리며 살고 있다는 것만은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깡총깡총 잘도 뛰는 토끼가 아무리 거북이에게 빨리 오라고 다그쳐봐야 소용없다. 태생 자체가 다른데 어떻게 배깔고 엎드려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북이가 토끼를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어린 나이에 출세해서 돈도 많이 벌었고 인기도 많고 벼라별 화려한 생활을 다 해봤을 법한 여자 연예인이 뭐가 아쉬워서 그 어린 나이에 자살을 하느냐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100%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는다면 결코 그 사람을 이해할 순 없는 것이다.

얼마전에 보았던 강동원, 이나영 주연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영화에서 내 가슴에 팍팍 와서 꽃히는 명대사가 있었다. 집도 잘살고 재주도 많고 배운 것도 많아 남부러울 것 없는 캐리어우먼인 문유정이 무려 세 번이나 자살시도를 했다는 이야길 듣고 사형수 정윤수가 의아하게 생각하자 문유정은 이렇게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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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에는 먼지만한 가시같아도.. 그게 내 상처일때에는 우주보다도 더 아픈거예요... 

정윤수는 너무도 불행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인생의 극한 경험을 모두 겪었기에 문유정이 겪어야 했던 상처따윈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저 편하게 누워서 두 발을 쭉 뻗고 잠을 잘 수 있는 따뜻한 방과 굶지 않고 삼시 세 끼를 배불리 먹으며 연명할 수만 있다면 그로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 환경에 사느냐에 따라 자신이 인생이 구속되기 마련. 문유정은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사는 것처럼, 아무런 아픔도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녀 역시 그녀가 살아가는 환경속에서 크나큰 아픔이 있는 것이다. 이 아픔이 내가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다른 이에겐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의 무게로 짓누르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깟 연예인 안하면 되지 뭘 자살까지 하느냐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예 처음부터 연예인을 하지 않았던 것과 이미 정상의 자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아보았던 사람의 생각은 그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원래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꼴등하던 애와 집도 잘살고 공부도 일등하던 애가 집이 망하고 공부도 못하게 되었을 때 누구의 상실감이 더 크겠는가.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 때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다빈. 세상의 아름다움을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세상은 같이 살아가기에 좀 더 아름답고 살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았더라면 결코 자살까진 하지 않았을텐데. 사람들이 그녀의 아픔을 조금만 더 이해해줬다면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을텐데. 그래서 더 많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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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연습곡 Op. 10의 3번 'Tristesse'. 일명 이별의 곡이라 불리는 곡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OST로 삽입되었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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